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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89권, 선조 30년 6월 29일 무자 2번째기사 1597년 명 만력(萬曆) 25년

경력 나부교를 접견하고 궁궐터의 지형에 관한 조언을 듣다

경력(經歷) 나부교(羅敷敎)가 왔다. 상이 마중을 나가 절하기를 청하고, 사배(四拜)를 주고받았다. 상이 말하기를,

"대인이 우리 나라의 일로 더위를 무릅쓰고 멀리 왔는데 요즘 마침 병이 있어 즉시 서로 만나지 못해 미안하외다."

하니, 나부교가 말하기를,

"직분상 마땅히 할 일인데 이처럼 말씀하시니 고맙습니다."

하였다. 이어 상이 다례(茶禮)를 행하였다. 나부교가 말하기를,

"어제 구궐(舊闕)의 터를 보았는데, 송경(松京)도 이에 미치지 못합니다. 이후에 평복(平復)하게 되면 모름지기 옛터에 다시 지어야 할 것입니다. 북방의 탐랑 목성(貪狼木星)200) 이 가장 좋은데 다만 청룡(靑龍)이 낮고 백호(白虎)가 높으므로 이것이 요동하고 전란을 일으키는 형상이 되고 있습니다. 만약 소격서(昭格署)의 물과 인왕산(仁王山)의 물을 모두 궁궐 담장 안으로 끌어들여 감아돌게 하면 좋게 될 것입니다."

하니, 상이 말하기를,

"그처럼 가르쳐 주시니 매우 감사하외다. 우리 나라에는 지리(地理)를 이해하는 사람이 없어서 말로는 자세히 전할 수가 없으니 글로 써 주시면 다행이겠소이다."

하자, 나부교가 말하기를,

"글로 써서 올리겠습니다."

하였다. 상이 예단(禮單)을 올리게 하니, 나부교가 말하기를,

"이미 국왕의 성대한 뜻을 입었으니 첩자(帖子)만 받겠습니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대인을 처음 보는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정을 나타낼 수가 없으니, 물리치지 말기 바라오."

하니, 나부교가 말하기를,

"감당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였다. 상이 다시 청하니, 나부교가 말하기를,

"국왕의 명을 감히 어길 수가 없어 종이 1권만 받겠습니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그 나머지는 모두 박한 물건인데 물리치니 매우 부끄럽소이다."

하니, 나부교가 말하기를,

"허다한 군마(軍馬)가 이곳에서 해를 당하고 있는데 어찌 감히 마음 편히 받겠습니까. 종이 1권도 국왕의 후의를 받는 것이니, 다른 것은 결코 감히 받을 수가 없습니다."

하고는, 이내 물러갔다.


  • 【태백산사고본】 57책 89권 45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258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외교-명(明)

  • [註 200]
    탐랑 목성(貪狼木星) : 풍수지리상 산세(山勢)를 표현한 말.

○經歷羅敷敎來。 上出迎請拜, 乃交行四拜。 上曰: "大人以小邦之事, 冒熱遠來, 而近適有疾, 未卽相接, 未安。" 敷敎曰: "職分所當爲, 如是敎之, 多拜。" (上)乃行茶禮。 敷敎曰: "昨見舊闕基址, 雖松京不及。 此後若平復, 須於舊基更造。 北方貪狼木星, 最好。 但靑龍卑而白虎高, 此搖動干(或)〔戈〕 之象。 若使昭格署水、仁王山水, 皆入宮墻內, 懷抱則爲好矣。" 上曰: "如是指敎, 多謝。 小邦無解地理之人。 傳語不詳, 幸書示。" 敷敎曰: "當書呈。" 上使呈禮單, 敷敎曰: "旣蒙國王盛意, 只領帖子矣。" 上曰: "初見大人, 非此則無以表情, 願勿郤。" 敷敎曰: "不敢當。" 上更請, 敷敎曰: "國王命不敢違, 敢領一卷紙。" 上曰: "其餘, 皆薄物而郤之, 不勝慙赧。" 敷敎曰: "許多軍馬, 擾害于此, 豈敢安心受之? 一卷紙, 亦領國王盛意, 其他決不敢受。" 乃退去。


  • 【태백산사고본】 57책 89권 45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258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