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진에 거둥하여 제독 마귀를 맞아 위로하다
상이 동작(銅雀) 강가에 거둥하여 마 제독(麻提督)을 맞아 위로하였다. 제독이 날이 저물어서야 당도하였는데 상이 맞아 장막 속으로 들어가서 절을 청하니, 제독이 말하기를,
"교외(郊外)이니 읍으로 합시다."
하니, 상이 말하기를,
"대인이 먼 길에 오셨으니 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였다. 제독이 말하기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읍으로 합시다."
하자 상이 따랐다. 제독이 말하기를,
"자주 사람을 보내 위문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절하겠습니다."
하니, 상이 말하기를,
"당치 않습니다."
하고, 이어 청하기를,
"대인께서 우리 나라의 일로 만리 길을 힘들여 오셔서 풍설(風雪)을 무릅쓰고 고생하다 돌아오셨으니 절을 하여 감사해야겠습니다."
하니, 제독이 사양하므로 드디어 읍만 하고 자리에 앉았다. 상이 말하기를,
"추운 날씨 먼 길에 기체(氣體)가 어떠하십니까?"
하니, 제독이 말하기를,
"돌아올 때는 불편한 것 같았는데 이젠 왕께서 살펴주셔서 회복이 되었습니다."
하고, 또 말하기를,
"곡성(谷城)의 왜적이 양식을 저장해두고 방위망을 만들어 오래 주둔할 계획을 하다가 이 부총(李副摠)이 【이름은 이여매(李如梅)이다. 】 공격할 기미를 알고서는 밤에 도망하여 구례로 운송하고 있었는데 통사(通事)를 시켜 2백 70여 명을 빠져나오게 했으며, 부총이 또 구례까지 쫓아가니 왜적이 또 달아났습니다. 그 후에 다시 구례에 주둔하려 하므로 또 쫓아내게 했더니 적은 이제 물러가 진주로 향하였습니다. 해남의 왜적이 또 남원으로 향해 오므로 제가 쫓게 하니 진주로 도망하였는데, 지금 들으니 다시 남원 등지로 모여든다고 합니다."
하니, 상이 말하기를,
"남원과 구례의 소식은 우리 나라의 변장(邊將)들도 보고하였습니다마는 해남의 왜적이 돌아갔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지금 대인의 말을 들으니 이는 필시 대인의 위력이 두려워서 도망한 듯하니 무어라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고, 상이 또 말하기를,
"황은이 망극합니다. 전라·충청·경기 등 지역의 탕패가 극심하여 식량을 마련하지 못해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였으므로 많은 천병(天兵)들이 굶주렸을 것입니다. 매우 황공합니다."
하니, 제독이 말하기를,
"내려갈 때는 왜적이 겨우 물러간 상황이었으니 식량을 어떻게 조달할 수 있었겠습니까. 사람은 마른 식량을 먹고 말도 들판의 풀을 먹었습니다만 올라올 때는 양곡도 준비되고 백성도 점점 돌아와서 제가 매우 기뻐하였습니다. 이러한 뜻을 마땅히 양 도원(楊都院)에게 고할 것입니다. 전라도 포정사(布政使) 황신(黃愼)은 재간이 있고 계책도 능란하며 적의 실정을 자세히 알고 있으니 매우 훌륭한 사람입니다."
하였다. 상이 차를 마시라고 하니, 제독이 말하기를,
"좌상(座上)에서 마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자, 상이 따랐다. 상이 말하기를,
"해남의 왜적이 올라올 때 대인이 아니었으면 백성들이 어육(魚肉)이 되었을 것인데 대인의 덕분에 생존하게 되었으니 감격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하니, 제독이 말하기를,
"제가 만약 내려가지 않았더라면 전주 등 지역이 다시 침략을 당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다만 왜적을 많이 베지 못한 것이 한스럽습니다."
하고, 또 말하기를,
"술은 마시지 맙시다."
하니, 상이 말하기를,
"대인이 먼 길에서 돌아오셨으니 술로 감사한 마음을 답하려 합니다."
하자, 제독이 따랐다. 상이 자리에서 내려와서 술을 권하니, 제독이 말하기를,
"저의 군사가 장성(長城)에 가 있었으므로 왜적이 순창(淳昌)을 경유해서 도망했습니다. 저의 군사가 순창까지 쫓아가서 공방전을 벌여 처치한 왜적이 18명이었는데 적은 이 때문에 감히 위로 침범해 오지 못하고 남원을 경유하여 달아났습니다."
하였다. 술이 한 순배 돌자 제독이 물러가려 하니, 상이 말하기를,
"대인이 우리 나라를 위해 고생하셨으니 몇 잔 더 올려 감사하고 싶습니다."
하니, 제독이 말하기를,
"그렇다면 한 잔만 더 받겠습니다. 양 도야(楊都爺)가 문 밖에 와서 기다릴 것이니 급히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리에서 내려오지 마시고 좌상에서 권합시다. 높은 정의는 이미 마음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였다. 또 말하기를,
"말하고 싶은 것은 많으나 바빠 다 아뢰지 못하오니 다시 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하고, 두 잔을 마신 다음 제독이 물러가겠다고 하였다. 상이 예단을 바치자, 제독은 감사하다고 하였고, 서로 읍하고 떠났다.
- 【태백산사고본】 60책 93권 49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327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軍事) / 재정-국용(國用)
○甲申/上幸銅雀江邊, 迎慰麻提督。 提督日晩乃至, 上迎入帳內, 請拜, 提督曰: "郊外也, 請揖。" 上曰: "大人遠路纔回, 不可不拜。" 提督曰: "不敢。 請揖。" 上從之。 提督曰: "屢承差人以問, 多謝。 請拜。" 上曰: "不敢。" 仍請曰: "大人以小邦事, 跋涉萬里, 觸冒風雪, 勤苦歸來, 作拜以謝。" 提督辭, 遂揖就座。 上曰: "天寒遠路, 氣體若何?" 提督曰: "歸時似不平, 而今則賴國王庇己, 得平復矣。" 提督曰: "谷城之賊, 儲糧築寨, 爲久屯之計, 賊探知李副總 【如梅。】 往擊之機, 宵遁向求禮, 副總追躡, 斬得二級。 朝鮮人輸運糧穀于求禮, 令通事, 誘出二百七十餘人, 副總又追到求禮, 賊又遁走。 厥後復屯于求禮, 又令逐之, 賊已退向晋州矣。 海南之賊又向南原, 俺令逐之, 亦遁向晋州, 今聞之則方聚于南原等處矣。" 上曰: "南原、求禮之報, 則小邦邊將亦馳報, 而海南之賊撤歸之言, 未之知矣。 今聞大人之言, 此必是畏大人威, 退遁矣, 不知所謝。" 上曰: "皇恩罔極。 全羅、忠淸、京畿等一路, 蕩敗已極, 糧餉未辦, 支供缺誤, 天兵必多飢餒。 惶恐惶恐。" 提督曰: "下去時則賊兵纔退, 糧何得以措及乎? 人食乾糗, 馬喫郊草, 上來時則糧資足辦, 人民稍稍還集, 俺甚喜悅。 此意, 當告楊都院。 全羅布政使黃愼, 有幹能、心計, 詳知賊情, 甚好人也。" 上曰: "請茶。" 提督曰: "可於座上行之。" 上從之。 上曰: "海南之賊, 上來之時, 靡大人, 民必魚肉矣。 賴大人, 得保生全, 不勝感激。" 提督曰: "俺若不下, 則全州等處, 再被焚掠, 必矣。 但恨不能多殺賊。" 且曰: "請勿行酒。" 上曰: "大人遠路歸來, 請以酒爲謝。" 提督從之。 上下座行酒, 提督曰: "俺之軍兵, 往在長城, 故賊由淳昌而去。 俺兵追往淳昌, 防勦斬獲十八級, 賊由是不敢上犯, 由南原遁走矣。" 酒一行, 提督將辭去, 上曰: "大人爲小邦勞悴, 請加數杯以謝。" 提督曰: "然則當領一杯。 楊都爺來候門外, 不可不快去。 請勿下座, 於座上行之。 高情, 已心領矣。" 又曰: "欲言者多, 忙了未及盡布。 當詣拜以盡。" 行兩爵, 提督遂告辭。 上呈禮單, 提督稱多謝, 相揖而罷。
- 【태백산사고본】 60책 93권 49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327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軍事) / 재정-국용(國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