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격 심유경을 협상대표로 보내는 것에 대해 좌의정 김응남이 의문을 제기하다
좌의정 김응남(金應南)이 상차(上箚)하였는데, 그 대략에,
"대적(大賊)이 쳐들어와서 장차 도성을 핍박하려 하는데, 중국 병사는 수가 적어 약하고 우리 군사는 무너져 흩어졌으니 오늘날의 일이 진실로 통곡스럽습니다. 만약 전쟁을 완화시킬 수만 있다면 아무리 구차스럽고 고식적(姑息的)인 것이라 하더라도 피할 수 없겠습니다만 그것이 도움은 없고 해만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안다면 또한 경거 망동하여 후회를 끼쳐서도 안 됩니다.
그런데 지금 왜노(倭奴)가 심 유격(沈遊擊)을 초치하여 전쟁을 늦추려 하고, 소 안찰(蕭按察) 역시 심 유격을 이용하여 전쟁을 늦추려고 합니다. 심 유격은 바로 왜노와 친밀한 처지이며 소 안찰과 심 유격도 또한 친밀한데, 왜노가 굳이 심 유격을 통하려고 하고 소 안찰이 꼭 심 유격을 보내려고 하는 것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형 군문(邢軍門)은 심 유격의 정상(情狀)에 노하여 그를 적신(賊臣)으로 지목하고 있고, 제독(提督)과 경리(經理)도 안찰을 꼭 옳게만 여기는 않습니다. 그리고 양 총병(楊總兵)은 요사이 왜노가 한 짓을 심 유격이 사주(使嗾)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데, 황조(皇朝)에서까지 여러 사람들이 일제히 분개하여 바야흐로 죄를 다스리려 하고 있습니다. 지금 만약 안찰의 요청만 듣고서 경솔하게 제본(題本)을 올리고 자문(咨文)을 보낸다면, 지금 와 있는 중국 장수의 마음만 크게 잃을 뿐 아니라 아마도 후일에 이 일로 인하여 천하의 공론(公論)에 죄를 얻을까 염려스럽습니다.
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형 군문이 이미 오종도(吳宗道)로 하여금 몸소 왜적의 군영에 가서 전쟁을 완화시키는 계책을 세우도록 하였으니 이 사람은 언론과 신의가 또한 충분히 견양(犬羊)의 마음을 돌이킬 수 있는 사람입니다. 자신만을 도모하고 죄를 우리 나라에 전가시킨 심 유격과 비교하면 어찌 하늘과 땅의 차이일 뿐이겠습니까. 만약 종도가 군문의 명령을 받고 가서도 일을 성공시키지 못한다면, 아무리 1백 명의 심 유격이 있을지라도 또한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신이 비록 보잘것없지만 대신의 반열에 끼게 되었습니다. 대체로 큰일을 당하여는 각자 소견이 있는 법이니, 어찌 그 똑같지 아니한 것을 강변하여 같게 할 수야 있겠습니까."
하니, 답하기를,
"오종도가 내려갈 것이라고 하였다면 심유경(沈惟敬)은 내려갈 필요가 없다. 비변사에 의논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9책 92권 22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297면
- 【분류】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軍事)
○左議政金應南上箚。 略曰
大賊衝斥, 將迫都城, 天兵寡弱, 我軍潰散, 今日之事誠可痛哭。 如或可以緩兵, 則苟且姑息, 固不可避, 但明知其無益而有害, 則亦不可輕擧妄作, 以貽後悔也。 今者倭奴欲致沈遊擊緩兵, 蕭按察亦欲用沈緩兵。 沈乃倭奴之所密, 而蕭與沈又密, 倭奴之必欲因沈, 蕭之必欲送沈者, 未知何意也。 況邢軍門怒沈情狀, 目之以賊臣, 提督、經理亦未必以按察爲是。 楊緫兵, 以近日倭奴所爲, 爲沈之指嗾, 而至於皇朝, 衆口齊憤, 方欲治罪。 今若只聽按察之請, 輕自上本移咨, 則非徒大失, 今來 天將之心, 抑恐他日, 因此一事, 得罪於天下之公議也。 臣之愚意, 邢軍門已令吳宗道, 躬詣賊營, 以爲緩兵之計。 此人言論、信義, 亦足以回犬羊之心, 而比諸沈之只爲身謀, 而歸罪我國者, 何啻霄壤? 若宗道持軍門之令, 而不得成事, 則雖有百沈, 亦何爲哉? 臣雖無狀, 忝在大臣之後, 凡遇大事, 各有所見, 豈可强其不同者而同之?
答曰: "吳宗道當爲下去云, 沈惟敬不須下去。 議于備邊司。"
- 【태백산사고본】 59책 92권 22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297면
- 【분류】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軍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