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군의 여러 부대를 바다에 나가게 하여 위세를 삼도록 하다
비변사가 아뢰기를,
"체찰사는 대신(大臣)이고 도원수는 주장(主將)인데도, 절제(節制)의 권한이 주사(舟師)에게 행해지지 않고 있으니 매우 놀랍습니다.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거기에 상응하여 행해야 할 법규대로 적용해야 할 것이요, 그저 고지식하여 어리둥절하게 몇 마디만 조정에 치보(馳報)하고 그만둘 일이 아닙니다.
남쪽의 일은 이 한 가지 단서만 가지고 보아도 매우 염려가 되는데, 근일에 이르러서는 남풍(南風)이 연달아 불어 전선이 연속적으로 와서 정박하게끔 되었습니다. 비록 우리 나라 수군이 오랫동안 바다에 있으면서 낱낱이 소탕해 막지는 못하더라도 현재의 선박을 합쳐 몇 개 부대로 나누되 배설(裵楔)은 경상우도의 배로 일개 부대를 만들고, 이억기(李億祺)는 전라우도의 배로 일개 부대를 만들며, 최호(崔湖)는 충청도의 배로 일개 부대를 만들고, 원균(元均)은 그가 거느린 선박으로 일개 부대를 만듦으로써 한산도를 굳게 지켜 근본을 삼고 부대별로 교대로 해상에 나가 서로 관측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혹은 서로 가고 오기도 하고 먼 거리까지 혹은 가까운 거리를 다녀 정처(定處)가 없이 하면서 금고(金鼓) 소리로 서로 통하고 깃발이 연락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별도로 옥포(玉浦)와 조라포(助羅浦)에서 바라다 보이는 곳에 의병(疑兵)을 설치해 형세를 벌이면, 적선에서는 반드시 우리 나라 수군이 크게 모였다고 여길 것이고, 또 중국군이 함께 세력을 돕고 있는가 의심할 것입니다. 그래서 육지에 있는 적은 뒤를 돌아보는 걱정이 있게 되고 뒤이어 오는 자는 요격당할까 염려할 것이니, 군기(軍機)에 관계된 바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체탐인(體探人)의 말에 의하면, 왜선이 대마도에 부지기수로 도착했는데 우리 나라 병선이 많은가 의심하여 아직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합니다. 그 말을 반드시 믿을 것은 못되지만 사세로 헤아려 보면 또한 그럴 듯합니다. 어찌 한결같이 조응도(趙凝道)가 잘못해서 실패한 것에만 징계된 나머지 지나치게 외축되어 깊이 한산도 해상의 거제(巨濟) 등처에 숨어 있으면서 감히 선박 하나도 내보내 엿보지 못하게 함으로써 먼저 약함을 보이게 할 수 있겠습니까. 만약 적의 선박으로 하여금 기세를 타고 크게 이르러 거제를 다시 굴혈(窟穴)로 삼게 한다면, 비록 중국군이 뒤에 나오더라도 형편상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뜻으로 다시 하유하여 군법(軍法)을 신명하게 하고 고식적으로 하지 말아서 대사를 이루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아뢴 대로 하라고 답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7책 89권 42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256면
- 【분류】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지방군(地方軍) / 인사-임면(任免)
○備邊司啓曰: "體察使以大臣, 都元帥以主將, 節制之權,不行於舟師, 極爲可駭。 令之不從, 則當有應行之法。 不可但以木强執迷數字, 馳報於朝廷而已。 南方之事, 擧此一端, 極爲可慮。 至於近日, 南風連吹, 戰船連續來泊。 假使我國舟師, 不能長在洋中, 一一勦截, 而以具現在船隻, 分爲數運, 如裵稧以慶尙右道之船, 爲一運; 李億祺以全羅右道之船, 爲一運; 崔湖以忠淸道之船, 爲一運; 元均以所領船隻, 爲一運, 堅守閑山以爲根本, 分運迭出, 相望海中, 或往或來, 或遠或近, 不定處所, 金鼓相聞, 旗幟連絡, 別於玉浦、助羅浦通望處所, 設爲疑兵, 以張形勢, 則賊船必以爲我國舟師大集, 且疑天兵與之協勢, 在陸者有後顧之憂, 繼來者有邀截之慮, 其於兵機, 所關不少。 今據體探人所言, 則倭船來到對馬島, 不知其數, 疑我國兵船數多, 趁不出來云。 其言雖不可必信, 以事勢料之, 則亦相近矣。 奈何一徵於趙凝道失悞見敗之事, 過於畏縮, 深藏閑山海上巨濟等處, 不敢出一船窺覦, 先爲示弱? 如使賊船, 乘勢大至, 巨濟更爲窟穴, 則天兵雖從後出來, 而勢不可爲矣。 請以此意, 更爲下諭, 使申明軍法, 勿使姑息, 以濟大事何如?" 答曰: "依啓。"
- 【태백산사고본】 57책 89권 42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256면
- 【분류】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지방군(地方軍) /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