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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97권, 선조 31년 2월 18일 계유 5번째기사 1598년 명 만력(萬曆) 26년

명군의 철군을 원하는 듯 오해의 소지가 있는 주문을 고칠 것을 논의하다

승문원이 아뢰기를,

"‘주문(奏文)은 한 글자라도 사실과 어긋나서는 안 되며 지나치게 아부하는 문장을 만들어서도 안 된다. 진공(進攻)한 곡절에 대해서 나는 잘 모르지만 다시 십분 사실대로 해야 한다. 또 왜적의 예봉(銳鋒)이 꺾였다고 하지만 왜적의 예봉이 참으로 꺾였겠는가. 또 조용히 포위를 풀었다고 했는데 조용이란 두 글자도 역시 속이는 것에 가까운 것이다. 또 참획한 것이 1천 4백여 급(級)이라고 했는데 이것도 다시 자세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니 사실과 틀릴까 매우 걱정스럽다. 그리고 중국 군사를 유치 시켜 지키게 하고자 하면 군량을 이어댈 대책이 없고 군사를 거두어 돌아가게 하고자 하면 방비가 전혀 없다고 하였는데, 군문(軍門)과 경리(經理)로 하여금 이 말을 하게 한다면 괜찮겠지만 어찌 우리 나라에서 할 수 있는 말이겠는가. 이른바 철수하여 돌아간다는 말은 무슨 말인가? 우리 나라가 중국군이 철수하여 돌아가기를 바란다는 말인가? 나는 알 수가 없으니, 회계(回啓)할 것으로 승문원에 이르라.’고 전교하셨습니다.

도산(島山)을 진공했던 곡절에 대해서는 밖에 있던 사람들은 직접 볼 수가 없었으므로 서로 전하는 말을 듣고 하는 말입니다. 따라서 오직 끝까지 전진(戰陣)에 있던 자만이 그 진상을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이틀 동안의 접전(接戰)이 왕년 평양(平壤)의 싸움에 비하여 더욱 통쾌했다는 주문 원고의 기록은 다만 눈앞에서 본 것만을 기록한 것입니다. 포위를 풀 때의 상황은, 사시(巳時) 초에 전령 보병(傳令步兵) 및 병들고 부상당한 군사들을 먼저 내보내고 미시(未時) 말경에는 경리가 비로소 장막(帳幕)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파새(擺賽)·양등산(楊登山)의 군사들에게 뒤를 담당하면서 함께 나오게 했는데 배에 탔던 왜적이 육지에 내렸으므로 파(擺)·양(楊) 두 장수가 도로 추격하여 적 8급을 참(斬)하자 왜적이 퇴각하였습니다. 경리가 또 군량을 방출하는 곳에 도착하여 나머지 군량을 모두 불태웠는지의 여부를 조사해 보고 나서 문하(門下)의 관인(官人)들로 하여금 말이 없는 군병(軍兵)을 수습하고 버려진 투구와 갑옷을 쌓아놓고 불에 태우라고 하여 이와 같이 지체하다 보니 해가 이미 기울었습니다. 12리 밖에 도착하니 왜적이 백엄사(白俺寺) 후봉(後峯)에서 에워싸고 나오므로 경리가 마병(馬兵)으로 하여금 추격하게 하자 왜적들이 조금 물러갔다가는 마병이 멀어지면 또다시 나타나 7∼8리를 행진하다가 중지했습니다. 이때 본국 사람들로는 참견한 자가 많지 않았고 풍문으로 전해진 말이니 반드시 사실과 틀리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참획한 수급(首級)의 수는 병부(兵部)에 게보(揭報)한 문서에 원래의 숫자가 기록되어 있으니, 그 수에 맞는지를 조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철군(撤軍)하여 돌아간다는 말에 대해서는 과연 온편하지 못하니 상의 전교가 윤당하십니다. 이 한 조목은 산삭을 가하여 고쳐야 하겠습니다."

하니, 알았다고 전교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2책 97권 26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387면
  • 【분류】
    외교-명(明) / 어문학-문학(文學) / 군사-전쟁(戰爭)

    ○承文院啓曰: "奏文不可一字失實, 不可過爲媚竈之辭。 進攻曲折, 予所不知, 更爲十分從實施行。 且賊鋒雖挫云, 賊鋒果已挫乎? 且從容解圍云, 從容二字, 亦涉於欺誣。 且斬獲一千四百餘級云, 亦須更爲詳察。 深恐失實也。 且欲留兵屯守, 則繼餉無策; 欲撤軍回還, 則隄備蕩然云。 使軍門、經理, 爲此言則可, 豈我國之所當言乎? 其所謂撤軍回還之語, 是何言乎? 我國欲撤唐軍而使之回還之語乎? 予不能知之, 回啓事, 言于承文院事, 傳敎矣。 島山進攻曲折, 外人不得親看, 互相傳說而言之, 惟終始在陣上者, 悉知其狀。 兩日接戰次, 則比往年平壤之戰, 尤快, 奏稿內所記, 只是(哉)〔載〕 錄眼前所看而已。 若解圍時事, 則巳時初, 傳令步兵及病傷之軍, 先爲流出, 未時末, 經理始撤帳幕。 令擺賽楊登山之軍殿後, 一同出來, 船上之賊, 纔爲下陸, 兩將, 還爲追逐, 斬八級, 賊退却。 經理又到放糧處, 査看餘糧盡燒與否, 又令門下官人, 收拾無馬軍兵, 棄置盔甲, 積聚焚燒。 如是留連, 日已昃矣。 到十二里外, 倭賊白奄寺後峯繞出, 經理令馬兵追逐, 則賊少退, 馬兵遠, 則賊又現形, 行幾七八里而止。 此時本國諸人參見者不多, 風聞而傳說, 必有失實。 斬級之數, 則揭報兵部中文書, 有元數, 可以査準。 撤軍回還之語, 則果爲未穩, 上敎允當。 此一款刪改矣。" 傳曰: "知道。"


    • 【태백산사고본】 62책 97권 26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387면
    • 【분류】
      외교-명(明) / 어문학-문학(文學) / 군사-전쟁(戰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