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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74권, 선조 29년 4월 13일 기유 12번째기사 1596년 명 만력(萬曆) 24년

평안도 병사 이경준이 호인들이 여 상공과의 약속을 이유로 연향을 연기함을 보고하다

평안도 병사 이경준(李慶濬)의 장계에,

"신이 전에 만포 첨사(滿浦僉使)로 부임해 있을 때의 일입니다. 지난 2월 13일 누루하치[老乙可赤]의 차장(次將) 마삼비(馬三飛) 등이 상공(相公)을 【여희원(余希元). 】 따라 나와서 우리 나라의 인물(人物)을 쇄환하였습니다. 이에 호인에 대한 연향을 3월 20일로 정하였는데, 기일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습니다. 필시 무슨 연고가 있는가 싶어 이파 호인(梨坡胡人) 동평고(童坪古)를 시켜 건주(建州)로 들어가서 연향의 기일을 탐문하게 하였는데, 노호(老胡)의 말이 ‘상공(相公)과 은밀한 약속이 있으니 반드시 상공의 회보가 있어야 받을 수 있다. 만약 상공이 약속을 어기고 바로 중원으로 향하면 모름지기 그와 내가 다시 통지하여 날짜를 결정하고 와서 참석하겠다.’고 하였답니다. 상공과 약속한 일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지는 못하겠으나, 지난해부터 연향의 날짜를 물리니, 그 흉계를 헤아릴 수 없습니다. 우리 나라가 연향의 기일을 자주 물으면 약점을 보이는 일에 가깝기 때문에 그가 스스로 와서 물을 때까지 다시 통지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가 만약에 상공(相公)의 거류(去留)를 묻고 공정륙(龔正六)의 밀보(密報)가 도착하면 어떻게 답해야겠습니까?"

하였는데, 【본월 3일 성첩(成貼)했다. 】 비변사에 계하하였다. 비변사가 회계하기를,

"추로(醜虜)는 짐승입니다. 강하면 기세를 부리고 약하면 순종하는 것들이니, 마땅히 먼저 우리의 형세를 견고히 하여 오랑캐로 하여금 두려워하여 감히 함부로 범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책입니다. 만약에 우리가 연향 폐백(宴享幣帛)으로 애걸하는 태도를 보이면 그 기세가 더욱 교만해질 것입니다. 여 상공의 왕래가 빈번함으로 인해 약점을 보이고 얕보인 후회가 없지 않으나, 이미 지난 일이라 말하여도 소용이 없습니다. 오직 급급히 조치하여 미래를 방비하는 계책을 세울 뿐입니다. 연향의 기일은 아직 그가 물어 오기를 기다리되, 연향에 참석하고자 하거든 마땅히 대답하기를, ‘전에 연회를 베풀고 기다렸는데 너희들이 기일을 어겼기 때문에 아직 다시 연수(宴需)를 장만하지 못하였다. 만약 날짜를 정해 준다면 다시 상사(上司)에 보고하여 연수를 준비하겠다. 그런 뒤에야 시행할 수 있다.’ 하며, 만약 여 상공을 물으면 ‘일을 품하는 일로 인해 요동(遼東)으로 갔는데 돌아올 기일의 조만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공정륙의 밀보가 이르면 받아 여 상공에게 전해주겠다.’는 뜻으로 답하는 것이 마땅할 것 같습니다."

하니, 상이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45책 74권 31장 A면【국편영인본】 22책 683면
  • 【분류】
    외교-야(野) / 정론-정론(政論)

    平安道兵使李慶濬狀啓曰: "臣前任滿浦僉使時, 去二月十三日, 老乙可赤次將馬三飛等, 隨相公 【余希元也。】 出來, 我國人物刷還。 胡人宴享, 定於三月念時, 而過期不報。 必有其以, 故令梨坡 胡人 童坪古, 入送建州, 探問宴期, 則老胡曰: ‘與相公有密約, 必相公回報, 當卽受之。 倘相公, 寒言食約, 直回中原, 則須彼我更通定日來參’ 云。 相公所約之事, 未之詳知, 自上年延退宴日, 兇謀叵測。 我國數問宴期, 則近於示弱, 故渠自來問間, 姑勿更通, 彼若問相公去留, 而龔正六密報來到, 則何以答之?"【本月初三日成(貼) 〔帖〕。】 啓下備邊司。 備邊司回啓曰: "醜, 犬豕也。 强則憑凌, 弱則順服, 惟當先固在我之勢, 使有所畏憚, 不敢輕犯, 方是長策。 若但以宴享幣帛, 爲乞憐之狀, 則其勢益驕矣。 余相公往來頻煩, 不無示弱納侮之悔, 然事在旣往, 言之無益。 唯當急急措置, 以爲防秋之計。 宴享日期, 姑待渠之來問, 而欲參宴, 則當對之曰: ‘前者, 辦宴待之, 而汝輩失期, 故時未更辦宴需。 若定日, 則當申報上司, 措備宴具, 然後可行也。’ 若問余相公則曰: ‘以稟事事, 已往遼東, 還期早晩, 時未定矣。’ 龔正六密報來到, 則當受之, 而以傳送余相公之意, 答之似當。" 上從之。


    • 【태백산사고본】 45책 74권 31장 A면【국편영인본】 22책 683면
    • 【분류】
      외교-야(野) / 정론-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