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간원이 체찰사에게 유시하는 일과 내관 이봉정을 추고하는 일을 아뢰다
사간원이 아뢰기를,
"몇 해 동안의 병화(兵禍)에 군수 물자를 조달하지 못하고 있으니 재물을 생산하여 부족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 실로 오늘날의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일을 맡은 사람들이 소소한 이득에만 급급해 하고 대체는 돌아보지 않아, 잗단 물건을 나누어 주고는 미세한 이익을 주구(誅求)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고기나 미역, 붓·먹·북[杼]385) ·빗[梳]386) 등의 갖가지를 백성들에게 만들도록 해놓고서는 값을 쳐서 억지로 되파는데, 이를 기화로 아전들이 간교한 짓을 하여 소민(小民)들은 물건을 보지도 못하고 그만큼의 값을 징수하기도 하는데 알게 모르게 피해를 당하므로 원성이 자자합니다. 이러한 짓의 명목은 화매(和賣)라고 하지만 실지는 강탈하는 것입니다. 체면을 손상하는 자질구레하고 야비한 일들을 차마 말할 수조차 없으며 백성들의 원성이 날로 더하여 난을 일으킬까 염려됩니다. 한번 민심을 잃게 된다면 어떻게 나라를 다스리겠습니까. 고인이 ‘곡식이 있다 하더라도 어찌 먹을 수 있겠는가.’라고 한 말과 불행히도 흡사하게 되었습니다.
민간에서 곡식을 모집하는 데에 있어서 강제로 하는 폐단이 아직도 종전의 습관을 답습하고 있으니 이는 원망을 사는 것 중에 큰일입니다. 바라건대 사도 체찰사(四道體察使)에게 유시(諭示)를 내려, 각도의 피폐한 백성을 침탈(侵奪)하는 짓을 엄하게 금단하도록 하여, 외롭게 살아남은 백성들이 조금이라도 혜택을 입을 수 있도록 하소서.
삼가 전교하신 말씀을 보건대 내관(內官) 이봉정(李奉貞)이 오만하고 방자하게 군상(君上)을 홀만히 여긴 죄는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보통으로 추고(推考)할 수 없으니, 조옥(詔獄)에서 추국(推鞫)하여 초당(貂璫)387) 들이 은혜만 믿고서 오만하게 구는 풍습을 징계하게 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이봉정(李奉貞)을 조옥(詔獄)에서 다스릴 것은 없다. 유시를 내리는 일은 아뢴 대로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0책 80권 7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76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재정-잡세(雜稅)
- [註 385]
○司諫院啓曰: "兵禍經年, 軍興不繼, 生財足用, 固是今日之不可已者, 而任事之人, 急於小利, 不顧大體, 放散零碎之物, 誅求錐刀之利。 如魚藿、筆墨、杼梳等, 種種色色, 責辦於民, 旋又折價斥賣, 吏輩因緣作姦, 小民或不見物色, 而徵納(淮)〔準〕 價, 前後擾害, 怨口嗷嗷。 名雖和賣, 而實則勒奪。 其瑣屑鄙猥, 虧損體面, 有不忍言者, 而群怨日滋, 囂然思亂。 民心一失, 何以爲國? 古人所謂, 雖有粟, 烏得而食諸? 不幸近之矣。 至於募粟民間, 抑勒之弊, 未免猶踵舊習, 此歛怨之大者。 請下諭于四道都體察使, 各道病民漁奪之事, 痛加禁革, 使孑遺之民, 得蒙一分之惠。 伏見傳敎之辭, 內官李奉貞驕蹇慢上之罪, 極爲駭愕。 不可尋常推考, 請詔獄推鞫, 以懲貂璫恃恩驕傲之習。" 答曰: "李奉貞不須詔獄。 下諭事, 依啓。"
- 【태백산사고본】 50책 80권 7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76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재정-잡세(雜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