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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75권, 선조 29년 5월 2일 무진 3번째기사 1596년 명 만력(萬曆) 24년

병마·군량·책봉·정벌 등 조선의 입장을 중국에 분명하게 주달할 것을 분부하다

상이 정원에 분부하였다.

"이번 적의 정세는 국가의 존망에 관계되고 천하의 안위에 관계되니, 곡절을 진술하여 그 사정을 극진히 아뢰어서 중국이 일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옳을 것인데, 본사(本司)가 논의할 때나 자주(咨奏)할 때에 번번이 호도하고 주관이 없는 말만 하였다. 적의 정상을 극진히 아뢰어 바로 군량을 청하지도 못하고, 또 바로 속마음을 실토하여 봉사(封事)110) 를 끝내자고 청하지도 못하였다. 무릇 벗이 서로 사귀는 사이에서 평범한 일에도 이런 꼴은 할 수 없는데, 오늘날의 일이 어떠한 일이기에 이렇게 하는가. 곧 이 뜻을 전교하려다가 오종도(吳宗道)의 게첩(揭帖) 【*】 을 보았는데 참으로 내 마음과 맞으니, 이에 따라 빨리 상의하여 시행할 것을 비변사에 말하라."

【*게첩은 다음과 같다. "도(道)가 부름을 받아 동방으로 떠나오려 할 때에 개부 상공(開府相公)이 도(道)에게 부탁하기를 ‘부산에서 온 신보(申報)에는 공(功)이 이루어져 간다고도 하고 변이 곧 일어날 것이라고도 하여 가부를 엇갈리게 진술하였으므로 진위를 가리기 어렵다. 조선 국왕이 애통해 함이 끝이 없다면 전보(傳報)하는 자가 편견을 두지 않을 것이고, 몸소 안위(安危)를 담당한다면 정탐하는 자도 자연 착오가 없어서 불시에 토벌할 수 있을 것이다. 자문(咨文)이 원(院)에 오면 그에 따라 제주(題奏)하여 시행하겠다.’ 하였습니다. 대왕에게는 하루 이틀에 만 가지 일이 몰려드니 어지러이 청하는 것은 법도가 아니므로 무릇 풍문이 있으면 절로 치계(馳啓)할 것입니다. 요즈음 천사(天使)가 영문(營門)111) 에서 나갔으므로 중외(中外)가 어수선하여, 모두들 청병(請兵)하자고 의논하지도 않고 군량을 모으지도 않는데, 양 부사(楊副使)는 또 말하기를 ‘책봉하는 일은 탈이 없을 것이니, 문득 병위(兵威)를 보이자고 의논하여, 한 삼태기의 공이 모자라서 아홉 길을 쌓는 일을 망치지 말라.’ 하여, 의논이 많으나 감히 책임질 자는 없습니다. 혹 천심(天心)이 난(亂)을 싫어하고 부사의 말이 뒷일에 대하여 보장이 된다면, 이는 진실로 대왕의 복이고 우리 조정도 다행일 것입니다. 그러나 부사의 말을 따르더라도 미리 단단하게 방비하지 않다가 만일에 화난(禍難)이 크게 일어난다면 후회한들 미칠 수 있겠습니까. 옛말에 ‘화난이 어찌 미리 분명하겠는가. 나타나기 전에 꾀해야 한다. 화난이 닥쳐서야 계책을 생각하면, 고심한들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하였습니다. 대왕께서는 부사의 말을 밝히고 왜노의 정상을 숨기지 말아 꺼림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낱낱이 밝히며, 귀국의 병마(兵馬)가 얼마이고 군량이 얼마이며 오늘날의 일은 어떻든 끝내 책봉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반드시 정벌을 의논해야 할 것인지를 문서에 적어서, 도(道)에게 전위(專委)하여 급히 달려보내어 개부 상공에게 알려, 개부 상공이 자문(咨文)의 대의(大意)를 따라서 황제에게 아뢰어, 군사와 군량을 징발하지 않으면 책봉하자는 의논을 따르게 하여 만전을 꾀하고 무사하기를 보장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친히 범범하게 이자(移咨)하여 싸우거나 지키는 기회를 둘 다 그르쳐서는 안 되니, 대왕께서는 일찍 여기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태백산사고본】 46책 75권 4장 A면【국편영인본】 22책 700면
  • 【분류】
    외교-명(明) / 군사-군정(軍政) / 재정-군자(軍資) / 왕실-종사(宗社) / 군사-전쟁(戰爭)

  • [註 110]
    봉사(封事) : 왜왕(倭王)을 책봉하는 일.
  • [註 111]
    영문(營門) : 부산에 있는 왜영(倭營)을 가리킴.

○上敎政院曰: "今此賊勢, 係國家存亡也, 係天下安危也。 當敷陳曲折, 盡其事情, 以備天朝之講定, 庶乎其可也, 而本司論議之間, 咨奏之際, 每爲含糊藏頭之說, 旣不能極陳賊狀, 直請兵糧, 又不能直吐內蘊, 請畢封事。 凡於朋友相與之間, 平平底事, 尙不可爲此態。 今日事, 是何等事, 而乃如是耶? 方欲傳敎此意, 卽見吳宗道揭帖,【憶前道奉檄東來, 臨行時, 開府相公, 囑道曰: "釜山來報, 或稱功在垂成, 或稱變起眉睫, 可爲錯陳, 難辨實贗。 朝鮮國王, 哀無畛域, 則傳報者, 不設成心; 身負安危, 則偵探者, 自無差謬, 可不時取討咨文到院, 以憑題奉施行。" 道思大王, 一日、二日, 萬事駢臻, 紛紛請瀆, 非所以爲體也。 故凡有風聞, 自行馳 〔啓〕。 玆者天使出營, 中外洶湧, 僉議請兵, 俱無(刮)〔括〕 餉, 而楊副使則又云: "封事無恙, 毋遷議觀兵, 以虧一簣之功, 以覆九仞之積。" 議論盈庭, 無敢執咎, 倘或天心厭亂, 而副使之言于後事, 如持左券, 此固大王之寵靈, 我朝之厚幸, 而設或從副使之言, 不預桑土之防, 萬一鯨氛鼓喙, 噬臍又何及? 古云: "禍豈在明? 不見是圖。" 臨難思籌,嘔心奚益? 大王明副使之言, 將倭奴情態, 無隱無諱, 從頭徹尾, 逐一開明, 內開貴(馬)〔國〕 兵馬若干, 糧餉若干, 今日之事, 或當遷就了封, 或當必議征勦, 使《道》, 耑役星馳, 達之開府相公, 使開府相公, 採摘咨內大意, 聞之當宁, 非調兵餉, 則從封議, 以圖萬全, 以保無虞。 不可視爲游移, 使戰守機宜, 兩相沮誤也。 願大王蚤留意焉。】 實獲我心。 可依此, 從速商議施行, 言于備邊司。"


  • 【태백산사고본】 46책 75권 4장 A면【국편영인본】 22책 700면
  • 【분류】
    외교-명(明) / 군사-군정(軍政) / 재정-군자(軍資) / 왕실-종사(宗社) / 군사-전쟁(戰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