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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 91권, 선조 30년 8월 16일 갑술 2번째기사 1597년 명 만력(萬曆) 25년

사헌부가 가족을 피난시킨 관원들의 징계 등을 건의하다

사헌부가 아뢰기를,

"호군(護軍) 유영경(柳永慶)·박응복(朴應福), 우윤(右尹) 유자신(柳自新), 호조 참판 심우승(沈友勝), 지평 장만(張晩), 부수찬 윤의립(尹義立)은 모두 재상과 시종(侍從)으로서 국가의 위급함은 생각하지 않고 먼저 자기 가속들을 피난시킴으로써 백성들에게 본보기가 되었으니, 매우 온당치 못합니다. 추고하여 치죄하소서.

적이 호남에 있으니 그들을 대응하려면 호서(湖西)를 방어하는 것이 더욱 시급합니다. 적이 이곳에 닥쳐오면 계속 주둔할 군비를 마련하려고 노략질을 할 텐데 이 점을 미리 조치해야 할 것입니다. 듣건대 부유한 집 가운데에는 백 석 혹은 천 석까지 곡물을 쌓아둔 자도 있다 하는데, 이거야말로 도적에게 양식을 대주는 결과가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본도 감사로 하여금 각 마을의 부호들을 초치(招致)하여 직접 효유케 함으로써 각자 손을 써서 완전 무결하게 숨겨두도록 하면 백성들이 소요를 일으킬 염려도 없을 것이고 적도 식량을 얻지 못해 오래 머물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급선무이니 각별히 선처하여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본도 순찰사에게 하유하소서.

사형수를 계복(啓覆)할 적에 승지가 낭독한 추안(推案)과 상에게 올린 어람 단자(御覽單子)의 나이가 같지 않았습니다. 살피지 못한 잘못이 적지 않으니 색승지를 추고하소서.

신들이 삼가 듣건대 중국 장관(將官)들이 몸소 군사를 거느리고 도성을 수축하면서 흙과 돌을 운반하느라 새벽부터 밤까지 고단하게 일을 하고 허기가 져 있는데 마침 채소장수를 보자 구걸하여 주린 배를 채우기까지 했다 하니 지극히 애닯고 측은합니다. 우리 나라의 역군(役軍)이 주식(酒食)을 장만해 오기라도 하면 중국군은 바라보면서 공동으로 먹이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끝내는 실망하고 만다 하니, 이런 비통한 일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런 사실을 유사(有司)들이 즉시 계달하지 않아 중국군으로 하여금 원망하게 한 것을 궁중에 깊이 거처하시는 상께서 어떻게 아실 수 있겠습니까. 접대 도감의 당상과 낭청을 모두 추고하여 책임을 이행하지 못한 죄를 다스리고, 속히 호군(犒軍)하여 위로하도록 하소서.

성을 수축할 때에 중국 장수들은 몸소 현장에 나와서 잠시도 떠나지 않고 감독하는데 우리 나라의 병조·공조와 한성부(漢城府) 당상들은 아예 나가 보지도 않을 뿐더러 나갔더라도 막사에만 머물러 있으면서 마치 다른 사람의 일처럼 여겨 감독하는 책임을 이행하려는 뜻이 전혀 없으니 지극히 형편없습니다. 추고하여 치죄할 것을 명하시고 상께서 특별히 근신을 파견하여 감독하는 장관을 위로함으로써 성의를 보이도록 하소서."

하니, 상이 모두 아뢴 대로 하라고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8책 91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281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군사(軍事) / 외교-왜(倭)

○司憲府啓曰: "護軍柳永慶朴應福、右尹柳自新、戶曹參判沈友勝、持平張晩、副修撰尹義立, 俱以宰相、侍從之人, 罔念國家之危急, 先移家屬, 以爲民望, 極爲未便。 請命推考治罪。 賊在湖南, 策應之擧, 在湖西尤急。 賊若迫近於此, 搶掠留連之資, 不可不預爲處置。 竊聞富饒之戶, 多儲穀物, 或有千百石者, 資盜糧者, 未必不由於此。令本道監司, 各里富戶, 招致面諭, 使之自手理置, 無弊善藏, 則民無騷擾之患, 賊不得因糧久留。 斯爲急務, 各別善處, 毋貽民弊事, 請下諭于本道巡察使。 死囚啓覆時, 罪人年歲, 承旨所讀推案, 與御覽單子不同, 不察之失大矣。 色承旨, 請推考。 臣等伏聞, 天朝將官, 親率其軍, 修築都城, 搬運土石, 晨夜勞苦, 飢餒固頓之際, 適有賣菜者, 乞而充腸, 見聞極爲矜惻。 我國役軍, 或備酒食而來, 軍望見, 以爲公辦犒具, 而竟缺所望, 安有若此悲痛之事乎? 此乃有司不卽啓達, 以致唐人之嗟怨, 自上深居, 何得以知之? 請接待都監堂上、郞廳, 竝推考, 以治不職之罪, 速行犒慰之擧。 修城之時, 唐將親到役處, 不離監董, 而兵、工曹、漢城府堂上, 則或專不親進, 雖進而退在依幕, 視若他人之事, 殊無專差監督之意, 極爲無謂。 請命推考治罪, 且自上別遣近臣, 勞慰監董將官, 以致誠意。" 上曰: "竝依啓。"


  • 【태백산사고본】 58책 91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281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군사(軍事) / 외교-왜(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