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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 85권, 선조 30년 2월 8일 기사 2번째기사 1597년 명 만력(萬曆) 25년

왕이 중국 사신에게 전별연을 베풀다

상이 숭례문(崇禮門)남지(南池)가에 나아가 심 부사(沈副使)에게 전별연(餞別宴)을 베풀었다. 상이 말하기를,

"청적(淸賊)011)행추(行酋)012) 사이에 틈이 있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이오? 내가 이런 말을 들었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것이외다. 또 청적은 재차 동병하려고 하나 행추가 따르지 않아 청적이 그 흉포함을 펴지 못하는 것이오? 행추가 화친을 하려고 하나 청적이 듣지 않아서 행추가 화친을 성사시키지 못하는 것이오? 청적이 싸우려고 하면 행추가 할 수 없이 따를 것이오? 행추가 화친하려고 하면 청적이 마지못해 따를 것이오?"

하니, 사신이 말하기를,

"청적행추가 화합하지 못하는 것이야 사람들이 다같이 아는 사실이니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대체로 행장은 전곡(錢穀)을 많이 이용하여 화친을 하려고 하는데 청정은 전곡을 얻지 못하여 화의에 참여하지 못하였으므로 드디어 큰 간격이 생겼습니다. 청정이 동병하려고 하나 정성(正成)이란 자가 중지시키기 때문에 동병하지 않는 것입니다. 청적이 동병한다면 행장이 비록 본심은 아니더라도 필시 마지못해 따르게 될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청적이 반드시 우리 나라를 집어 삼키려고 하는 것이오? 아니면 행장을 물리치고 자신이 화의를 주창하려는 것이오?"

하니, 사신이 말하기를,

"청정은 평소 그의 본국에 있을 때 공가(公家)에 전토를 빼앗긴 일까지 있기 때문에 분함을 이기지 못하여 탄식하기를 ‘내가 조선에 출전하여 반드시 왕자를 사로잡아 돌아오겠다.’ 했다 하지만, 그 뜻이 꼭 병탄(竝呑)하려는 데 있지 않고 혹시 위협하여 화친함으로써 그것을 자기 공으로 삼으려는 것일 것입니다. 또 평수개(平守凱)란 자는 수길(秀吉)의 사위인데 행장이나 정성과는 친하게 지내나 청정과는 크게 화합하지 못하는 자입니다. 당초 청정이 죄를 입은 것도 대개 수개가 부채질해서 그렇게 된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군사 일은 은밀하여야 하니 좌우를 물리치고 이야기하고자 하오."

하니, 사신이 말하기를,

"좋습니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행장은 우리 나라의 변방 장수와 은밀히 청정을 도모하려는 사실이 있었는데, 대인도 행장과 함께 청정을 은밀히 도모하려는 사실이 있었소이까? 행장이 비록 여러 차례 지시했으나, 진위(眞僞)를 알지 못하여 가볍게 움직이기를 못하였소이다."

하니, 사신이 말하기를,

"저번에도 이용말 만한 기회가 있었으나 변방 장수가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매번 조정에 아뢴 뒤에 하게 되니, 왕복하는 사이에 일이 늦어져 앉아서 기회를 잃었습니다. 모름지기 미리 체찰사(體察使)로 하여금 시행해야 할 일이 있으면 품의하지 말고 시행하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자, 상이 말하기를,

"그곳에서 청정을 제거할 일이 있겠소이까? 과연 제거할 수 있다면 행장과 화친하여 통호해야 할 것이외다."

하였다. 사신이 말하기를,

"행장에게 이러한 생각이 없지 않고 청정 역시 이러한 뜻이 있어 몰래 서로 도모하는데, 병영(兵營)을 태운 사실도 사람들의 말이 청정의 짓이라고 합니다. 저 역시 이러한 생각이 있었고, 상서(尙書)가 일찍이 밀서를 저에게 보냈는데 역시 이런 뜻이었습니다. 제가 내려가서 도모하겠습니다. 호남(湖南)에 재주있는 사람이 있는데 꼭 데려가려고 합니다."

하고, 또 사신이 말하기를,

"날이 늦었습니다. 수원(水原)에서 묵어야겠는데 잔치를 파했으면 합니다."

하였다. 상이 친히 술 한 잔을 권한 뒤에 읍(揖)하고 이별했다.


  • 【태백산사고본】 54책 85권 4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160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왕실-의식(儀式) / 군사(軍事) / 외교-명(明) / 외교-왜(倭)

  • [註 011]
    청적(淸賊) : 청정(淸正)을 평하여 부르는 칭호. 이하도 같다.
  • [註 012]
    행추(行酋) : 적의 우두머리인 행장(行長)이라는 뜻. 이하도 같다.

○上幸崇禮門南池畔, 〔餞〕 沈副使。 上曰: "淸賊行酋, 有隙之言, 是乎? 予聞是語故告之。 且淸賊欲再動, 而行酋不從, 則不得肆其兇? 行酋欲和而淸賊不聽, 不得成其和耶? 欲戰則勉從, 欲和則勉從乎?" 使曰: "不協, 人所共知, 何以言之? 大槪行長多用錢糧, 厚要和事, 淸正則不得錢糧, 不參和議, 故遂成大隙。 則欲動, 正成者止之, 故未動矣。 淸賊動則行長雖非本心, 亦必勉從也。" 上曰: "淸賊必欲呑噬小邦者乎? 抑欲退行長, 而自倡和議者乎? 使曰: "淸正常在其國, 至奪田土於公家, 故不勝忿忿, 嘆曰: ‘我出朝鮮, 必擄王子而還’ 云, 然非志在於必呑, 或欲脅盟, 以爲己功耳。 且平守凱者, 秀吉之壻也。 行長正成之所相善, 而於淸正, 則大不叶者也。 當初淸正蒙罪之事, 蓋守凱激而成之也。" 上曰: "兵事尙神密, 欲辟左右而語之。" 使曰: "是。" 上曰: "行長與我國邊帥, 有陰圖淸正之事, 大人與行長, 有陰圖淸正之事乎? 行長雖屢指示, 不知眞僞, 未得輕動矣。" 使曰: "前頭如有可乘之機, 而邊帥不敢擅爲, 每稟朝廷而後爲之, 往復之間, 事且稽緩, 坐失機會。 須預令體察使, 有可爲之事, 則勿稟施行何如?" 上曰: "自中有除去淸正之事乎? 若果能除去, 則當與行長, 調輯通好耳。" 使曰: "行長不無此意, 淸正亦有此意, 陰爲相圖。 燒營之事, 人言淸正之事矣。 俺亦有此意思, 而尙書曾以密書遺俺, 亦此意也。 俺下去當圖之。 湖南有才人, 切欲帶去耳。" 使曰: "日已晩矣。 當宿水原, 幸免宴。" 上親行一爵以送之, 作揖而別。


  • 【태백산사고본】 54책 85권 4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160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왕실-의식(儀式) / 군사(軍事) / 외교-명(明) / 외교-왜(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