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유격의 게첩
척 유격(戚遊擊)의 게첩(揭帖) 내용은 다음과 같다.
"왕년에 병혁(兵革)의 일로 귀방(貴邦)에 종사(從事)하게 되어 국왕의 빛나는 위의(威儀)를 접할 수 있었으니, 저의 평생 소원을 풀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어 적세가 약화되었으므로 군사를 거두어 서쪽으로 돌아가게 되자 영광스럽게도 큰 은덕을 입어 친히 손을 잡으시고 차마 못놓으시는 사랑을 받았습니다. 또 지나가는 연도(沿途)의 백성들이 돌을 다듬어 이름을 새겨주는 고마움을 받아 불초(不肖)로 하여금 말고삐를 당겨 동쪽을 돌아보면서 연연(戀戀)한 마음으로 차마 떠날 수 없게 만들었으니, 이는 국왕께서 깊이 사랑하시고 여러 사서인(士庶人)들이 따뜻하게 대해주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왜적의 정형(情形)은 헤아릴 수 없는 상태인지라 저도 변사(變詐)가 있을 상황을 알았기 때문에 작별할 때에 《기효신서(紀効新書)》를 별후(別後)의 선물로 증정한 것입니다. 이는 귀방(貴邦)이 이 책을 알고 이 법을 가르쳐서 나라를 부하게 하고 군사를 강하게 만들어 왜적을 막게 하고자 한 것입니다. 요즘 듣건대 왜적이 또 침범했다고 하는데 온 나라의 문모(文謨)와 무략(武略)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모두 분발하여 옛날의 원한을 갚으려 할 것이니, 이는 하늘이 속히 이 왜적들을 자멸시킬 날짜를 정하고자 해서일 것입니다. 재관(材官)이 가는 편에 삼가 이것으로써 대신하오니, 천자(天慈)께서는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이름을 정폭(正幅)에 씁니다. 후대에까지 복이 있기를 빕니다."
- 【태백산사고본】 62책 97권 32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390면
- 【분류】외교-명(明) / 어문학-문학(文學) / 출판-서책(書冊)
○戚遊擊(愒)〔揭〕 帖:
往年以兵革, 從事貴邦, 得接光儀, 足慰平生至願。 繼而賊勢小熾, 斂卒西歸, 荷辱深恩, 執手叮嚀, 眷眷不捨, 而又承沿塗赤子, 勒石記名, 使不肖攬轡東顧, 戀戀不忍去, 此國主愛之深, 而諸士庶感之篤也。 但倭賊情形不測, 金亦知有變詐狀, 故臨別時, 以《紀效新書》, 爲別後贈, 欲貴邦知此書而敎此法, 富國强兵以拒賊耳。 近聞倭賊又犯, 而盍國文謨武略者, 想皆奮志, 以報昔恨。 此上天欲速此賊之自滅也, 指日矣。 玆因材官之便, 肅此以代, 惟天慈垂察焉。 名具正幅。 裕後。
- 【태백산사고본】 62책 97권 32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390면
- 【분류】외교-명(明) / 어문학-문학(文學) / 출판-서책(書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