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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 90권, 선조 30년 7월 9일 무술 5번째기사 1597년 명 만력(萬曆) 25년

양 총병의 사처에 거둥하여 영위례를 행하고 군사기밀을 의논하다

상이 양 총병(楊總兵)의 사처에 거둥하여 영위례(迎慰禮)를 행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더위를 무릅쓰고 멀리 오셨는데 기체가 어떠시오?"

하니, 총병이 답하기를,

"지성으로 물어주시니 후의에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저쪽에 있을 때도 사람을 보내 안부를 물어주셨으니 더욱 감사드립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대인이 우리 나라의 일로 인하여 수고가 많소이다. 남원의 성지(城池)를 중국 군사로 하여금 수축하게까지 하셨으니, 절하여 사례하겠소이다."

하니, 총병이 말하기를,

"국왕을 위하고 조정을 위하는 일은 일체인데 어찌 미안하다 하십니까. 이는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제가 오는 길에 지방에 많은 폐를 끼쳤으니 미안합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어제 대인이 오신다는 말을 듣고 종일토록 문밖에서 기다렸으나 오지 않았소. 그런데 뜻밖에 오늘 이른 새벽에 입성하였기 때문에 지영(祗迎)하지 못하였으니 잘못이 많소이다."

하니, 총병이 말하기를,

"제가 많지 않은 사람을 인솔하고 달려오느라고 사정상 알려드리지 못한 것뿐이니, 이런 때에 구태여 예를 차릴 필요는 없습니다."

하였다. 상이 총병과 서로 읍하고 좌정한 후에 다례(茶禮)를 행하였다. 총병이 말하기를,

"전일 제게 상사(喪事)가 있을 때 국왕께서 배신(陪臣)을 보내시어 위문하시고 부의까지 하사하신 데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대인이 우리 나라의 일 때문에 멀리 이곳까지 오신 후 불의에 애절한 상사를 당하셨으니 경악스런 마음 금할 길 없어 하찮은 물품으로 위로하는 예를 드렸는데 도리어 치사를 받으니 매우 황공하외다."

하였다. 총병이 말하기를,

"남원에 축성하는 일은 이제 한 달이 넘었으니 거의 역사가 끝나갈 것입니다. 창졸간에 서두른 일이라 완전하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몇 백만의 적병은 방어할 수 있을 것이니, 본도에 하유하시어 각처에 산재한 백성과 산성에 비축해 둔 식량과 마초를 본성으로 반입하게 하심이 옳을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우리 나라는 대인의 깊은 은혜에 힘입어 국가를 보전하고 있소이다. 허술하게 버려져 있던 성을 이제 튼튼하게 수축하였으니 흉적이 이를 들으면 아마도 두려워할 것인데 그 고마움을 무엇으로 사례해야 할지 모르겠소이다. 그러나 본성만 지키고 산성을 지키지 않으면 흉적이 먼저 산성을 점거하여 도리어 우리를 괴롭히는 계책을 할까 염려되니 잠시 노약자로 하여금 계속 지키게 하여 허장성세로 성원을 가식하게 하면 어떻겠소?"

하자, 총병이 말하기를,

"제가 이와 같이 방어하는데 흉적인들 어떻게 가까이 오겠습니까. 함양(咸陽)운봉(雲峯) 사이에도 흉적으로 하여금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할 것인데 하물며 이 산성이겠습니까. 적이 양(羊)과 같다면 저는 범과 같으니 저들이 어찌 감히 우리를 당하겠습니까. 그때그때 사세에 따라 저의 군사를 적절히 파견하여 수비하면 절대 적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제가 흉적을 멸망시킨 후에 다시 찾아 뵈올 것이니 마음을 편히 놓으소서."

하니, 상이 이르기를,

"우리 나라는 오직 대인만을 믿을 뿐이오. 작은 성까지도 이처럼 지켜주고자 하니 이는 나라가 재생할 수 있는 기회이외다. 감사한 마음 이루 말할 수 없소이다."

하였다. 총병이 말하기를,

"산성이 남원 뒤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적병은 반드시 남원을 거쳐야만 산성을 점거할 수 있을 것이니, 적이 어찌 날개가 있어 날아서 남원을 지날 수 있겠습니까. 부산에서 하루 이틀 길이라면 혹 침범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남원에서 부산은 거리가 6백여 리이고 그 사이에는 제가 버티고 있는데 적이 어찌 감히 접근하겠습니까. 제가 부질없이 큰소리 치는 것이 아니요, 대세의 필연적인 사실입니다."

하고, 또 말하기를,

"기밀을 의논하고자 하오니 좌우를 물리쳐 주소서."

하고, 말하기를,

"듣건대 적은 군량을 나고야(郞古耶)에 적치(積峙)하였다 합니다. 귀국의 병선을 인솔하고 저들의 양도(糧道)를 끊어버린다면 적은 반드시 굶어죽게 될 것이니, 그렇게 되면 싸우지 않아도 완전히 승리할 것이므로 제가 벌써부터 이 뜻을 권율(權慄)·박홍로(朴弘老)와 만나 의논하려고 하였습니다. 국왕께서 두 사람에게 다시 분부하심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우리 나라도 누차 주사(舟師)를 파견하여 이 계책을 써보려고 하였지만 가덕(加德)안골(安骨)에 있는 적의 소굴을 거쳐가야 하므로 사세가 매우 어려워 쉽게 성사하지 못하였소. 만약 육병(陸兵)으로 안골의 적을 공격한다면 행여 계책이 실행될 수도 있으니 대인이 도모해 보시오."

하자, 총병이 말하기를,

"그렇습니다. 제 가정(家丁)이 적세를 탐지한 바에 의하면 적선은 30척도 못 된다고 합니다. 만약 귀국이 주사로 불의에 밤을 틈타 습격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니 모름지기 이 뜻을 귀국의 원수에게 하유하심이 옳을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남쪽 사람들이 대인께 의지하기를 마치 든든한 장성(長城)과도 같이 여긴다 하는데 무슨 일로 불의에 올라오셨소이까?"

하니, 총병이 말하기를,

"마야(麻爺)가 의논할 일이 있으니 올라오라 하여 부득이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마야의 분부로 심유경을 나포하여 국가에 끼친 많은 해를 제거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심 대인을 무슨 이유로 나포하려 하오? 도독의 명령이오, 아니면 조정의 명령이오?"

하니, 총병이 말하기를,

"특별히 조정의 명령은 없고 도독의 명령입니다. 이는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고 남쪽 지방에 오래 머무르면 일이 좋지 못하기 때문일 뿐입니다."

하였다. 총병이 피곤하다고 하자, 상이 읍하고 나왔으며 총병이 읍하고 문밖까지 전송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8책 90권 6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263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軍事)

○上幸楊總兵下處, 行迎慰禮。 上曰: "冒熱遠來, 氣體何如?" 摠兵答曰: "以誠問之, 多謝厚。 意在彼之時, 亦使人相問, 尤謝。" 上曰: "大人以小邦之事, 勤苦良多。 南原城池, 至令天兵修築, 請作拜以謝。" 摠兵曰: "爲國王爲朝廷, 事是一體, 何有未安? 此俺所當爲之事也。 俺於來路, 多擾地方, 未安。" 上曰: "昨聞大人入來, 終日待候於門外, 而不果來也。 不意, 今日凌晨入城, 致闕祗迎, 多罪。" 總兵曰: "俺率不多人馳來, 勢所不及, 禮不在此耳。" 上與總兵相揖, 坐定行茶禮。 總兵曰: "前有喪患, 國王委遣陪臣問遺, 多謝。" 上曰: "大人以小邦之事, 遠來于此, 又遭切迫之喪, 不勝驚怛。 玆將薄物, 用申慰禮, 而反蒙稱謝, 惶愧惶愧。" 總兵曰: "南原築城, 今已一月, 將爲畢役。 倉卒之間, 雖未甚完, 可防幾百萬賊兵。 請下諭本道, 各處散居人民及山城所儲糧芻, 使之移入本城, 可矣。" 上曰: "小邦, 荷大人深恩, 可得保全。 齟齬孤城, 今爲完固, 兇賊聞之, 亦必畏慴, 無以爲謝。 但只守本城, 不守山城, 則深恐兇賊, 先據山城, 以爲困我之計。 姑使老弱, 仍爲防守, 以爲聲援, 未知何如。" 總兵曰: "俺若此, 彼賊何敢近乎? 咸陽雲峯之間, 亦不可使賊充斥。 況此山城乎? 賊比如羊, 俺是虎也。 彼烏敢當我哉? 臨時, 當使俺軍分守, 賊不足畏也。 俺滅賊之後, 當與國王更會, 願放心焉。" 上曰: "小邦惟恃大人而已。 至於山城, 亦欲守之, 寔小邦再造之秋也。 感不可言。" 總兵曰: "山城在南原之後, 必須經南原而後, 乃可據山城, 賊雖有翼, 豈能飛過乎? 由釜山一二日程, 猶或可犯, 南原之去釜山, 六百有餘里, 有俺在, 賊何敢近乎? 非俺大言, 勢所然也。" 又曰: "欲議機密, 請辟左右。" 總兵曰: "聞賊峙積軍糧于郞古耶云。 領率貴國兵船, 絶彼糧道, 則賊必枯死, 可不戰而全捷。 俺已將此意, 面議於權慄朴弘老矣。 請國王, 亦爲分付此二人何如?" 上曰: "小邦屢遣舟師, 要爲此計, 而路出加德安骨賊窟之間, 形勢甚難, 事不易成。 若以陸兵, 先攻安骨之賊, 則庶可行計, 惟大人圖之。" 總兵曰: "然矣。 俺之家丁, 往探賊勢, 賊船不滿三十隻。 若以貴國舟師, 出其不意, 乘夜掩擊, 則可得成功, 須將此意, 下諭元帥可矣。" 上曰: "南方之人, 倚大人如長城, 不審以何幹, 不意上來耶?" 總兵曰: "爺要有議事, 使之上來, 故不得已入來。 且承爺分付, 拿沈惟敬來, 除國害多矣。" 上曰: "大人, 未知以何故拿來乎? 督府之令歟? 朝廷之命歟?" 摠兵曰: "別無朝廷命令, 乃督府之令也。 非有他意, 久在南方, 則事必不好故耳。" 總兵以疲困辭, 上遂作揖而出, 總兵攝送中門外。


  • 【태백산사고본】 58책 90권 6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263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軍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