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 좌수사 원균이 수륙 양군의 동시 출병을 청하다
3월 29일 전라 좌수사(全羅左水使) 원균(元均)이 서장(書狀)을 올리기를,
"신이 해진(海鎭)에 부임한 이후, 가덕도(加德島)·안골포(安骨浦)·죽도(竹島)·부산(釜山)을 드나드는 적들이 서로 거리가 가까와서 성세(聲勢)는 서로 기대고 있는 것 같으나 그 수가 수만에 불과하니 병력도 외로운 듯하고 형세도 약합니다. 그중 안골포·가덕도 두 곳의 적은 3∼4천도 차지 않으니 형세가 매우 고단합니다. 만약 육군이 몰아친다면 주사(舟師)의 섬멸은 대쪽을 쪼개듯이 쉬울 것이요, 그 뒤로 우리 군사가 전진하여 장수포(長藪浦) 등처에 진을 친다면 조금도 뒤를 돌아볼 염려가 없게 됩니다. 날마다 다대포(多大浦)·서평포(西平浦)·부산포(釜山浦)에서 병위를 드날려 보인다면 회복의 계책이 거의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고 서로 버티며 날짜만 보낸다면 한 해를 넘어서지 못하여 우리 군사가 먼저 지치게 됩니다. 그리하여 내년에 더욱 심하고, 그 다음해는 더더욱 심할 것인데 군사가 쇠잔하고 군량이 고갈된 뒤에는 비록 지혜로운 자가 병력을 움직이려 해도 어떻게 할 수가 있겠습니까? 우신(愚臣)의 망령된 생각에는 우리 나라 군병이 그 수가 매우 많아서 노쇠한 자를 제하고 정병(精兵)을 추리더라도 30여 만은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늦봄인데다 날씨가 가물어서 땅이 단단하니 말을 달리며 작전을 할 때는 바로 이 때입니다. 반드시 4∼5월 사이에 수륙 양군을 대대적으로 출동시켜 한 번 승부를 겨루어야 합니다. 만약 시일을 지연시키다가 7∼8월 께 비가 개지 않아 토지가 질척거리면 기병이나 보병이나 다 불편할 것이니 이 때는 육전(陸戰)도 되지 않을 듯합니다. 하물며 가을이 다 지나고 난 뒤에는 바람이 점점 세지고 파도가 하늘에 닿을 듯 높아질 것이니 배를 부리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때는 수전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신이 이른바 4∼5월 안에 거사하자는 것도 이를 염려하여서입니다. 또한 행장(行長)·요시라(要時羅) 등은 거짓으로 통화(通和)하는 것이므로 그 실상을 알 수가 없습니다. 때를 타고 함께 공격하여 남김없이 섬멸한다면 일분의 수치나마 씻을 수가 있겠습니다. 조정(朝廷)에서 속히 선처하소서."
하였는데, 비변사에 계하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5책 87권 31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202면
- 【분류】군사(軍事) / 외교-왜(倭)
○三月二十九日, 全羅左水使元均書狀:
臣來赴海鎭之後, 出入加德、安骨、竹島、釜山之賊, 相距密邇, 聲勢相依, 其數不過數萬之衆, 兵力似孤, 形勢亦弱。 其中安骨、加德兩處之賊, 未滿三四千, 勢甚孤單。 若或陸兵驅出, 則舟師殲滅, 易如破竹。 自此之後, 我師進陣長藪浦等處, 少無顧後之慮。 逐日耀兵於多大浦、西平浦、釜山浦, 則恢復之策庶幾成矣。 不然相持曠日, 則不出一年, 我師先困, 明年尤甚, 又明年益甚。 兵殘食竭之後, 智者雖欲加兵, 奈何? 愚臣妄意, 我國軍兵, 其麗不億, 雖除老殘, 可得精兵三十餘萬, 而目今三春旱乾, 陸地堅固, 馳騁用武, 正在此時。 必須四五月之間, 水陸大擧, 一決勝負。 若遲延時日, 七八月之間, 天雨不霽, 土地泥濘, 騎步不便, 此時陸戰, 似乎 不可。 況窮秋之後, 風力漸高, 波浪接天, 行舟甚難, 此時水戰, 似乎不可。 臣所謂四五月之內擧事者, 亦慮此也。 且行長、要時羅等, 詐爲通和, 其實則未可知也。 乘時共擊, 殲滅無遺, 庶幾小雪一分之羞。 請朝廷急速善處事。
啓下備邊司。
- 【태백산사고본】 55책 87권 31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202면
- 【분류】군사(軍事) / 외교-왜(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