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반사 이덕형이 경리와 분병에 관해 논의한 내용을 전하다
경리 접반사(經理接伴使) 이조 판서 이덕형(李德馨)이 치계하기를,
"경리가 신을 불러 ‘어제 의논했던 분병(分兵)에 관한 일은 배신(陪臣)의 의논이 바로 좋은 모책이었다. 그러나 분병은 본래 대장의 일인데 제독(提督)의 의사가 이와같으니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뒤따라 조용히 의논하여 처리할 따름이다. 내가 이 왜적을 살펴 보건대, 수군(水軍)과 육군(陸軍) 10여 만 군사를 쓰지 않고는 일을 끝낼 수가 없을 것 같다. 일후에 마땅히 수군으로 해로를 차단하고 육군 한 부대로는 사천(泗川)·곤양(昆陽) 사이의 적을 곧바로 격파하고 한 부대로는 언양(彦陽)·양산(梁山)의 왜적을 시살하고 한 부대로는 도산(島山)의 왜적을 공격한다면 일이 제대로 될 것인데 군량의 수송이 아주 긴급하다. 평안도·황해도·충청도·전라도의 재목(材木)이 있는 곳에서 급속히 배를 만들어 해운을 도모해야 한다. 올 봄에 얼음이 점점 풀리면 조운(漕運)이 매우 급할 것인데 각도(各道)에 이문(移文)만 할 뿐이라면 반드시 늦어질 것이니, 특별히 강명하여 일을 주간할 수 있는 사람을 차임하여 그들 처사가 어떠한가와 만든 배의 다소를 살펴 상벌을 명시해야 할 것이다. 또 내가 경상도 형세를 살펴보니, 황량하고 광활하여 한 사람이 홀로 조처하기는 곤란할듯하였다. 그러니 좌도(左道)에서 관찰사 한 명을 차출하여 상주(尙州)·성주(星州) 등처의 일을 조처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금년에는 둔전(屯田)과 연병(練兵) 두 가지 일이 모두 긴요한 일인데도 아직껏 조처한 형지(形止)가 없다. 금년에 잘못 조처하면 본도(本道)의 일은 더욱 수습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전 관찰사 이용순(李用淳)을 바꾸어 차임하는 일은 이미 아뢰었는가?’ 하였습니다.
신이 답하기를 ‘본도는 잔파가 특별히 심하여 인력은 이미 다 없어졌고 남은 것이라곤 토지뿐이다. 진실로 재능이 있어 일을 주간할 수 있는 사람을 얻는다면 한 사람이 또한 겸하여 관섭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국력이 쇠약한 때를 당해서는 사람 쓰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러므로 재능이 있는 자는 뽑아 써야 하고 자리만 지키면서 녹봉(祿俸)만 축내는 자는 즉시 바꾸어 차임해야 한다. 그리고 법도에 의거 상벌을 명시한 다음에야 일을 해 낼 수 있는 것이다.’ 하였더니 의논은 많으나 공은 적다는 것은 《송사(宋史)》에서 일컬은 말이다. 내가 조선을 살펴보니 모두 허문(虛文)과 공담(空談)만을 숭상할 뿐 한 가지도 실효가 없다. 이 습관을 반드시 통렬히 고쳐야 왜적을 평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였습니다."
하였는데, 비변사에 계하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2책 97권 3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375면
- 【분류】군사-전쟁(戰爭) / 군사-병법(兵法) / 군사-병참(兵站) / 외교-명(明) / 외교-왜(倭) / 농업-전제(田制) / 과학-지학(地學) / 인사-임면(任免)
○經理接伴使吏曹判書李德馨馳啓曰: "經理招臣謂曰: ‘昨議分兵事陪臣所論, 正是好謀。 分兵本是大將事, 提督意思如此, 我不得擅便, 隨後從容議處耳。 我觀此賊, 非用水陸十餘萬兵, 不得完事。 日後當以水兵, 繞截海道, 陸兵一起, 直衝泗川、昆陽之間; 一起, 截殺彦陽、梁山之賊; 一起, 攻破島山, 方纔了得, 糧餉轉運, 極爲緊急。 平安、黃海、忠淸、全羅有材木處, 急速造船, 以圖海運。 今春氷漸開, 漕轉甚急, 若行文各道而已, 則必然稽緩, 另差剛明幹事人, 觀其處事何樣, 造船多少, 明示賞罰。 我觀慶尙道形勢, 荒涼廣闊, 一人似難獨爲措置。 左道出一觀察使, 措置慶州等處之事, 右道出一觀察使, 措置尙州、星州等處之事。 此年屯田、鍊兵兩件事, 俱是緊要, 而時無措置形止。 今年若失料理, 則本道之事, 尤不可收拾。 前日觀察使李用淳換差事, 已爲啓知否?’ 臣答稱: ‘本道殘破特甚, 人力則都盡, 而所餘者只土地而已。 苟得有才幹事人, 則一人亦可兼爲管攝, 當此委靡衰替之時, 用人爲急。 才能者拔用, 尸官而費俸者, 輒卽換差。 且以法度, 明示賞罰, 然後可做事矣。’ 〔經理曰:〕 ‘議論多而功少, 乃是《宋史》所言。 我觀朝鮮, 都尙虛文、空談, 未有一件實效。 此習必須痛革, 倭賊可平矣。’" 啓下備邊司。
- 【태백산사고본】 62책 97권 3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375면
- 【분류】군사-전쟁(戰爭) / 군사-병법(兵法) / 군사-병참(兵站) / 외교-명(明) / 외교-왜(倭) / 농업-전제(田制) / 과학-지학(地學) /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