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변사가 가등청정의 침범에 관한 내용만의 자문을 보낼 것을 아뢰다
비변사가 아뢰기를,
"호응원(胡應元)의 게첩(揭帖)을 보니, 손 군문(孫軍門)도 양사(楊使)의 말에 무고를 입어서 장차 나문(拿問)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 나라로 하여금 한편으로는 이문(移文)하고 한편으로는 주문(奏聞)을 올려 풀려날 수 있는 계책을 도모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일에 대해 우리 나라에서 지레 발언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다만 가등청정(加藤淸正)이 종시 흉역(兇逆)한 마음을 품고 기필코 중국을 침범하고자 한다는 사정 및 재차 바다를 건너온 곡절만을 자문(咨文)에 갖춰 써서 요동에 보낸다면 손 군문이 무고당하고 있다는 실상은 애써 분변하지 않아도 저절로 밝혀질 것입니다. 급히 승문원을 시켜 자문을 자세히 갖추어 호응원 편에 부송하도록 파발마로 달려 보내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하니, 전교하기를,
"아뢴 대로 하라. 사실로 말한다면 손공은 실로 무고를 당한 것이고 사세로 말한다면 그는 앞으로 우리 나라를 구원할 사람이다. 지금 위기에 빠져 있으니 서둘러 구제하여 풀려날 바탕을 만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하면 그는 반드시 우리에게 깊은 감명을 받을 것이다. 석공(石公)도 장차 큰 죄에 빠질 터인데 그의 처사로 본다면 참으로 큰 잘못이 있었지만 그러나 이는 큰 일을 빨리 완결지어 구차스럽게 공을 세우려다가 간계(姦計)에 빠져든 탓이었다. 당초 극력 우리 나라를 구원하려 했던 자는 이 사람이다. 우리에게 큰 덕을 보인 사람이 장차 큰 죄에 빠지게 되었는데 구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러한 곡절들을 속히 상의하여 선처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5책 87권 8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191면
- 【분류】외교-명(明)
○備邊司啓曰: "伏見胡應元揭帖, 則孫軍門亦被誣於楊使之言, 將見拿問, 欲令我國, 一邊移咨, 一邊奏聞, 以爲解釋之計。 此事, 我國不當徑自發言, 但將淸賊終始兇逆, 必欲上犯天朝事情及渡海再來曲折, 備咨遼東轉報, 則孫軍門被誣之狀, 不勞辨而自明矣。 急令承文院, 備細具咨, 付胡應元, 使以撥馬馳送何如?" 傳曰: "依啓。 以事實言之, 孫公實爲被誣, 以事勢言之, 彼將拯救我國者。 今陷危地, 不可不急急伸救, 以爲解釋之地, 未必不深感於我矣。 石公亦將陷大罪。 彼之處事, 則誠有所大悞者, 然此出於欲早完大事, 苟且成功, 爲姦計所(感)〔惑〕 , 而當初極力救我國者, 此人也。 有大德於我, 而將陷大罪, 不爲救之可乎? 此等曲折, 斯速商礭善處。"
- 【태백산사고본】 55책 87권 8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191면
- 【분류】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