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 호군 황신이 올린 통신사의 차송 등에 관해 왜인과 나눈 대화내용의 서장
행 호군(行護軍) 황신(黃愼)의 서장(書狀)에,
"정성(正成)217) 의 차인(差人)이 일본에서 오고 심 유격(沈遊擊)도 심 천총(沈千總)에게 글을 보내었다고 하기에 신이 역관(譯官) 이언서(李彦瑞)를 시켜 요시라(要時羅)에게 물었더니 ‘정성이 심 유격을 모시고 이미 오사가(五沙加) 【일본의 지명. 】 에 이르렀고 18∼19일쯤에 관백과 만날 것이라 한다. 정성 등의 글에도 「관백이 말하기를, 천사(天使)가 영(營)에 이른지 이미 오래되었는데 군사를 철수하지 않으면 우리가 일의 체모를 모른다고 할 것이니 급히 양 사신(楊使臣)과 조선 통신사(朝鮮通信使)를 모시고 같이 도해(渡海)해야 한다. 」 하였는데, 행장(行長)은 다시 새 사신을 청하려 할 것이므로 이것을 숨기고 말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 하고, 임 통사(林通事)도 말하기를 ‘관백이 이미 13일에 그 아들을 새 관백으로 봉(封)하였다. ……’ 하였습니다.
조신(調信)218) 이 신이 있는 곳에 와서 말하기를 ‘어제 정성에게서 글이 왔는데, 관백이 「정사(正使)는 떠났더라도 양 사신만을 모시고 들어오고 조선 통신사가 늦게 오거든 오는 것을 청할 것 없다. 」고 하였는데 통신사는 언제 내려오는가?’ 하기에, 신이 답하기를 ‘전일에 양 사신이 박 통관(朴通官)219) 에게 위임하여 보냈으니, 서울에 도착한지 열흘 뒤에는 회신이 있을 것이다.’ 하니, 조신이 말하기를 ‘통신에 관한 일은 아직도 가부가 없거니와, 조선의 처치가 번번이 이러하니 매우 한스럽다.’ 하기에, 신이 답하기를 ‘당초에 우리 나라가 일본에 통호(通好)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일본이 약조를 저버리고 신의을 어기고서 까닭없이 군사를 일으켜서 오늘에 이르렀으므로, 우리 나라는 늘 통신한 것을 후회하는데, 어찌 문득 전의 실수를 되풀이하려 하겠는가.’ 하니, 조신이 말하기를 ‘전일에 군사를 일으킨 것은 우리들도 그것이 그른 줄 아나, 그 뒤에 장수들이 다 조선 지방은 매우 좋으므로 그대로 머물러 있고 싶다고 하는데, 내가 관백에게 수백 년 동안 통호하다가 하루아침에 여기에 이르러 그 땅을 빼앗아 차지하여서는 안된다고 힘껏 말하였으므로 관백이 드디어 군사를 철수하는 것을 허락한 것이다.’ 하기에, 신이 대답하기를 ‘적국이 서로 침범하는 것은 예전부터 있었는데, 일본이 이미 조선을 짓밟았으니 조선도 일본을 짓밟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두 나라가 모두 허물을 돌릴 수 없겠으나, 일본은 금백(金帛)과 자녀(子女)를 앞다투어 약탈하였을 뿐만 아니라, 종묘(宗廟)를 태워 없애고 선릉(先陵)을 발굴하기까지 하였다. 이것은 우리 나라의 삼척동자도 반드시 그 원수를 갚아야 한다는 것을 아는데, 하필 다시 통호를 하겠는가.’ 하니, 조신이 말하기를 ‘당초에 나온 일본 군사는 몇 만인지 모르거니와, 그 가운데에는 나쁜 짓을 좋아하는 자도 있어서 심한 자는 동침(同寢)한 사람을 죽이고 재물을 취하기까지 하는데, 더구나 무덤 정도이겠는가. 이것은 장수들이 모르는 바이다. 어떻게 그것이 누구의 짓인지 알겠는가.’ 하기에, 신이 대답하기를 ‘그것은 그렇지 않다. 능침(陵寢)을 파낼 때에 왜의 장군이 군병을 거느리고 친히 갔다 하는데, 이것은 조선 사람 중에 직접 본 자가 있으니, 감출 수 없다. 이 도둑을 잡아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아마 우리 나라의 분을 풀 수 있을 것이다.’ 하니, 조신이 발끈 성내며 말하기를 ‘상관(上官)이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다. 이렇게 하면 내가 이번에 온 것이 참으로 허사다. 이미 지난 일을 어찌 뒤미처 생각하는가.’ 하기에, 신이 대답하기를 ‘사람마다 이런 마음은 같다. 일본에도 선왕(先王)의 무덤이 있을 터이니, 우리들이 일본 선왕의 무덤을 파냈다면 일본 사람이 잊을 수 있겠는가.’ 하니, 조신이 말하기를 ‘내가 지극히 어리석기는 하나 나이가 자못 많으므로 지식이 조금 있으니, 어찌 조선이 일본을 원수로 여기는 것을 모를까마는, 낯두껍게 여기에 와서 마치 평소에 서로 후의(厚意)가 있는 자 같이 구니, 상관에게 그런 마음이 있더라도 우선은 버려두고 말하지 말고 호의(好意)만 가지고 서로 대하여야 할 것이다. 이제 만약에 구원(舊怨)을 제기하여 두 나라의 화기(和氣)를 상한다면, 일을 이룰 기약이 없어질까 염려된다. 또 일을 처리하는 데에는 시세를 보아야 한다. 천도(天道)로 말하면 봄에는 나고 자라게 하며 가을에는 말리고 죽게 만든다. 인사(人事)로 말하면 다같은 사람이지만 어리석기도 하고 어질기도 하며 혹 가멸하기도 하고 가난하기도 한 것으로, 어찌 일정할 수 있겠는가. 다른 날에 조선이 다시 강해져서 일본이 오늘날 한 것처럼 일본을 짓밟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그렇다면 시세가 이러한 것은 우선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전일에 이덕형(李德馨)과 이야기할 때에도 이렇게 사실대로 말하였으나 번번이 믿지 않았는데, 이제는 내 말이 거짓이 아닌 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관백은 「조선 통신사가 오려 하지 않으면 굳이 청할 것 없고, 오는 것이 늦으면 대동하여 도해할 것 없다. 」 하나, 내 생각에 이렇게 하면 조선의 사체(事體)가 끝내 좋지 않게 될 것이므로 내가 사람을 보내어 말하였으나, 상관이 말하는 것이 번번이 내 말과 서로 맞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 내가 전에 여러 번 조선의 상관과 이야기하였으나 다 같았는데, 김응서(金應瑞)만이 능히 내 말을 알아 들었다.’ 하고, 또 말하기를 ‘우리들이 이 곳에 올 때마다 마음이 매우 언짢았으므로 다시 군사를 출동하여서 군사의 세력으로 위협하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나, 관백이 이미 강화를 허락하였으므로 참고 그러지 못하는 것이다.’ 하기에, 신이 대답하기를 ‘승패는 무상한 것인 만큼 피차에 각각 때가 있는 것이다. 일본이 군사를 출동하더라도 우리 나라 또한 반드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니, 이렇게 하면 통호는 더욱 이룰 수가 없을 것이다. 또 우리 나라가 여러번 패했으나, 의리가 아닌 것으로 위협하지는 못할 것이니, 이런 말은 모름지기 하지 말라.’ 하니, 조신이 말하기를 ‘내가 일본 사람이기는 하나 늘 조선을 잊을 수 없으므로, 처음 왔을 때에 제진(諸陣)의 사람들이 조선 사람을 죽이기도 하였으나 나는 번번이 삼척동자라도 보호하였더니, 장수들이 다 나를 어리석다고 하였다. 이번에 통신사가 같이 가지 못하더라도 다른 사람은 한 사람도 염려하지 않는데, 나만이 근심한다. 이제 내가 여기에 왔으나, 다른 사람들은……’ 하고, 또 말하기를, ‘내가 이번에 온 것은 다른 뜻이 없다. 다만 관백이 이미 빨리 양 노야를 모시고 들어오게 하였는데, 조선의 통신사가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 이에 오는 것이 조금 늦으면 오더라도 일을 성취하지 못할 것이므로 상관이 이 뜻을 아뢰기를 바래서이다.’ 하였습니다. 신이 이어서 묻기를 ‘그렇다면 사신이 새로 오지 않더라도 곧 도해할 것인가?’ 하니, 조신이 말하기를 ‘어제 저녁에 양 노야를 모시고 이야기하였는데, 양 노야가 말하기를 「가지고 갈 칙서(勑書)가 아직 나오지 않았으므로 어쩔 수 없이 칙서가 오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내일은 사람을 시켜 경사(京師)에 가서 주본(奏本)을 올려 사직하고 새 정사를 차출하여 내보내도록 청하고 아울러 칙서를 청하겠다. 」 하였다.’ 하기에, 신이 말하기를 ‘우리 나라의 통신사가 올 것인지는 나도 확실히 모르겠으나, 양 노야가 이미 위임하여 보냈으니, 통신사의 일은 돌아오기를 기다리면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국왕의 윤허를 받으면 새 사신이 나오기 전에 어찌 미처 차출하여 오지 못할 리가 있겠는가.’ 하니, 조신이 말하기를 ‘천사는 길이 매우 멀어서 왕래가 늦은 것은 형세상 그러하나, 이제 관백이 조선의 통신사가 이미 왔는지를 여러 번 물었는데, 조선은 아주 가까운 곳인데도 이제까지 오지 않았으니, 우리들이 장차 무어라고 대답하겠는가.’ 하기에, 신이 말하기를 ‘우선 열흘쯤 기다리라. 박 통관(朴通官) 【박의검(朴義儉). 】 이 오면 확실한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하였습니다.
조신이 드디어 작별하고 양 사신의 아문(衙門)으로 갔는데, 역관(譯官) 김길손(金吉孫)이 곁에서 엿들어보니, 조신이 양 사신에게 여쭈기를 ‘내가 지금 황 배신(黃陪臣)을 보고 통신사 문제를 간절히 말하였으나, 배신이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잡말만 이야기하였다. 여기에서 눈으로 직접 보는 자도 이러한데, 더구나 그밖의 사람이겠는가. 큰 일을 이룰 리가 결코 없다. 국왕은 아직 통신을 청한 것을 모르는 듯하다. ……’ 하더랍니다. 조신이 통신사가 빨리 내려오기를 바라 전적으로 와서 신을 만났는데, 신은 조정의 의논이 어떠한지 모르므로 감히 경솔하게 대답하지 않았더니 그가 매우 불쾌히 여기며 갔습니다. 통신에 관한 일을 그들이 누누이 와서 말하고 중국 사신도 여러번 재촉하였는데, 다음 번에 다시 문답이 있으면 어떻게 말할 것인지, 조정에서 급히 헤아려 지휘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하였는데, 비변사에 계하(啓下)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7책 76권 18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9면
- 【분류】군사(軍事) / 외교-명(明) / 외교-왜(倭)
- [註 217]
○行護軍黃愼書狀:
正成差人, 自日本來, 沈遊擊亦寄書於沈千總云云。 臣使譯官李彦瑞, 問於要時羅, 則曰: "正成陪沈遊擊, 已到五沙加, 【日本地名。】 十八九日間, 與關白相見云。 正成等書亦言: "關白曰: ‘天使到營已久, 而不爲撤兵, 則必以我爲不識事體。 須急陪楊天使及朝鮮通信使, 同過海’ 云, 而行長必欲更請新使, 故秘不肯說" 云云。 林通事亦言: "關白已於十三日, 封其子爲新關白" 云云。 調信來臣所寓曰: "昨正成有書來言, 關白以爲正使雖去, 只陪楊天使入來, 朝鮮通信使若來遲, 則不須請來云, 通信何時下來耶?" 臣答曰: "前日楊天使委送朴通官 【義儉。】 到京旬日後, 當有回音矣。" 調信曰: "通信一事, 迄無黑白。 朝鮮處置每如此, 極爲可恨。" 臣答曰: "當初我國非不通好於日本, 而日本背約失信, 無故興兵, 以至今日。 我國每以通信爲悔, 豈肯遽蹈前失耶?" 調信曰: "前日興兵, 我輩亦知其非, 然厥後諸將皆曰: ‘朝鮮地方甚好, 欲仍留住,’ 我力言於關白, 以爲通好數百年, 一朝至此, 不可奪占其地, 故關白遂許撤兵。" 臣答曰: "敵國相侵, 自古有之。 日本旣能蹂躪朝鮮, 朝鮮亦可蹂躪日本。 此則兩國俱不得歸晷矣, 但日本不但爭掠金帛、子女, 而至於燒夷宗廟, 發掘先陵。 此則我國三尺童子, 亦知其必報矣。 何必更與通好耶?" 調信曰: "當初日本之兵出來者, 不知其幾萬, 其中亦有好反, 甚者至殺同寢之人而取其貨。 況墳墓乎? 此則諸將之所不知, 何由得知其某所爲耶?" 臣答曰: "此則不然。 聞陵寢發掘時, 有倭將軍率軍兵親往云。 此則朝鮮人有目覩者, 不可掩也。 倘得此賊, 得以甘心, 則庶快我國之憤矣。" 調信勃然曰: "不謂上官有此言也。 如是則我之此來, 眞虛事。 已往之事, 豈可追念乎?" 臣答曰: "人同此心。 日本亦有先王墳墓。 設使我輩發掘日本先王墓, 則日本人其能忘之乎?" 調信曰: "我雖至愚, 年紀頗多, 故稍有知識。 我亦豈不知朝鮮之讐日本乎, 而强顔來此, 有若素相厚者。 今上官雖有此心, 亦宜姑置之, 不須說出, 只作好意, 相看可也。 今若提起舊怨, 以傷兩國和氣, 則恐無成事之期也。 且處事, 當觀時勢。 以天道言之, 則春而生長, 秋則肅殺; 以人事言之, 則同是人也, 而或愚或賢, 或富或貧, 豈可一定乎? 安知他日朝鮮能復自强, 或可蹂躪日本, 如日本之今日也。 然則時勢如此, 姑不得不爾。 我前日與李德馨說話, 亦如是從實言之, 而每不聽信, 今則可知我言不誣矣。 今關白言, 朝鮮通信使, 若不肯來, 則不須强請, 其來若晩, 則不須帶過海云。 我意以爲如是, 則朝鮮事體, 終不好, 故我委來言之, 而上官所言, 每與我言相反, 亦沒奈何。 我曾屢與朝鮮上官說話, 皆是一樣, 唯金應瑞能曉我言矣。" 又曰: "我輩每到此等處, 心甚憤憤, 非不欲再動干戈, 以兵勢脅之, 而關白已許講和, 故隱忍未果耳。" 臣答曰: "勝敗無常, 彼此各一時。 日本雖動兵, 我國亦必有以應之。 如是則通好, 益無可成之理矣。 且我國雖屢敗, 亦不可以非義脅之, 不須如此說也。" 調信曰: "我雖日本人, 而每不能忘朝鮮, 初來時諸陣人或, 殺朝鮮人, 雖三尺童子, 我每護之, 諸將皆以我爲愚。 今此通信使, 雖不得同往, 他人則" 無一人致念者, 唯我獨憂之。 今我來此, 他人則又曰: "我之此來, 無他意。 祗以關白, 已令速陪楊老爺入來, 而朝鮮通信使, 迄不下來。 其來稍晩, 則雖來, 亦不濟事, 故欲上官啓知此意耳。" 臣仍問曰: "然則新天使雖不來, 卽當過海否?" 調信曰: "昨夕, 陪楊老爺說話。 楊老爺言: ‘隨身勑書, 時未出來, 不得已當竢勑書來到。 明日差人往京, 上本辭職, 請差新正使出來, 兼請勑書’ 云矣。" 臣曰: "我國通信使來否, 我亦未能的知, 然楊老爺旣已委遣, 通信俟回, 當有說話。 儻蒙國王準許, 則新天使出來之前, 豈有未及差來之理乎?" 調信曰: "天使則道路甚遠, 往來遲滯, 勢所使然, 今關白累問朝鮮通信使, 已到否云云。 朝鮮至近之地, 至今不來, 我輩將何以辭答之乎?" 臣曰: "姑待旬日。 朴通官 【義儉。】 來, 則必有的話矣。" 調信遂辭去, 因往楊天使衙門。 譯官金吉孫從傍竊聽, 則調信稟楊天使曰: "小的卽見黃陪臣, 懇言通信一事, 則陪臣不理我語, 只說雜話。 在此眼看者尙如此, 況其他乎? 大事決無可成之理, 似是國王迄未知通信之請矣云云。" 調信急欲下來, 委來見臣, 而臣未知廷議所在, 不敢率爾答之, 渠甚不快而去。 通信一事, 渠輩累累來言, 天使亦累爲催促。 後次再有問答, 則何以措辭乎? 自朝廷急急商量, 指揮何如? 啓下備邊司。
- 【태백산사고본】 47책 76권 18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9면
- 【분류】군사(軍事) / 외교-명(明) / 외교-왜(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