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부가 아뢰기를,

"권지 승문원 부정자(權知承文院副正字) 김유(金瑬)가 복수 초모사(復讐招募使)의 종사관(從事官)으로 충주(忠州)에 왕래할 적에 기생을 데리고 풍악을 울리면서 탄금대(彈琴臺) 아래에서 술을 마셨는데, 그곳은 바로 그의 아비 김여물(金汝岉)이 전사한 곳입니다. 자식이 된 자로서 자기 아비가 전사한 곳에 이르면 울부짖으면서 통곡하여 차마 그곳을 지나갈 수 없는 일인데, 그의 소행이 감히 이와 같았으니 보고 듣는 모든 사람들이 통탄하고 경악하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사판(仕版)에서 삭제시켜 인륜의 기강을 바루소서.

그리고 안팎의 군량이 고갈되었는데도 이어댈 방도가 없으니, 특별히 많이 저곡(儲穀)한 우수한 수령은 당상관(堂上官)으로 승급시키기도 하고 승직(陞職)시키기도 하여 다른 사람을 권면시키는 일을 그만둘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중 겨우 1백여 석을 넘은 자와 겨우 50석이 되는 자에게도 중가(重加)를 제수하고 있어 포장(褒奬)하는 은전이 도리어 중하지 않게 되어버리니 물정(物情)이 모두 미편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납곡 사목(納穀事目)에 의거하면 쌀 1백 70석을 당상에 제수하게 되어 있습니다. 사가(私家)에서 바치는 것도 그 수량이 오히려 이렇게 많은데, 더구나 수령으로서는 관비(官備)한 수량이 이와 같이 적은 데이겠습니까. 파주 목사(坡州牧使) 심일휴(沈日休), 양양 부사(襄陽府使) 이홍로(李弘老), 영동 현감(永同縣監) 정원경(鄭元卿)의 당상 가자(加資)를 아울러 개정하라고 명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아뢴 대로 하라. 다만 수령의 가자에 대한 일은 활법(活法)이 없을 수 없으니, 이미 받은 가자를 이제 고칠 수는 없다."

하고, 이어 전교하기를,

"이런 때에 외방에도 기악(妓樂)이 있는가? 정원에 하문하라."

하였다. 우부승지 최관(崔瓘)이 아뢰기를,

"서북 변방에는 아직도 왕년의 습관에 따라 기악(妓樂)을 폐지하지 않고 있지만 신들이 들은 바에 의하면 충주(忠州)는 분탕된 뒤로 음악 등의 일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옛날에 기악이 있던 지방이니 대간의 의논은 반드시 들은 것이 있어서 말한 것일 것입니다."

하니, 비망기(備忘記)로 이르기를,

"전에 듣건대 외방 수령들이 풍악을 베풀고 잔치를 열고 있는데 혹 봉사자(奉使者)도 그렇게 한다고 하니, 그들의 심술(心術)이 극히 해괴하고도 경악스럽다. 대간이 논하기 전에는 한 사람도 금하기를 청한는 자가 없어 항상 혼자서 탄식이 절실하였다. 이런 때에 나라 안에 어찌 기악을 둘 수 있겠는가. 육진(六鎭)·만포(滿浦)를 제외하고는 모두 혁파하고 통렬히 금지하되 어기는 자에게는 윤상(倫常)을 패란시킨 율(律)로 논할 것을 비변사로 하여금 의논하여 아뢰게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2책 97권 26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387면
• 【분류】
  사법-탄핵(彈劾) / 윤리-강상(綱常) / 재정-군자(軍資) / 인사-관리(管理) / 예술-음악(音樂) / 풍속-풍속(風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