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조에서 군사 훈련시키는 일에 대하여 아뢰다
병조가 아뢰기를,
"군사를 훈련시키는 일을 본조(本曹) 및 훈련 도감(訓鍊都監)이 전후 이문(移文)하여 외방에 부지런히 지시하였지만 실효(實效)는 보지 못하고 다만 백성을 괴롭힌다는 이름만이 들립니다. 이것이 어찌 일을 맡은 당사자가 모두 일을 주선하는 성의가 적어서 그렇겠습니까. 그 조치하고 시설할 즈음에 혹은 묘리를 잃어서 그런 것이니 실로 가탄스러운 일입니다. 옛날에 관자(管子)086) 의 내정법(內政法)은 인리(隣里)를 단결하여 군사를 만들어서 그들로 하여금 서로 구제하며 돕게 하고, 이어 사냥의 일을 익힘으로써 군정(軍政)을 닦게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백성들이 저절로 정련(精鍊)하게 되었지만 관군(官軍)에 소속된 줄을 몰랐으니, 이른바 일에는 숨기는 바가 있고 정사에는 붙이는 바가 있다는 것으로, 진정 군사를 교도하는 긴요한 법입니다. 전일에 무학 사목(武學事目)에 살고 있는 이면(里面)에 따라 기대(旗隊)를 조직한 것이 이것을 모방한 것인데, 각 고을에서 그 본의를 알지 못하고 평시에 조직한 군사와 같이 보아 문란하고 혼잡하여 그 단서를 논할 수 없습니다. 오직 충청도 어사(忠淸道御史) 이시발(李時發)이 대략 모양을 이루고 있으나 그 나머지 도는 모두 어지러워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모르고 있습니다. 지금 본조에 도착된 외방의 화명책(花名冊)을 보니, 혹 전연 인리(隣里)에 따라 조직한다는 본의와 위배되어 천착되고 전도된 것이 많습니다. 다시 이 뜻으로 각도에 신칙하여 더욱 성념(省念)을 더해 시행하게 하소서. 또 《기효신서(紀效新書)》 속오편(束伍篇)에 의하면, 1사 5초(一司五哨) 내에 조총(鳥銃)은 1초 뿐이고 살수(殺手)는 많을 경우 4초까지 되어 있습니다. 지금의 연병 화명(鍊兵花名)은 현재의 숫자에 따라 모두 포수(砲手)를 만들었는데, 화약(火藥)과 조총(鳥銃)을 어디서 얻어 사격을 익히겠습니까. 화약을 많이 얻을 수가 없으니, 포수의 숫자를 감축하여 정밀히 훈련하게 하고 그 나머지는 활을 쏘고 칼을 쓰는 기예를 가르치는 것이 진실로 무방하겠습니다. 근자에 들으니, 강원도가 열읍에 화약을 분정하되 큰 읍은 수백 근, 작은 읍은 백여 근씩을 영문(營門)에 바치게 하였다고 합니다. 화약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만들어 낼 수 있는 물건이 아닌데 저 산곡의 잔약한 백성이 어떻게 준비하여 관에 바칠 수가 있겠습니까. 수령은 또 상사(上司)의 명령이라 핑계하고 백성들의 전결(田結)을 따져 분배하여 봉납을 독촉하니, 민원(民怨)을 유발함이 어찌 적겠습니까. 이와 같은 일은 의당 즉시 변통하여 각 고을의 물력이 가능한가를 살펴 편리에 따라 조처하여야 합니다. 차라리 관력(官力)으로 제조할지언정 민간을 괴롭힐 수는 없으니, 아울러 공문을 보내 알리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하니, 상이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45책 74권 49장 A면【국편영인본】 22책 692면
- 【분류】군사-휼병(恤兵) / 군사-군정(軍政) / 군사-군기(軍器) / 재정-창고(倉庫)
- [註 086]관자(管子) : 관중(管仲).
○兵曹啓曰: "鍊兵一事, 本曹及訓鍊都監, 前後移文, 指授外方者, 非不勤矣, 而罕見實效, 徒有擾民之名, 豈當事之人, 盡是少有幹事之誠哉? 其於措置施設之際, 或失其妙理而然爾, 良爲可歎。 昔, 管子內政之法, 以隣里團結爲兵, 使之相救助, 而仍習蒐狩之事, 以修軍政, 故民自至精練, 而不知其已屬於官軍。 其所謂事有所隱, 政有所寓者, 眞敎士要妙之法也。 前日武學事目內, 從其所居里面, 束爲旗隊者, 亦倣此意, 而各官不識其指, 視同平時括軍, 紊雜汩董, 尙無端緖之可論。 唯忠淸道御史李時發, 粗成模樣, 而餘道則猶紛然未知向方矣。 卽見外方花名冊, 來到本曹者, 或全與隣里團束之本意相背, 而舛錯顚倒, 不一而足。 更以此意, 申勅各道, 另加省念施行。 且《紀效新書》 《束伍篇》, 一司五哨內, 鳥銃只爲一哨, 而殺手多至於四哨。 今之練兵花名, 則隨見在之數, 盡爲砲手, 火藥、鳥銃, 于何辦得而習放乎? 火藥, 旣不可多得, 則減定砲手之數, 使得精鍊, 而其餘則敎以射弓、槍劍之技, 固無所妨。 近聞江原道, 分定火藥於列邑, 完邑則數百斤, 小邑則百餘斤, 使之督納於營門。 火藥非一朝猝辦之物, 彼山谷孑遺之民, 安能準備納官哉? 守令又諉以上司之令, 而計民田結, 分數督納, 其爲民怨, 豈爲小哉? 若此等事, 所當卽時變通, 各官視其物力之所及, 而從便措處可矣。 寧可以官力煮取, 不可竝煩於民間, 竝爲行移知委, 何如?" 上從之。
- 【태백산사고본】 45책 74권 49장 A면【국편영인본】 22책 692면
- 【분류】군사-휼병(恤兵) / 군사-군정(軍政) / 군사-군기(軍器) / 재정-창고(倉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