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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 65권, 선조 28년 7월 9일 경진 3번째기사 1595년 명 만력(萬曆) 23년

비변사가 해주의 군대 조련에 대해 아뢰다

비변사가 아뢰기를,

"해주(海州)는 한 도의 거읍(巨邑)입니다. 도내(道內)의 형세를 통틀어 말한다면 비록 다른 고을을 제어할 만한 지역은 아니지만, 요컨대 근본이 있는 곳이라 하겠습니다. 또 산성(山城)이 있고 지세가 험준하니, 한 읍의 군민(軍民)을 정밀히 뽑아 모두 징발하여 군사를 삼아 날마다 훈련을 시키고, 또 둔전(屯田)을 만들어 곡식을 비축하여 영구한 계획을 세우며, 위급할 때에 반드시 힘을 입게 될 것입니다. 성상께서 지휘하신 것은 실로 평범한 일이 아니니, 참으로 받들어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해주에서의 군사 훈련은 형세상 그 난이도에 있어 평양과는 조금 다릅니다. 평양은 평상시 영부(營府)에 소속된 자들의 수효가 매우 많고 모두 관가(官家)에서 일하는 사람이므로 이들을 훈련시키면 다른 곳에서 구하지 않고도 군사의 수효가 저절로 넉넉할 것이지만, 해주는 이처럼 원래 소속된 군사가 없을 뿐더러 군대를 먹일 식량이 없으므로 경내에서 다른 부역이 있는 백성을 징발하지 않을 수 없으며 또 백성들에게 자기의 식량을 싸가지고 오게 해야 합니다. 지난해 관문(官門)에서 훈련하여 보니, 백성들이 모두 불편하게 여기는 점이 있습니다. 불편한 점을 무시하고 강제로 행하게 한다면 권장되어 즐거이 참여하려는 마음은 적어지고 고달픈 마음에 원망하여 그 일을 피하려는 폐단이 생기게 됩니다. 대저 백성을 부리는 방도라는 것이 고통스러운 데서 편한 데로 나아가게 한다면 따르지만 수월한 것에서 어려운 것을 시키게 되면 거역하는 법이니, 이 점을 살피지 않으면 안 됩니다.

신들이 삼가 하교하신 뜻을 가지고 합당한 계책을 상의해 보건대, 대저 군사를 훈련시키는 데는 정병 양성이 가장 소중하니 노약자나 어리석은 백성들이 아무리 많아도 군인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해주 각면에 현재 살고 있는 장정은 양인(良人)·공천(公賤)·사천(私賤)·내노(內奴)·서얼(庶孽) 등을 막론하고 등급을 나누어 뽑아내되 나아가 젊고 건장하며 영리하여 훈련시킬 만한 자로 상등(上等)을 삼아야 합니다. 그리고 병법의 속오(束伍)의 규정에 따라 10명으로 1대(隊), 3대로 1기(旗), 3기로 1초(哨), 5초로 1사(師)를 만들고, 사(司)는 각초(各哨)의 다소에 따라 군사가 많으면 사사(師司)도 많이 두고 군사가 적으면 사사도 적게 두어 대장이 통솔하도록 해야 합니다. 오(伍)와 대(隊)를 묶을 때는 이웃 마을과 서로 나란히 부합되게 결속하고, 또 그 중에서 통솔할 만한 자로 대장(隊長)과 기총(旗總)을 삼아야 합니다. 농사철에는 일수를 정하고 번차(番次)를 정하여 서로 교대로 훈련에 나오게 함으로써 농사에 지장이 없도록 하고, 농한기에는 대장이 있는 곳에서 훈련을 받도록 합니다. 또 성취도를 검사하여 아울러 초관·대장·기총을 수여하고 모두 본병(本兵)과 상벌을 같게 하는 한편, 규모를 간략히 하면서 호령은 밝게 하여 흥기하도록 하면, 비록 해주인이 아니라도 다른 곳에서 자원하여 모집해 오는 자가 또한 날마다 많아질 것입니다. 이처럼 수년 동안 계속 시행하면 보장(保障)을 이룰 가망이 있습니다.

이어 병사(兵使)로 하여금 산성을 수리하게 하고, 또 산 아래의 세 성과 경내의 기름진 땅에 백성들이 편리한 대로 혹 둔전도 만들고 혹 농우(農牛)와 종자를 대주기도 하여 반(半)을 나누어 갖게 하면, 2, 3년 후에는 백성들이 점차 풍부해지고 저축이 차츰 많아져서 훈련하는 군사의 식량까지 조달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게 되어 군사 훈련을 시키는 일이 뜻대로 실행될 것입니다. 중등(中等)과 하등(下等)의 백성들은 농사에 전념하도록 하고 군사를 쓸 일이 있으면 각자 곡식을 내어 군인의 식량을 대주도록 하되, 평상시 봉족(奉足)하는 예처럼 하는 것이 타당할 듯합니다. 사천(私賤)으로서 재능이 성취된 자가 있거든 그 주인에게 상으로 벼슬을 주기도 하고 다른 종으로 갚아주라고 하신 상의 분부는 참으로 마땅하니, 임시하여 품의하고 시행하겠습니다. 본도(本道) 몇 고을의 공세(貢稅)를 노정(路程)의 원근을 헤아려 산성으로 수송해 들이는 것이 또한 온당하니 이 한 조목은 호조로 하여금 상의하여 처리하게 하소서."

하니, 상이 이르기를,

"아뢴 대로 하라. 선발된 자들은 모두 신역(身役)을 감해주고, 이 계사로 사목을 작성하여 감사에게 계하(啓下)하여 힘써 시행하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9책 65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22책 529면
  • 【분류】
    군사-병참(兵站) / 군사-군정(軍政) / 군사-군역(軍役) / 재정-역(役) / 재정-전세(田稅) / 신분-천인(賤人) / 농업-전제(田制) / 인사-관리(管理)

○備邊司啓曰: "海州爲一道巨邑。 通道內形勢而言之, 則雖非控制之地, 要之爲根本所在。 且有山城, 地勢險絶, 若精抄一邑軍民, 盡發爲兵, 日加訓鍊, 又爲屯田積粟, 爲永久之計, 則緩急必有其賴。 聖慮指揮, 實非尋常, 固當遵奉施行, 但之鍊兵難易之勢, 與平壤稍異。 平壤, 常時營府屬, 其數甚多, 皆立役於官家之人, 故以此訓鍊, 不待他求而兵數自足, 海州, 則無如此元屬之軍, 且無糧穀, 可以餉軍, 不得已稍發境內身有他役之民, 又使之自備糧糗。 往年鍊閱於官門, 則民情有所不便。 强其所不便, 而勒令爲之, 則勸(慕)〔募〕 樂赴之心少, 怨苦避役之弊, 生矣。 凡役民之道, 移苦而就歇則從, 自輕而爲重則違, 不可不察也。 臣等謹以下敎之意, 參商便宜之策, 則凡鍊兵以精爲貴, 老弱、癡鈍之民雖多, 而不堪爲兵。 海州各面, 從其見在民丁, 而勿論良人、公私賤、內奴、庶孽, 分等抄出, 以年少壯健伶俐, 可以訓習者爲上等, 依兵法束伍之規, 十人爲隊, 三隊爲旗, 三旗爲哨, 五哨爲師, 而司則隨其各哨之多少, 軍多則師司多, 軍少則師司少, 大將統焉。 其束伍、束隊, 以鄕里比隣, 相附而(圍)〔團〕 聚, 又以其中之可堪統率者, 爲隊長旗總, 農時, 則定其日數, 畫爲番(爲番)次, 使之相替就鍊, 使不妨農; 農隙, 則合操於大將之處, 而又査覈其成就與否, 竝與哨官、旗隊總, 而與本兵, 同其賞罰, 規摸省約, 而號令明審, 知所興起, 則雖非海州之人, 而他處之自願來募者, 亦日多矣。 如是, 期以數年, 行之不已, 則保障之成, 亦有望矣。 仍令兵使, 修葺山城, 又於山下三城及境內沃饒處, 從其民情便否, 或爲屯田, 或資其農牛、種子, 而許其半分, 二三年後, 生聚漸廣, 蓄積漸多, 以至操鍊之軍, 可食軍餉, 則人多來集, 而鍊兵之事, 唯意所欲矣。 其於中下等民, 則使之專力農事, 而有用軍之事, 則各出糧米, 以爲軍人之糧, 如常時(俸)〔奉〕 足之例, 似爲便當。 至於私賤之成才者, 其主或以官爵賞, 或以他奴酬之, 上敎允當, 臨時稟旨施行。 本道若干郡邑貢稅, 量其道里遠近, 輸入山城, 亦爲便當。 此一條, 令戶曹, 商議處置。" 上曰: "依啓。 其被抄之人, 盡蠲身役, 以此啓辭, 作爲事目, 啓下于監司, 使之盡力爲之。"


  • 【태백산사고본】 39책 65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22책 529면
  • 【분류】
    군사-병참(兵站) / 군사-군정(軍政) / 군사-군역(軍役) / 재정-역(役) / 재정-전세(田稅) / 신분-천인(賤人) / 농업-전제(田制) / 인사-관리(管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