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별전에 나아가 호응원과 오종도를 접견하다
사시(巳時)에 상이 별전(別殿)에 나아가 호 도사(胡都司)와 【응원(應元). 】 오 지휘(吳指揮)를 【종도(宗道). 】 접견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지공(支供)이 매우 변변찮아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하니, 오 지휘 등이 말하기를,
"국왕의 후의(厚意)가 참으로 지극합니다."
하였다. 상이 시신(侍臣)에게 이르기를,
"빈주(賓主)사이에 어찌 할 말이 없겠는가. 그대들은 물러가 생각해 아뢰라."
하니, 도승지 오억령(吳億齡)이 아뢰기를,
"군문 고급사(軍門告急使)가 어느 때 돌아오는가를 언급해 저들이 발언하는 단서를 시험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자, 상이 이르기를,
"통사(通事) 임춘발(林春發)에게 유시하여 그처럼 두 사람에게 말하게 하라."
하였다. 두 사람이 말하기를,
"적의 정세를 헤아리기가 어려운데, 군문(軍門)의 병식(兵食)을 멀리 옮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원컨대 조용히 제승(制勝)하면서 백성들을 안집(安集)시키고 민심을 경동(驚動)하여 난심(亂心)을 일으키게 하지 마소서."
하니, 상이 말하기를,
"그처럼 분부하시니 감격스럽기 그지없소이다. 군문에게 급함을 아뢰기 위해 사신을 파견한 지 이미 오래인데 아직 회보(回報)가 없으므로 감히 묻는 것입니다."
하자, 오종도가 말하기를,
"청병(請兵)하는 일은 제본(題本)이 이미 내리고 병마(兵馬)도 갖추어져 있으나 아직 적의 소식이 없어 이처럼 지체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진위(眞僞)의 보고는 듣지 못하였습니다. 지난번 행장(行長)이 글을 보내왔다고 하는데 그렇습니까? 제 가정(家丁)이 오랑캐의 진영으로부터 돌아왔기 때문에 그런 말을 들었는데 감히 보기를 청합니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그 글이 아직 도착하지 않고 있는데, 변방에는 혹시 도착했는지 모르지만 경성에서는 그런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
하니, 오종도가 말하기를,
"만약 그 글이 조만간 도착하거든 한번 보았으면 합니다. 만일 서로 통하지 않으면 기밀에 착오가 있을까 염려됩니다."
하자, 상이 말하기를,
"마땅히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하였다. 오종도가 말하기를,
"관백(關白)의 일로 헤아리건대, 한편으로는 봉작(封爵)을 받고 한편으로는 군사를 다스린다면 그 계책이 괜찮은 것입니다. 우리도 기계(器械)를 이미 준비했으니 만에 하나도 근심될 일이 없습니다."
하니, 상이 말하기를,
"말씀이 지당합니다. 왜적들의 소행이 그러하니 천토(天討)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하였다. 오종도가 말하기를,
"정주(定州)에서 서로 만난 후에 이제 다시 옥안(玉顔)을 뵈었는데 많이 수척하시니, 나라와 백성을 위하느라 편치 못해서 그러신 것입니다."
하니, 상이 말하기를,
"정주에서 이별한 후 오랫동안 상견하지 못해 항상 미안했습니다. 전일 도적을 피하여 서쪽에 있을 때는 어찌 오늘날 다시 만나는 기쁨이 있을 줄 알았겠습니까. 대인(大人)을 만나게 된 것 역시 황제(皇帝)의 은혜입니다."
하자, 오종도가 말하기를,
"지금 중국과 귀국은 한집안이 되었는데 용안을 받들게 된 것 역시 황제의 은혜입니다."
하였다. 상이 역관(譯官)을 돌아보며 이르기를,
"술을 권하여 두 분을 기쁘게 해주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3책 84권 5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144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왕실-사급(賜給) / 군사(軍事) / 외교-명(明) / 외교-왜(倭)
○巳時, 上御別殿, 接胡都司、 【應元。】 吳指揮。 【宗道。】 上曰: "支待甚菲, 誠有愧懼。" 吳等曰: "國王厚義, 罔有紀極。" 上謂侍臣曰: "賓主間, 豈無可言之事乎? 爾等退思以啓。" 都承旨吳億齡對曰: "軍門告急使, 幾時回還事語及, 而漸試其發言之端如何?" 上曰: "兪通事、林春發, 如其啓于其二人。" 二人曰: "賊情叵測, 而軍門兵食, 遠未易致。 伏願從容制勝, 安集百姓, 毋用驚動, 以啓戎心。" 上曰: "如此分付, 不勝感激。 以告急軍門, 遣使已久, 尙未回報, 敢問。" 吳曰: "請兵事題本, 已下兵馬, 亦俱以時無賊聲, 尙此遲回, 然時不聞眞贗之報。" 吳曰: "頃者, 行長送文云, 然乎? 僕之家丁, 自虜營還, 故聞此言, 敢請得見。" 上曰: "其文時未到, 而邊上或可, 已至京城, 則不知是事。" 吳曰: "若其文早晩來報, 則幸毋靳一見。 如或不爲相通, 慮有跌誤機密耳。" 上曰: "當如所戒。" 吳曰: "以關白事料之, 一面受封, 一面治兵, 則於其計得矣, 在我器械, 亦已措備, 萬無虞事。" 上曰: "所敎至當。 倭賊所爲如此, 難乎免於天討矣。" 吳曰: "定州相會之後, 今始再奉玉顔, 多有慼容。 爲國、爲民, 致此不安。" 上曰: "定州奉別後, 久未相見, 尋常未安。 前日避盜西方, 豈知今日有再會之歡? 陪奉大人, 亦是皇恩。" 吳曰: "今此天朝, 與貴邦爲一家。 得奉龍顔, 是亦帝恩。" 上顧謂譯官曰: "勸侑杯酒, 以歡二人。"
- 【태백산사고본】 53책 84권 5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144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왕실-사급(賜給) / 군사(軍事) / 외교-명(明) / 외교-왜(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