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전에 나아가 경리 양호를 접견하고 사퇴의 뜻을 쓴 글을 전하다
상이 별전(別殿)에 나아가 양 경리(楊經理)를 접견하였다. 상이 경리와 사배례(四拜禮)를 행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대인(大人)께서 누추한 땅에 광림(光臨)하셨으니 절을 하여 사례하겠습니다."
하니 경리가 말하기를,
"감히 수고를 끼쳐드릴 수 없습니다."
하였다. 상이 재차 요청하니, 경리가 그대로 따랐다. 경리가 말하기를,
"두 왕자(王子)는 무고합니까? 후일에 한번 서로 만나보고 싶습니다."
하고, 경리가 물러가겠다고 하자, 상이 말하기를,
"원컨대 조금만 앉아 주십시오. 여쭈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지금 변보(邊報)가 막 도달하였으니 번거롭지만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하였다. 이덕형(李德馨)이 나아가 아뢰기를,
"중국 병사를 먼저 보내어 인심을 수습해야 되는 일을 경리에게 품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자, 상이 말하기를,
"왜적의 선봉(先鋒)이 이미 은진(恩津)·연산(連山)의 지경에 다가와 이곳과 거리가 매우 가까우므로 인심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중국 병사를 파견하여 성원(聲授)해 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경리가 말하기를,
"이미 알고 있습니다. 군마(軍馬)를 나눠 보내어 왜적을 방어하겠습니다."
하였다. 상이 좌석에서 내려와 친히 수첩(手帖)을 드리니, 경리 역시 좌석에서 내려와 그 수첩을 받아 다 보고나서 좌우에게 전해주었다. 상이 말하기를,
"대병(大兵)이 집결하기도 전에 왜적의 기세가 호대(浩大)하여, 지금 왜적이 이미 공주(公州)에 이르렀는데 장차 서울을 곧장 들이칠 염려가 있으니, 앞으로의 방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대인의 분부를 듣고 싶습니다."
하니, 경리가 말하기를,
"왜적이 만약 침범하면, 그 기세를 관찰하여 병사가 많은가 적은가를 헤아려보아 싸울 만하면 싸우고 지킬 만하면 지키겠습니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끝까지 구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니, 경리가 말하기를,
"마음과 힘을 다하겠습니다만, 재능이 미치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하자, 상이 말하기를,
"우리 나라의 일 때문에 대인으로 하여금 걱정하고 수고하시도록 하였으니 미안한 마음을 가누지 못하겠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9책 92권 4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288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軍事)
○上御別殿, 接見楊經理。 上與經理行四拜禮。 上曰: "大人光臨陋地, 請拜以謝。" 經理曰: "不敢勞。" 上再請, 經理從之。 經理曰: "兩王子無恙乎? 後日願一相見。" 經理請辭, 上曰: "願賜小坐。 當有稟事。 目今邊報始到, 幸塵尊覽。" 李德馨進曰: "先送天兵, 收拾人心事, 須稟于經理何如?" 上曰: "賊鋒, 已迫恩津、連山之境, 去此甚近, 人心崩潰。 請分送天兵, 以爲聲援何如?" 經理曰: "已知之矣。 當分送軍馬, 勦捕防截。" 上下座, 親呈手帖, 經理亦下座受之, 覽訖, 傳與左右。 上曰: "大兵未集, 賊勢如此浩大, 今賊已到公州, 將有直衝之患, 未知前頭防備, 何以爲之? 願聽大人分付。" 經理曰: "賊若犯突, 則當觀其勢, 量其衆寡, 可戰則戰, 可守則守。" 上曰: "願終始圖濟。" 經理曰: "當盡心力, 但恐才能未逮耳。" 上曰: "以小邦之事, 至使大人憂勞, 不勝未安。"
- 【태백산사고본】 59책 92권 4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288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軍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