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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 85권, 선조 30년 2월 28일 기축 1번째기사 1597년 명 만력(萬曆) 25년

영의정 유성룡이 사직을 건의하다

영의정 유성룡이 차자를 올리기를,

"신의 병세는 날이 갈수록 심해집니다. 처음에는 한열(寒熱)이 있기에 학질 증세인가 했는데 오랫동안 차도가 없고 시간이 흐르자 원기만 소모되었습니다. 그런데 심병(心病)은 더욱 중해져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숨이 넘어갈 듯하여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기력이 쇠잔하여 앉을 때는 반드시 벽에 기대어야 하고 일어설 때는 다른 사람이 부축해야 합니다. 생각이 전도되고 말을 하려면 잊어버리며 온 몸에 열(熱)이 나고 두 눈은 혹 사물을 분별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온 몸은 아프지 않은 곳이 없어 마치 불 속에 들어 있는 것 같은데 평소부터 있던 해수(咳嗽)가 날이 갈수록 더욱 심해집니다.

생각해 보건대, 신은 본디 변변치 못한 인물로 오래도록 중한 자리에 있으면서 한 가지의 공효(功効)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견마(犬馬)의 병이 이미 죽을 지경에까지 임박하게 되니 낭패와 두려움으로 어찌할 바를 몰라 감히 이렇게 천청(天廳)에 애원하는 바입니다. 바라건대 성상의 은혜를 힘입어 살아날 방도를 찾아 한 목숨이 끊어지지 않게 된다면 후일에 다시 쓰일 것을 기약하겠습니다. 신의 본직(本職)및 도체찰사(都體察使)의 직명을 속히 체직하도록 허락하소서. 간절한 정성으로 빌면서 재가를 바랍니다."

하니, 답하기를,

"이러한 때에 어떻게 사퇴할 수 있는가. 조용히 조리하고 행공(行公)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4책 85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170면
  • 【분류】
    인사-임면(任免)

○己丑/領議政柳成龍上箚曰:

臣之病勢, 日向委頓。 初間得寒熱, 似瘧症, 久未差愈, 久致元氣耗損, 而心病尤重, 精神漂發, 奄奄不能收拾, 氣力羸敗, 坐必倚壁, 起賴人扶。 思慮顚錯, 語言昏忘, 積熱遍身, 兩眼或不能辨物。 四肢百骸, 無處不痛, 而如在火中, 素患痰喘, 日以益甚。 竊念臣本以無狀, 久處重任, 無一事補效, 而狗馬之疾, 已迫塡溝, 狼狽憂恐, 不知所措。 敢此哀願天聽, 庶蒙恩造, 得尋生活之門, 一息未盡, 更冀策勵於後日。 臣本職及都體察使職名, 亟許遞免。 不勝祈懇切蹙之至。 取進止。

答曰: "此時豈可辭退乎? 宜從容調理行之。"


  • 【태백산사고본】 54책 85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170면
  • 【분류】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