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독 마귀가 답방하여 군량 조달, 적의 형세에 대한 정탐 등을 부탁하다
상이 별전에 나와서 마 제독을 접견하였다. 【회답하는 예이다. 】 상이 절을 청하니 제독이 말하기를,
"그저께 교외까지 나와 수고하시고 오늘 아침에 또 찾아주신데다 하정(下程)까지 보내주시니 감사합니다. 절을 하여 사례하고자 합니다."
하니, 상이 감히 받을 수 없다고 사양하였다. 제독이 읍하기를 청하자, 상이 따랐다. 읍을 한 다음 상이 또 청하기를,
"대인이 누지(陋地)에 왕림하시니 절하여 사례하겠습니다."
하니, 제독이 말하기를,
"당치 않습니다."
하고, 드디어 서로 읍한 다음 자리에 나갔다. 제독이 말하기를,
"오늘 아침에 가르침을 받고 비로소 왜적이 신묘년275) 에 서신을 보내서 길을 빌리려고 한 일을 알게 되었습니다. 양 도야(楊都爺)도 말하기를 ‘조선은 2백 년 동안 공순하게 대국을 섬겼고 사람마다 예의를 알고 풍속도 시서(詩書)를 숭상하니 그럴 리는 만무하다…….’ 하였습니다. 우리들이 여기에 와서 모두 사정을 아니 의심하거나 염려하지 마시고 안심하소서."
하니, 상이 말하기를,
"대인이나 양 대인은 자세하게 우리의 사정을 알지만 온 천하 사람들이 어찌 다 알겠습니까. 끝내 우리의 실정이 온 천하에 알려지지 않을까 두려우며 이 때문에 원통하고 민망함이 지극합니다."
하였다. 제독이 웃으면서 말하기를,
"어찌 알지 못할 이치가 있겠습니까."
하니, 상이 말하기를,
"간곡하신 분부는 감사하며 감격함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하였다. 제독이 말하기를,
"우리 군사는 이미 세 영(營)으로 나누어 각각 세 길을 따라 내려가게 하였으니, 이방춘(李芳春)·이여매(李如梅)·해생(解生)입니다."
하니, 상이 말하기를,
"군사의 기밀은 비밀로 해야 하니 차를 마신 후에 사람을 내보내고 이야기합시다."
하자, 제독이 즉시 옆에 있는 사람들을 물러가게 하고 말하기를,
"저쪽의 일을 자세히 알 수가 없습니다. 귀방의 장희춘(蔣希春)이나 송운(松雲)을 왜영(倭營)에 들여보내 어느 적장은 어느 곳에 있고 군대는 얼마나 되며 새로 건너온 왜적은 얼마이고 어느 땅에 주둔하고 있으며 철수할 계획인지 영주할 뜻이 있는지를 자세히 탐지한 다음에야 거사할 수가 있습니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보내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무슨 명목으로 보낸단 말이오. 전에는 서로 교제를 해왔으므로 왕래함에 애로가 없었으나 지금은 사정이 전과 다릅니다. 설사 들어간다 하더라도 사세가 이러하니 왜적의 정상을 자세히 알 수 없을까 염려됩니다. 그리고 대군이 남쪽으로 내려가는 시기는 어느 때로 정했습니까? 우리 나라의 남쪽 지방이 탕패되어 양곡을 조치하는 일이 극히 걱정되는데 이는 대인도 잘 알고 있는 일입니다. 이 때문에 본국의 군신(君臣)들은 밤낮으로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하자, 제독이 말하기를,
"전일에 가등청정(加藤淸正)이 송운과 장희춘에게 보낸 서신에 ‘너희가 비록 온다 해도 군대의 출동은 그만둘 수 없으니 훗날을 위한 계획을 하지 않아서는 안 될 것이다.’고 하였으니, 이 서신의 답장을 가지고 가서 ‘너희가 이제 전라·충청도를 짓밟았으니 전과 같이 화란만 만들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다시 화친을 맺자.’고 말하면 왕래할 좋은 기회가 없지도 않을 것이니, 이러한 핑계로 적병의 많고 적음과 그 내부의 사정을 탐지함이 옳을 것입니다. 군사의 시기는 미리 말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일찍 한다고 말했어도 늦을 수가 있고 늦게 한다고 말했어도 이를 수도 있으니, 속히 양초를 조치해 두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남쪽으로 내려간 후에는 본국의 군마(軍馬)도 모이게 하여 우리 병영에 분속시켜서 성세(聲勢)를 돕기도 하고 혹은 선봉(先鋒)도 해야 합니다. 대체로 이번 일을 비밀로 하여 송운이나 장희춘으로 하여금 아군이 출동하는 것을 모르게 하고 전적으로 화친을 위해서 보내야 합니다."
하니, 상이 말하기를,
"대인의 분부에 따라 보내야겠는데 이 사람들이 모두 외지에 있으니 급히 불러와서 대인의 조처를 듣게 하겠습니다. 또한 남쪽 지방의 군사는 각자 지키는 땅이 있으니 서북(西北)에 있는 군사를 불러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고, 좌부승지 한준겸을 돌아보고 이르기를,
"이 일은 극히 어려우니 대신에게 의논하도록 하라."
하였다. 제독이 말하기를,
"저의 분부를 들어서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있는 곳에서 보내도록 하고, 또 이와 같은 사람을 많이 얻어서 연이어 들어가 정탐함이 옳습니다. 병마(兵馬)를 미리 불러오면 식량을 잇대기 어려우니 먼저 도로의 멀고 가까움을 정한 다음에 시기에 따라 오게 하여 저의 삼영(三營)에 합하여 진영을 통합함으로써 부오(部伍)와 장관(將官)의 면목(面目)을 알게 해야 합니다."
하니, 상이 말하기를,
"분부에 따르겠습니다마는 세 갈래 길을 안 다음에야 양초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하자, 제독이 말하기를,
"첫째는 양초를 준비하는 일이고, 둘째는 송운과 장희춘을 왜영(倭營)에 보내서 적의 형세를 정탐하는 일이며, 셋째는 전라도의 구례·곡성·광주·나주 등지에 적병이 주둔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아는 일입니다. 적의 형세를 자세하게 안 뒤에야 군사를 움직일 수 있습니다."
하고, 이어 물러가겠다고 하니, 상이 일어나서 예단(禮單)을 바치며 말하기를,
"이것은 변방에서 왜적을 포획할 때에 얻어 보낸 것이기에 바치는 것입니다." 【왜창(倭槍) 한 자루와 왜검(倭釰) 한 자루이다. 】
하니, 제독이 먼젓번에도 받았기 때문에 이제 다시 받을 수 없다고 사양하자, 상이 말하기를,
"이는 다른 물건과 달라 바로 싸우는 도구이니 물리치지 마시오."
하자, 제독이 말하기를,
"우선 여기 두십시오. 사람을 보내서 가져가겠습니다."
하고, 드디어 서로 읍하고 나갔다.
- 【태백산사고본】 60책 93권 51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328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軍事)
- [註 275]신묘년 : 1591 선조 24년.
○上御別殿, 接見麻提督。 【回禮也。】 上請拜, 提督曰: "昨勞於郊外, 朝又枉顧, 且送下程, 多謝。 請拜以謝。" 上辭以不敢。 提督仍請揖, 上從之。 作揖訖, 又請曰: "大人來臨陋止, 拜以謝之。" 提督曰: "不敢。" 遂相揖就座。 提督曰: "朝承指敎, 始審倭賊之於辛卯年, 投書假道之說矣。 楊都爺亦言之耳。 都爺曰: ‘朝鮮二百年, 恭順事大, 人知禮義, 俗尙詩書, 萬無此理云云。’ 俺等來此, 盡知事情, 幸勿疑慮, 須安心。" 上曰: "大人與楊大人, 則詳知小邦事情矣, 天下之人, 豈能盡知哉? 終恐小邦之事, 無以暴白於天下, 以此冤痛悶迫之至。" 提督笑曰: "豈有不知之理?" 上曰: "丁寧分付, 多謝, 不勝感激。" 提督曰: "俺兵馬, 已分三營, 各從三路而下, 李芳春、李如梅、解生也。" 上曰: "兵機, 貴秘密, 請行茶後, 辟人語之。" 提督卽辟左右之人, 提督曰: "彼處事, 不得詳知。 貴邦蔣希春, 或松雲, 入送倭營, 必須詳探某賊將在某處, 軍兵若干, 又新渡之賊若干, 屯據某地, 有撤還之計耶, 有永駐之意, 然後可以擧事矣。" 上曰: "送則送矣, 未知以何名送耶。 前則與之羈縻, 故出入無礙, 今則事與前異。 雖或入去, 事勢如此, 恐不能詳知賊情也。 且大兵南下之期, 定在何間? 小邦南方板蕩, 措置糧料, 極爲悶迫, 大人之所素知也。 以此小邦君臣日夜煎悶矣。" 提督曰: "前日淸正遺松雲、蔣希春書曰: ‘爾雖來, 動兵不可已矣, 不可不爲後日之計云。’ 以此答書, 以往謝曰: ‘爾今則已搶全羅、忠淸道, 不必如前搆禍, 今可更結和好云云。’ 則不無往來之好, 便以此探見賊兵多少, 其中事情可也。 師期難可預言。 俺言早則晩, 言晩則早, 須速措糧草可可。 南下之後, 須聚本國軍馬, 分屬俺營, 以爲聲勢, 或作先鋒矣。 凡此事, 須秘密爲之, 使松雲、蔣希春, 不得預知師期, 專爲和好而送, 可矣。" 上曰: "當依大人分付入送, 而此人等俱在外方, 當急速招來, 以聽大人調用。 且南方之兵, 各守信地。 然則招西北兵來耶?" 顧謂左副承旨韓浚謙曰: "此事極難, 議于大臣。" 提督曰: "不須聽俺分用, 自其在處下送, 且須多得如此之人, 連絡入探可也。 兵馬則預爲徵來, 則糧餉難繼, 先定道路遠近, 然後臨期調來, 合于俺三營, 使合營, 一試知部伍及將官面目, 可也。" 上曰: "當依分付, 三路必須預知, 然後可備糧芻。" 提督曰: "第一, 糧草措置事也; 第二, 松雲、蔣希春入送倭營, 探試賊勢事也; 第三, 全羅道、求禮、谷城、光州、羅州等處, 賊兵屯駐與否事也。 詳知賊勢, 然後可以擧師矣。" 仍告辭, 上起呈禮單曰: "此邊捕倭得送, 故呈之。 【倭槍一把、倭劍一口。"】 提督辭以前已受之, 今不敢再, 上曰: "此非如他物, 乃戰具也, 請勿却。" 提督曰: "姑留此。 當差人拿去。" 遂相揖而出。
- 【태백산사고본】 60책 93권 51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328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軍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