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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 100권, 선조 31년 5월 26일 경술 1번째기사 1598년 명 만력(萬曆) 26년

팽 유격 처소에 행행하여 파랑국(波浪國)인을 대면하다

상이 팽 유격(彭遊擊) 【팽신고(彭信古). 】 처소에 행행하여 술자리를 베풀었다. 상이 이르기를,

"대인은 서울에 계시겠소이까, 아니면 남하(南下)하시겠소이까?"

하니, 유격이 말하기를,

"1개월 후에 남하하고자 합니다."

하고, 또 말하기를,

"데리고 온 얼굴 모습이 다른 신병(神兵)을 나와서 뵙게 하겠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어느 지방 사람이며 무슨 기술을 가졌소이까?"

하니, 유격이 말하기를,

"호광(湖廣)의 극남(極南)에 있는 파랑국(波浪國) 사람입니다. 바다 셋을 건너야 호광에 이르는데, 조선과의 거리는 15만여 리나 됩니다. 그 사람은 조총(鳥銃)을 잘쏘고 여러 가지 무예(武藝)를 지녔습니다." 【일명은 해귀(海鬼)이다. 노란 눈동자에 얼굴빛은 검고 사지와 온몸도 모두 검다. 턱수염과 머리카락은 곱슬이고 검은 양모(羊毛)처럼 짧게 꼬부라졌다. 이마는 대머리가 벗겨졌는데 한 필이나 되는 누른 비단을 반도(磻桃)의 형상처럼 서려 머리 위에 올려놓았다. 바다 밑에 잠수하여 적선(賊船)을 공격할 수가 있고 또 수일동안 물 속에 있으면서 수족(水族)을 잡아 먹을 줄 안다. 중원 사람도 보기가 쉽지 않다. 】

하자, 상이 이르기를,

"소방은 치우치게 해외(海外)에 있으니 어떻게 이런 신병을 보았겠소이까. 지금 대인의 덕택으로 보게 되었으니 황은(皇恩)이 아닐 수 없소이다. 더욱 감격스럽소이다. 이제 흉적을 섬멸하는 것은 날을 꼽아 기대할 수 있겠소이다."

하고, 술자리를 파한 후 서로 읍하고 나왔다.


  • 【태백산사고본】 64책 100권 25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442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군사(軍事) / 외교-명(明)

○庚戌/上幸彭遊擊 【信古。】 處, 設酌。 上曰: "大人在京乎? 南下乎?" 遊擊曰: "過一月後, 欲爲南下矣。" 且曰: "帶來異面神兵, 使之進見。" 上曰: "何地之人, 而何技能爲耶?" 遊擊曰: "自湖廣極南波浪國人也。 渡三海, 方抵湖廣也, 距朝鮮十五萬餘里也。 其人善鳥銃及諸武藝。" 【一名海鬼。 黃瞳漆面, 四支手足, 一身皆黑。 鬚髮卷卷短曲, 如黑羊毛, 而頂則禿脫, 一匹黃絹, 盤結如蟠桃狀, 而着之頭上。 能潛於海下, 可伐賊船, 且數日能在水底, 解食水族。 中原人亦罕見也。】 上曰: "小邦僻在海外, 何嘗見此神兵? 今因大人見之, 莫非皇恩。 尤爲感激。 兇賊殲滅, 指日可待矣。" 酒撤, 遂相揖而出。


  • 【태백산사고본】 64책 100권 25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442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군사(軍事) /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