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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 88권, 선조 30년 5월 12일 임인 3번째기사 1597년 명 만력(萬曆) 25년

비변사에서 수군과 육군의 군사 작전 계획을 건의하다

비변사가 아뢰기를,

"도원수 권율의 장계를 보니, 주사(舟師)122) 중에 지금 한산도(閑山島)에 도착한 배는 1백 34척이고, 이미 출발하였으나 아직 도착하지 못한 배는 5∼6척이며, 따로 건조 중인 것으로 20일 사이에 건조가 끝나는 배가 48척이라 하였습니다. 모두 계산하면 1백 80여 척에 이르는데 이들은 판옥 대선(板屋大船)입니다. 이밖에도 병선(兵船)으로서 군의 형세를 도울 만한 숫자가 반드시 많이 있을 것입니다.

당초 주사를 취합(聚合)시킨 뜻이 단지 바닷길을 중도에서 끊어 적들로 하여금 뒤를 걱정하는 염려가 있게 하면 육지에 있는 적의 소굴이 아무리 견고하더라도 형편상 동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였습니다. 이는 지금으로서는 큰 계책입니다. 혹 어떤 사람은 ‘적병이 현재 안골포(安骨浦)와 가덕도(加德島)에 주둔하고 있으니 우리 나라의 주사가 이곳을 지나 부산 앞바다를 가로막기는 어렵다.’고 하니, 그 형세가 진실로 그렇기는 합니다.

애당초 두 적장(賊將)123) 이 화협하지 못하여, 행장은 성패를 앉아서 관망하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산도의 주사들이 부산을 한 번씩 왕래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권율의 장계를 살펴보니 그도 본마음은 주사를 크게 벌여 일본에서 나오는 배들을 막으려 하였던 것인데, 근래는 주사의 출입이 거제(巨濟) 등지의 적들을 수포(搜捕)함에 불과하고 부산 앞바다는 왕래하지 못하고 있어, 군량을 실은 적선들이 연이어 왕래하며 꺼리는 바가 없으니,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이 말이 매우 옳은 말입니다.

이제 주사(舟師)와 선척·격군(格軍)124) 이 대강 모아졌으니, 통제사 원균(元均)을 시켜 다시 형세를 살피게 해서 혹은 거제도와 옥포(玉浦) 등지에 진주시키고 부산과 대마도의 바닷길을 살피게 해서 중로를 막아 끊는 계책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가령 크게 싸우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배를 3등분해서 절영도(絶影島) 앞바다를 번갈아 오가며 뒤따라온 배가 이어가고 앞에 있던 배가 되돌아가게 함으로써 주사의 왕래가 끊이지 않게 하면 부산서생포(西生浦)에 상륙해 있는 왜적들은 모두 군량미 수송로가 끊길까 걱정할 것이고, 뒤를 이어 나오는 적선들도 반드시 두려워하고 주저하여 함부로 건너오지 못해서 마음대로 횡행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적의 형세는 선두와 후미가 단절되어 우리가 도모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대체로 군세는 기회를 타는 것을 소중히 여기며, 또 견고한 곳을 피하고 허점을 공격하란 말이 있습니다. 요즘 말하는 자들 중에 혹은 곧바로 적의 소굴을 공격하려 하고 있습니다만 이는 바로 견고한 곳을 공격하는 것으로서 병가(兵家)에서 꺼리는 바입니다. 반드시 우리의 장점을 이용하여 적의 허점을 공격한 다음에야 승리의 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요사이 적세를 살펴보면, 오랫동안 주둔해 있으면서 성문을 나오지 않고 매양 큰소리로 공갈만 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흉도들이 아직 집결을 마치지 못하였고 군량이 계속되지 못하고 있으니, 이는 바로 기회를 타서 승리를 얻을 수 있는 시기입니다. 육지에서의 싸움은 참으로 쉽게 해낼 수 없습니다. 그러나 먼저 지형을 가려, 요새를 구축하고 굳게 지켜서 적이 승리할 수 없는 형세를 구축하여, 마치 지난날 행주(幸州)와 파주(坡州)처럼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다음 정병(精兵)을 신중히 골라 부서를 정하고 장수를 임명해 10명이나 5명 단위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날쌔게 공격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나무하고 농사짓는 적들로 하여금 소요에 휩싸여 불안에 떨게 하면 적들은 반드시 분한 마음에 한 번 크게 쏟아져 나와 우리의 진영을 침범할 것입니다. 이는 바로 상대방을 유인해내는 병가(兵家)의 술책으로서 제압하기가 매우 쉽습니다. 만일 우리의 군사가 승리하고 적의 형세가 무너져 행주의 전쟁처럼만 된다면 적들의 기세는 이미 좌절되고 말 것입니다.

이로 인하여 바다와 육지에서 그 기회를 타게 되면 적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지도 않습니다. 신들의 어리석은 견해는 이와 같으니, 이는 경거 망동하는 자들의 의견과는 다릅니다. 바라건대 이러한 의견을 비밀히 도체찰사와 도원수에게 하유하여 다시 더 상량(商量)하도록 하고, 수군(水軍)과 육군의 여러 장수들을 단속하여 기회를 잃지 말도록 곧바로 선전관을 보내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려가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답하기를,

"계사(啓辭)는 지당하나, 나의 견해는 그렇지 않다. 체찰사에게도 반드시 계책이 있어 스스로 지휘할 것이니, 하유할 것이 없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6책 88권 14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220면
  • 【분류】
    군사(軍事) / 외교-왜(倭)

  • [註 122]
    주사(舟師) : 수군.
  • [註 123]
    적장(賊將) : 가등청정과 소서행장.
  • [註 124]
    격군(格軍) : 사공을 도와 노를 젓는 사람.

○備邊司啓曰: "伏見都元帥權慄狀啓, 舟師時到閑山者一百三十四隻, 已發而未到者五六隻, 別造而二十日間畢役者四十八隻云。 通計則將至於一百八十餘隻, 此乃板屋大船也。 此外兵船之數, 可以助張形勢者, 其數必多。 當初聚合舟師之意, 只欲邀截海路, 使賊有後顧之慮, 則陸地之賊, 窟穴雖固, 而勢不得不動, 此乃今日大計也。 或以爲: ‘賊兵方屯據安骨加德, 我國舟師, 以經過此處, 遮截釜山爲難。’ 其形勢固如此矣。 當初兩賊不協, 而行長不無坐觀成敗之心, 故閑山舟師, 得一番往來於釜山。 今觀權慄狀啓, 亦以爲本意, 則盛張舟師, 遏絶出來船隻, 而近日以來, 舟師出入, 不過搜捕於巨濟等處, 而不爲往來於釜山前洋, 使載糧賊船, 連續出來, 無所拘忌, 極爲未便。 此言甚是也。 今舟師船隻、格軍粗集, 令統制使元均, 更察形勢, 或進駐於巨濟玉浦等處, 候望釜山對馬之路, 以爲邀截之計。 假使未能大戰, 而三分舟艦, 迭相出沒於絶影島前洋, 後者繼而前者反, 使舟師往來不絶, 則釜山西生浦登陸之賊, 皆憂糧路之斷絶, 繼來賊船, 亦必疑恐趑趄, 難於渡涉, 不得恣意橫行。 若是則賊勢首尾斷絶, 乃可圖也。 凡兵勢, 貴於乘機, 且有避堅攻瑕之說。 今之言者, 或欲直攻賊窟, 此正攻堅, 而兵家之所忌也。 必須因我之所長, 而加敵之所短, 然後可收勝捷之功矣。 近觀賊勢, 久屯不出, 每以大言恐喝, 而兇徒時未畢集, 糧餉未繼, 此正乘機得利之秋也。 陸戰一事, 誠不可易爲, 然先擇地形, 設險堅守, 以爲不可勝之勢, 如往日之幸州州。 如此而精擇精兵, 分部定將, 十十五五, 日夜勦擊, 而樵采、耕耘之賊, 使之騷然不安, 則賊必乘憤, 大擧一出, 來犯我陣。 此正兵家致人之術, 制之甚易。 萬一我兵得利, 賊勢敗挫, 如幸州之戰, 則賊氣已索然矣。 因以水陸乘之, 不無得勝之理。 臣等愚見如此, 此與輕擧妄動者有異。 請以此意, 秘密下諭於都體察使、都元帥, 更加商量, 約束水陸諸將, 無失機會事, 卽遣宣傳官, 急期不分晝夜, 馳往何如?" 答曰: "啓辭至當, 但予見有不然。 體察使亦必有計, 自當節制, 不須下諭。"


  • 【태백산사고본】 56책 88권 14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220면
  • 【분류】
    군사(軍事) / 외교-왜(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