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진관 권율·윤선각과 왜병의 동태, 광주 교생 김덕령 등에 대하여 논의하다
진시(辰時) 초에 상이 별전(別殿)에 나아가 《주역(周易)》을 강하였다. 상이 특진관(特進官) 권율(權慄)에게 이르기를,
"경이 나의 죄로 변방에서 해를 넘기면서 자신을 잊고 노고하였다. 경처럼 어진이가 아니라면 누가 기꺼이 그 수고로움을 도맡았겠는가. 더욱 심력을 다해주기 바란다."
하니, 권율이 【다시 도원수(都元帥)가 되었는데 아직 남하(南下)하지 않았다. 】 아뢰기를,
"신이 조그마한 재략(才略)도 없는 것은 여러 사람이 다 아는 바입니다. 마침 세상이 어지러운 때를 만나 한 번 싸운 공이 있었고 그로 해서 이어 도원수가 되었으나 날로 전공이 없었으므로 비방이 집중되었습니다. 이에 성상께서 부재(不才)함을 굽어 살피시고 특별히 개정을 허락하였는데, 지금 또다시 분에 넘치는 은전을 입어 글을 올려 사면을 빌었으나 끝내 사피(辭避)하지 못하였습니다. 장차 무슨 얼굴로 남중(南中)에 부임하겠습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경은 어찌하여 이런 말을 하는가. 내가 비록 말하지 않더라도 경은 마음을 편히 가지라. 이제 내 어찌 많은 말을 하겠는가. 어느날 출발할 것인가?"
하자, 권율이 아뢰기를,
"신이 비록 병이 있으나 이미 도원수란 이름을 띠었으니 빠른 시일내에 남하하여 요새를 설치하고 파수하는 일을 지시하겠습니다. 생각건대 이 적은 동태를 헤아릴 수 없습니다. 심 유격(沈遊擊)과 서로 짝이 맞아 책사(冊使)를 왜영(倭營)에 머무르게 해놓고 따르기 어려운 요청으로 우리 나라를 조종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적이 만약 재침하다면 중국으로 곧장 향하겠는가?"
하자, 권율이 아뢰기를,
"중국에게는 필시 함부로 대들지 못할 것입니다."
하고, 특진관(特進官) 윤선각(尹先覺)은 아뢰기를,
"관백(關白)이 늘 행장(行長)을 책하기를, ‘너는 어찌해서 평양(平壤)으로 곧장 향하였는가. 만약에 양남(兩南)을 잠식하고 살상을 금하였다면 인심이 향모했을 것이다.’ 하였습니다. 이로 보면 필시 중국으로 곧장 쳐들어가지 못할 것입니다. 만약 상책(上策)을 쓴다면 양호(兩湖)를 점거할 것이요, 하책(下策)을 쓴다면 곧장 달려 서쪽으로 향할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김덕령(金德齡)은 어떠한 사람인가?"
하니, 권율이 아뢰기를,
"덕령은 본래 광주(光州)의 교생(校生)으로 용력이 뛰어나 쓸 만한 인재입니다. 그러나 늘 군율(軍律)이 엄하지 못한 것을 분개하여, 휘하 사람 중에 범죄자가 있으면 귀를 자르거나 혹은 곤장을 치기도 하므로 휘하 사람들이 점차 도망한다고 합니다."
하고, 김응남(金應南)은 아뢰기를,
"살인은 중옥(重獄)이라 아래에서 감히 전제할 수 없으나, 덕령은 힘이 남보다 뛰어난 사람임을 남들이 모두 아는 바입니다. 지금 만약 특명으로 석방하고 면대해 교유하여 돌려보내면 그는 필시 감격하여 은혜를 알아서 힘을 다해 보답하기를 도모할 것입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4책 72권 12장 A면【국편영인본】 22책 650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인사-관리(管理) / 군사-군정(軍政) / 외교-명(明) / 사법-재판(裁判)
○辰初, 上御別殿, 講《周易》。 上謂特進官權慄曰: "卿以予之罪, 經年塞上, 忘身勞苦。 非卿之賢, 誰肯獨賢? 更加盡心。" 權慄 【再爲都元帥, 時未南下。】 啓曰: "小無才略, 僉人所知。 適當世亂, 粗有一戰之功, 繼而爲元帥, 日奏罔功, 謗言交至。 自上俯察不才, 特許鐫改, 今又再蒙匪據之恩, 抗章乞免, 不獲辭避。 將何顔面, 再(荏)〔莅〕 南中?" 上曰: "卿何出此言? 予雖不言, 卿必(宜)〔留〕 心。 今予曷敢多言? 何日啓行歟?" 權慄啓曰: "臣雖有疾, 旣名元帥, 必作急南下, 然後設險把截之事, 分付指授矣。 竊念此賊, 情形叵測, 與沈遊擊, 相爲表裏, 置冊使於倭營, 漸以難從之請, 操縱我國家也。" 上曰: "賊若再來, 則直向上國乎?" 權慄啓曰: "天朝, 則必不速犯矣。" 特進官尹先覺啓曰: "關白每責行長曰: ‘爾何直向平壤乎? 若蚕食兩南, 禁其殺伐, 則人心向附矣。’ 以是觀之, 必不直擣天朝也。 若得上策, 則據有兩湖; 若出於下策, 則長驅西向矣。" 上曰: "金德齡, 何許人也?" 權慄啓曰: "德齡本光州校生也。 勇力絶倫, 其才可用。 每憤軍律之不嚴, 管下之人, 若有犯罪者, 則或以割耳, 或用棍杖, 故管下之人, 稍稍亡去云矣。" 金應南啓曰: "殺人重獄, 自下未敢擅便, 而德齡之膂力過人, 人所共知。 今若特命開釋, 面諭以還, 則渠必感激知恩, 盡力圖報矣。"
- 【태백산사고본】 44책 72권 12장 A면【국편영인본】 22책 650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인사-관리(管理) / 군사-군정(軍政) / 외교-명(明) / 사법-재판(裁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