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문을 만나 승전을 축하하고, 가등청정을 사로잡을 계획을 논의하다
상이 군문(軍門)에게 행행하여 의식대로 배례를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울산의 승첩은 모두 황제의 은혜이자 대인의 위엄이었소이다."
하니, 군문이 말하기를,
"어제 제독(提督)의 차인(差人)에게 들었습니다. 가등청정이 서생포에서 밤에 울산으로 달려왔다가 울산이 이미 무너졌으므로 도산(島山)으로 들어갔다 하니 얼마 안가서 생포하게 되었습니다. 울산이 함락되던 날 왜장 한 사람이 금갑(金甲)을 입은 채 죽었는데, 이 자도 청정과 같은 관원이라고 합니다. 청정이 사람을 너무 많이 죽였으므로 그 운명이 다하여 스스로 도산으로 들어갔으니, 아군이 해안을 차단하면 부산(釜山)·양산(梁山)과 전라도의 적이 감히 구원하러 오지 못할 것입니다."
하고, 또 말하기를,
"전라도의 적이 저대로 발동한다면 응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작은 이득을 보고 경솔히 진격하게 되면 일은 여의치 못하고 군위(軍威)만 손상시키지 않을까 매우 우려됩니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분부가 지당하외다. 그러나 군사를 거느리고 있는 배신(陪臣)이 불공대천의 원수에 대해 너무도 마음 아파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외다."
하니, 군문이 말하기를,
"이기면 참으로 좋겠으나 만약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게 되면 관계되는 바가 작지 않습니다. 십분 당부하여 천만 조심하도록 하소서. 적병이 적다면 형세를 보아 도모할 수 있지만 역시 천병(天兵)과 약속하여 같이 거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여러 적 중에 청정이 가장 강하니 청정을 격파한다면 나머지 적은 셀 것도 못 되오이다. 이번이 바로 소방이 재조될 수 있는 기회외다."
하니, 군문이 말하기를,
"청정은 반드시 격파될 것입니다. 병마(兵馬)는 족하지만 양초(糧草)가 넉넉지 못하면 일을 속히 성사시킬 수 없습니다. 양초를 독촉하여 이어대는 일이 매우 긴급합니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삼가 분부를 받들겠소이다. 어찌 감히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겠소이까. 황은이 망극하여 아침에 신하들을 거느리고 북향하여 머리 조아리고 그대로 배정(拜庭)하였소이다."
하니, 군문이 말하기를,
"앞으로는 태평할 것이라고 하며 저희도 머리 조아려 축하의 절을 올렸습니다. 듣건대 정월 20일 께 복건(禮建)의 수병(水兵)이 곧장 관백(關白)의 소굴로 향한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성상께서 조선을 위하여 10성(省)의 병마를 조발하였는데 동원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황제의 은혜가 한이 없습니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동방 사람들이 천추 만세를 두고도 갚지 못할 것입니다."
하니, 군문이 말하기를,
"듣건대 귀국의 의병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데 중요한 것은 양심을 부추겨 진작시키는 것입니다. 적에게 투항한 사람도 잘 초유(招諭)할 것이요 함부로 베어서 나오고자 하는 마음을 단절시키지 마소서."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분부대로 따르겠소이다. 대인의 지휘에 따라 개유하여 불러온 자가 이미 많소이다."
하고, 또 말하기를,
"과인이 직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여러 대인들을 거듭 수고롭히니 마음이 늘 불안하외다."
하니, 군문이 말하기를,
"조선 사람도 역시 중국 사람인데 심유경(沈惟敬)이 강화(講和)한 것은 일을 매우 그르친 것입니다. 강화하지 않고 그 사이 오로지 군량의 일에만 전념하였더라면 오늘날 어찌 이렇게 되었겠습니까."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모두가 소방의 일을 위해서인데 무거운 죄에 빠지게 되었으니, 어찌 억울하지 않겠소이까. 바라건대 대인은 애써 구제하여 주기 바라오. 오로지 믿겠소이다."
하니, 군문이 말하기를,
"국왕의 뜻은 그의 정상을 참작하여 곡진히 용서하려 하지만 일을 그르친 죄는 사면하여 줄 수가 없습니다. 그의 처자들은 이미 충군(充軍)되었고 그 자신도 지금 사죄(死罪)에 들어 있습니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소방은 곧 번방(藩邦)이어서 천조(天朝)의 사체를 감히 알 수가 없습니다만 바라건대 대인께서 신리(伸理)하여 주기 바라오. 근일 사은사(謝恩使)의 사행이 있게 되는데 소방이 이 사행에게 신리시킬 것을 상주(上奏)하려 하외다. 이 계획이 어떠하겠소이까?"
하니, 군문이 말하기를,
"지금은 큰일이 성취되지 않아서 허장(虛張)에 관계될까 싶습니다. 큰일이 성취되고 나서 황상께서 기뻐하실 적에 상본(上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자, 상이 말하기를,
"삼가 따르겠소이다."
하고, 드디어 하직하고 나왔다. 상이 환궁하였는데 군문이 회례차(回禮次) 왔다. 상이 읍(揖)하고 사례하였다. 군문이 말하기를,
"당장 사람을 보내어 전라도의 장관(將官)에게 작은 이득을 탐내어 큰일을 그르치지 말게 하라고 분부하소서. 광양(光陽)의 싸움에서 김응세(金應世)가 죽었으니 군민(軍民)도 반드시 많이 죽었을 것입니다. 얻은 것은 적고 잃은 것은 많으니 어찌 손해만 보고 이득은 없는 결과가 아니겠습니까. 우선 대군이 오기를 기다려 거사하여도 늦지 않습니다. 이 일을 서둘러 각 장관에게 선유(宣諭)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니, 상이 말하기를,
"즉시 사람을 차출하여 급히 보내서 각별히 신칙하겠소이다."
하자, 군문이 말하기를,
"일이 많아서 그만 물러가겠습니다."
하였다. 상이 예물 단자를 증정하니 군문이 종이만 받았다.
- 【태백산사고본】 61책 95권 27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356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전쟁(戰爭) / 군사-특수군(特殊軍) / 호구-이동(移動)
○上幸軍門, 拜如儀。 上曰: "蔚山之捷, 皆皇上之恩, 大人之威。" 軍門曰: "昨聞於提督差人, 淸正自西生, 夜赴蔚山之急, 蔚山已破, 奔入島山, 會當生擒此賊。 破蔚之日, 倭將一人, 着金甲而死, 此亦淸正一樣官云。 淸正殺人極多, 其命自盡, (來)〔奔〕 入島山, 我兵攔阻海岸, 梁山、釜山、全羅之路, 賊不敢來救云。" 又曰: "全羅之賊, 自爲發動, 不得不應, 若見小利, 先自輕進, 深恐事不如意, 只損軍威也。" 上曰: "分付至當。 但領兵陪臣, 痛心於不共戴天之讎, 故如許耳。" 軍門曰: "勝固善矣, 而若少失誤, 所關不細。 十分申飭, 千萬自愼。 賊兵若少, 相勢可圖, 而亦可與天兵約束, 共擧爲妙。" 上曰: "諸賊之中, 淸正最强。 淸正破, 則餘賊不足數。 此正小邦再造之秋。" 軍門曰: "淸正必破矣。 兵馬亦足矣, 但糧草不敷, 則事不速成。 催糧以繼, 至緊至急。" 上曰: "謹領分付。 豈敢少緩? 皇恩罔極, 朝日率群臣, 北向叩頭, 以此拜庭。" 軍門曰: "從此太平, 俺亦稽賀拜。 似聞正月念間, 福建水兵直指關白窟穴云矣。 我聖上爲朝鮮, 調發十省兵馬, 無處不動。 皇恩無限。" 上曰: "東方之人, 萬世千秋, 不知所報。" 軍門曰: "聞貴國義兵處處而起, 要在因其良性, 興起振作。 投賊之人, 亦善招諭, 愼勿誅殺, 以絶其出來之心。" 上曰: "依分付爲之。 以大人指揮, 開諭出來者, 亦已多矣。" 上曰: "以寡人失職之故, 重勞諸大人, 心常踧踖。" 軍門曰: "朝鮮之人, 亦中國之人也。 沈惟敬之講和, 誤事極矣。 若不爲和事, 而其間專意於兵食之事, 則今豈如此?" 上曰: "莫非爲小邦之事, 而將陷重罪, 豈不冤乎? 願大人曲救之。 專恃專恃。" 軍門曰: "國王之意, 曲恕其情, 誤事之罪, 在所不赦。 其妻子已充軍, 其身方入死罪。" 上曰: "小邦是藩邦, 天朝事體, 不敢與知, 而願大人申理焉。 近日當有謝恩之行, 小邦欲於此行, 上奏申理。 此計如何?" 軍門曰: "今則大事未成, 恐涉虛張。 大功旣成, 皇上方喜之時, 上本則可矣。" 上曰: "謹領。" 遂辭出, 上還宮。 夕軍門回禮。 上作揖以謝。 軍門曰: "卽須送人, 分付全羅將官, 不要貪小利而誤大事。 光陽之戰, 金應世之死, 軍民死亦必多矣。 所得少而所亡大, 豈非有害而無益? 姑待大兵之至,而爲之未晩。 此事急急宣諭於各將官爲當。" 上曰: "卽當差人馳去, 各別申飭。" 軍門曰: "多事, 請辭。" 上呈禮單, 軍門只受紙。
- 【태백산사고본】 61책 95권 27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356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전쟁(戰爭) / 군사-특수군(特殊軍) / 호구-이동(移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