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격 파새를 접견하다
상이 파 유격(擺遊擊)의 【이름은 파새(擺賽)이다. 】 거처에 행행하여 접견례(接見禮)를 행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양 대인(楊大人)이 우리 나라를 위하여 외로운 성을 홀로 지키다가 마침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아직도 그의 생사조차 알 길이 없으니 이런 비참한 일이 있을 수 있소이까. 놀랍고 통분한 마음 이루 말할 수 없소이다."
하니, 유격이 말하기를,
"하늘이 그렇게 한 것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국왕께서는 걱정 말고 마음을 놓으십시오. 뒤에 대군이 속속 나오고 있으니 이 적을 섬멸할 날이 곧 올 것입니다. 남원 한 고을과 총병 한 사람쯤이야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이를 계기로 사람들이 모두 분발하여 흉적을 기어코 섬멸하겠다는 의지를 갖게 된다면 오히려 국왕에게 홍복(洪福)이 아니겠습니까. 마초와 군량을 비축하여 대군을 맞이할 차비만 하면 됩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처음 대인을 보니 주례(酒禮)를 행하는 것이 마땅하나, 지금 양 대인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통분한 마음이 맺혔으므로 예를 행할 수 없기에 더욱 미안하외다."
하니, 유격이 말하기를,
"이는 참으로 고마운 말씀입니다. 반드시 행해야 할 예도 아닌데 구태여 술을 사용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하였다. 다례를 행하고 상이 예단(禮單)을 증정하니, 유격이 사례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8책 91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283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軍事)
○上幸擺遊擊 【賽。】 下處, 行接見禮。 上曰: "楊大人, 以小邦之事, 獨守孤城, 竟至如此, 尙不知生死, 安有此極? 不勝驚痛。" 遊擊曰: "天也奈何? 國王放心勿憂。 後頭大兵陸續出來, 蕩滅此賊, 指日可待。 一南原一總兵, 何關? 以此人皆思憤, 殲滅後已, 則安知不爲國王之洪福? 唯備芻糧, 接濟大軍。" 上曰: "初見大人, 禮當行酒, 而楊大人生死, 時未得知, 痛結于心, 未果行禮, 尤增未安。" 遊擊曰: "是誠盛意。 非必行之禮, 何用酒爲?" 行茶, 上呈禮單, 遊擊稱謝。
- 【태백산사고본】 58책 91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28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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