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조신이 예조 판서에게 서신을 보내 화의를 청하다
평조신(平調信)이 조선 예조 판서 합하(閤下)에게 서신을 보냈다.
"평조신은 머리를 조아려 두 번 절하고 상공(相公) 합하에게 말씀을 올립니다. 근년에 수호(修好)하여 양국(兩國)을 편안케 하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했는데, 화의(和議)가 이루어지려던 차에 조그만 일에 구애되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후회하고 탄식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번에 대합(大閤)께서 화의를 엄금시키셨으므로 입을 다물고 몸조심하여 화친(和親)의 뜻을 위에 아뢸 길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중국 장수가 생민(生民)을 구제하고자 하여 화친을 의논해 왔으므로, 이달 2월 15일 소자(小子)를 시켜 가벼운 행장으로 상경(上京)하여 대합의 의향이 어떠하신지를 은밀히 살피고 돌아오도록 하였는데, 지금까지 회신(回信)이 없습니다. 회신만 있으면 화친에 대한 일본의 가부간 소식을 분명히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방금 또 중국 장수가 비장(裨將)을 요청하였으므로 형적(形迹)을 숨기고 금령(禁令)을 범하면서 요시라(要時羅)를 시켜 세세히 합하에게 상언하게 하오니, 삼가 바라건대 합하께서는 임기 응변으로 권도(權道)를 쓰시어 종사(宗社)를 부지시켜 귀국을 태평하게 하소서. 그렇게 되면 이는 생민의 복일 뿐 아니라 국가의 복도 될 것이니, 고집하지 말고 융통성을 발휘하소서. 전일 제가 말씀드린 제반 일의 허실(虛實)에 대해서는 귀국의 여러 신하들이 모두 알고 있습니다. 만약 하나라도 맞지 않은 것이 있었으면 소인의 말을 불신하여도 되겠습니다만, 맞았다면 지금 말씀드린 것도 반드시 맞을 것입니다. 바라건대 합하께서는 못난 사람이라고 하여 말까지 폐하지 마시고 조금이나마 불쌍히 여기소서. 양찰하시기 바랍니다."
- 【태백산사고본】 64책 100권 9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434면
- 【분류】외교-왜(倭)
○平調信通書于朝鮮禮曹判書閤下:
平調信頓首再拜, 上言于相公閤下。 近年切欲修好, 以安兩國, 其議方成, 以拘小事, 至於此極, 悔嘆何追? 今者大閤, 嚴禁和議, 故鉗口屈身, 無以上通。 雖然, 自天將欲濟生民, 以議和親, 故本二月十五日, 令其小子, 輕裝上京, 以竊觀大閤之意何如, 而至今未有回信。 若有回信, 則定知日本可否之消息耳。 卽今又自天將, 敢請裨將, 故潛形隱迹, 犯禁違令, 使要時羅, 細細上言於閤下。 伏望閤下, 制時臨變, 以權道用之, 以扶宗社, 安泰貴國, 則非但生民之福也, 抑亦國家之福也, 願勿以膠柱而皷瑟矣。 前日調信所言諸事虛實, 貴國諸臣所共知也。 若有一不中, 則不信小僕之言可矣, 若有一中, 則今之所言, 必有一中矣。 伏願閤下, 勿以人廢言, 少垂哀憐。 伏惟亮察之。
- 【태백산사고본】 64책 100권 9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434면
- 【분류】외교-왜(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