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시에 별전에 나아가 인견하다
묘시에 상이 별전(別殿)에 나아가 인견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영상의 증세가 지금은 어떠한가?"
하니, 성룡이 아뢰기를,
"침도 약도 효과가 없습니다. 성은을 입어 해직되어 고향에 돌아가 노모를 뵌다면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풀릴 것입니다. 물러나 사실(私室)에 거처하며 시일을 두고 조리하면 병이 혹 나을 듯도 합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우상(右相)도 궐원인데 어찌하는가."
하니, 성룡이 아뢰기를,
"정탁(鄭琢)이 뜻밖에 논박을 받아 체직되어 김응남(金應南)만이 남아 홀로 국사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란의 시기에 대신의 자리를 오래 비워 두어서야 되겠습니까."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누가 그대 대신으로 정승이 될 만한가?"
하니, 성룡이 아뢰기를,
"이미 전에 복상(卜相)했는데 중외의 인심이 모두 이원익을 합당하다고 하였습니다. 전에는 평안도가 근본이 되는 지역이었으므로, 소신도 그대로 유임시킬 것으로 아뢰었으나 지금은 원익을 정승으로 삼는 것이 마땅할 듯합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평안 감사는 누가 대신할 만한가?"
하니, 성룡이 아뢰기를,
"이덕형이 대신할 만합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병판(兵判)이 체직된 뒤 그 임무를 대신할 사람이 다시 있는가?"
하니, 성룡이 아뢰기를,
"신하에 대한 지감(知鑑)은 임금보다 나은 이가 없습니다. 이덕형 같은 이는 국사에 정성을 다하나, 그 나머지는 누가 합당한지 모르겠습니다. 덕형은 국사를 처리하는 데에 있어서 훼방에 꺾이지 않고 직절(直截)하고 용감하게 합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경사(京師)도 근본이 되는 지역이니, 병조의 장관을 가벼이 체직할 수 없다. 더구나 훈련 도감의 일을 병판이 홀로 처리하는데이겠는가. 병판을 대신할 사람을 나는 모르겠다."
하니, 성룡이 아뢰기를,
"그렇습니다. 그러나 위임한다면 감당할 만한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적정(賊情)은 어떠한가?"
하니, 성룡이 아뢰기를,
"흉적의 변사(變詐)를 예측할 수 없고 우리는 의지할 것이 없는데 소서행장(小西行長)이 어찌 간단히 바다를 건너가겠습니까."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황명(皇命)을 받들고 온 자를 여기에 지체시켜 두고 그 나라에 들어가 관백(關白)에게 품한다고 하니, 몹시 통분하다."
하니, 성룡이 아뢰기를,
"행장이 관백에게 품한다고 하는데 필경에는 반드시 난처한 일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 비록 적이 물러간다 해도 반드시 명년에 다시 올 것입니다. 조공을 핑계하여 침입할 리가 없다고 어찌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반드시 그런 일이 있을 것이다."
하니, 성룡이 아뢰기를,
"만일 미리 그에 대해 대비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적에게 기만당할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옛부터 반드시 양장(良將)을 얻어야 적국을 제압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얻을 수 없으니 어찌하는가?"
하니, 성룡이 아뢰기를,
"용인(用人)의 도가 미진해서 그렇습니다. 수(隋)·당(唐)의 무렵에 천하의 군대를 평안도 하나로써 대적할 때도 오히려 안시 성주(安市城主)의 기재(奇才)와 을지문덕(乙支文德)같은 사람이 있어 중국의 역사에서도 찬미하였습니다. 우리 나라에 어찌 적임자가 없겠습니까. 다만 용인의 도를 극진히 하지 못해서일 뿐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인재를 등용하는 것은 대신의 책임이다. 만일 있다면 나는 임용하고 싶다."
하고, 또 이르기를,
"우리 나라 통신사(通信使)가 왜적을 대하여 수작할 말을 반드시 미리 상의한 뒤에 대하는 것이 좋겠다."
하니, 성룡이 아뢰기를,
"우리 나라에서 어찌 통신사를 보낼 리가 있겠습니까. 다만 심유경의 마음을 신이 헤아려 보건대, 황신(黃愼) 같은 무리를 겁박하여 데리고 가려는 뜻이 있는 듯합니다. 금년 농사가 잘 되고 있으니, 마땅히 지금부터 해마다 전수(戰守)할 계책을 세워야 합니다. 남방이 비록 탕패(蕩敗)되었어도 다방면으로 진력하여 조치하면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하고, 또 아뢰기를,
"옛날 태공(太公)은 상업을 권장하고 어염(魚鹽)의 이(利)를 발전시켰기 때문에 제(齊)나라가 부강했습니다. 우리 나라는 소금의 이익이 가장 많으니, 소금의 이익을 북돋우려면 먼저 염호(鹽戶)의 역(役)을 완화시켜 주고 배로써 운반하여 무역(貿易)하는 것을 상평창의 규정대로 해야 하는데 전에는 종사관들이 잘 다스리지 못하였습니다. 지금의 걱정거리는 오직 군량 한 가지 일 뿐인데 거의 떨어졌으니, 급급히 조치해야 합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우리 나라는 무슨 일을 할 수가 없다. 염철(鹽鐵) 등의 일은 백성들도 달가와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니, 성룡이 아뢰기를,
"그것은 다 봉행하는 자가 잘 다스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둔전(屯田)의 일을 고인도 이르기를 ‘의논이 정해지면 요동하지 않아야 행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마땅히 6, 7년을 기한으로 정하고, 만일 그 일을 맡은 자가 잘하지 못하면 그 사람은 바꾸어도 그 일은 그만두어선 안 됩니다. 해마다 비축해 나가면 나라 일이 잘 될 것입니다. 이번에 호조가 이미 명을 받아 하고 있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호조는 필시 해내지 못할 것이다. 만약 현인을 얻어 전임시켜 독책한다면 가망이 있을 것이다. 전일 계사(啓辭)에 크게 둔전을 일으키고자 한다는 것도 바로 사람을 뽑아 전임시키자는 것이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소서비(小西飛)가 성 아래에 머물러 있으니, 몹시 통분하다. 딴 데로 가도록 도모할 수 없는가?"
하니, 성룡이 아뢰기를,
"통분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중국 사신이 거느린 바여서 우리 형편으로는 마음대로 보낼 수 없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소서비는 본디 간교한 자이다. 성 아래에 와 있으므로 반드시 우리의 허실을 잘 알 것이니, 한갓 통분할 뿐만이 아니다. 이곳에 오래 머물러 있었으니 군사 기밀에 관한 일도 어찌 모를 리가 있겠는가."
하니, 성룡이 아뢰기를,
"왜인은 간교(奸巧)한 것이 특히 심하여 정당하게 보내는 사물(賜物)도 다 아는데 우리의 하는 일을 어찌 모르는 것이 있겠습니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8책 64권 1장 A면【국편영인본】 22책 503면
- 【분류】농업-전제(田制) / 왕실-행행(行幸) / 왕실-국왕(國王) / 군사-군정(軍政) / 군사-통신(通信) / 군사-전쟁(戰爭) / 외교-왜(倭) / 외교-명(明) / 수산업-염업(鹽業) / 역사-고사(故事)
○卯時, 上御別殿, 引見。 上曰: "領相之證, 今則何如?" 成龍曰: "鍼ㆍ藥不見其效矣。 蒙恩解職, 歸見老母, 心志悶鬱, 庶可少伸, 而退伏私室, 歲月調治, 病亦或愈。" 上曰: "右相亦闕, 何以爲之?" 成龍曰: "鄭琢不意被論遞免, 只有金應南, 獨爲國事。 當此危亂之時, 大臣豈可久闕乎?" 上曰: "誰可代者?" 成龍曰: "已有前卜。 內外人心, 咸以李元翼爲當, 而前者以平安道爲根本之地, 故小臣亦 啓姑留, 今則似當以元翼爲之。" 上曰: "平安監司, 亦誰代者?" 成龍曰: "李德馨可以代之。" 上曰: "兵判遞後, 復有何人, 代其任者?" 成龍曰: "知臣莫如君。 如李德馨, 盡誠國事, 其餘則未知其可者也。 德馨之爲國事, 不撓於毁謗, 而直截勇爲矣。" 上曰: "京師, 亦根本之地。 司馬之長, 不可輕易遞之, 而況訓鍊都監之事, 兵判獨爲之。 代兵判者, 予未之知也。" 成龍曰: "然委任之則或有可堪者矣。" 上曰: "賊情何如?" 成龍曰: "兇賊變詐不測。 我無所恃, 而行長豈帖然渡海乎?" 上曰: "皇命之來, 使之留滯於此, 而入其國稟關白云, 極爲痛憤。" 成龍曰: "行長之稟於關白云者, 畢竟必有難處之事。 今雖賊退, 必有明年之復來。 如托貢獻而入寇, 安保其無是理也?" 上曰: "必有其事矣。" 成龍曰: "若不預爲之備, 則必爲賊所瞞矣。" 上曰: "自古必得良將, 以制敵國, 而今不可得, 奈何?" 成龍曰: "用人之道, 未盡而然也。 隋、唐之際, 天下之兵, 以平安一道而當之。 尙有安市城主之奇才, 乙支文德之爲人, 中原之史, 亦稱美之。 我國豈無其人乎? 特用之未盡其道也。" 上曰: "進用人才, 大臣之責也。 若有之, 予欲得而用之。" 上曰: "我國信使之待倭賊, 形諸言語, 必預爲商議以待之可也。" 成龍曰: "自我國, 豈有送信使之理乎? 但沈惟敬之心, 臣竊料之, 或有怯(卒)〔率〕 如黃愼之輩以去之意也。 今年農事方茂, 宜自今, 爲年年戰守之計可也。 南方雖蕩敗, 而若多方措置, 盡力爲之, 則庶有成效矣。" 成龍曰: "昔, 太公通商賈之業, 便魚鹽之利, 故齊國富强焉。 我國鹽利最多, 欲興鹽利, 則當先緩鹽戶之役, 而以船載運貿遷, 如常平倉之規, 而前者從事官之輩, 不能善治。 今之所患, 惟糧餉一事, 而罄竭已極, 宜急急措置可也。" 上曰: "我國, 不可爲事也。 如鹽鐵等事, 民亦有不樂云矣。" 成龍曰: "此皆奉行者不善理故也。 屯田之事, 古人亦云, ‘議定而不撓, 然後可行。’ 當以六七年爲限, 而如有所任之不善者, 其人可易, 而其事則不可廢。 年年儲峙, 國事好矣。 今者戶曹已受命爲之。" 上曰: "戶曹必不爲矣。 若必得賢者, 專掌責之, 則庶有可望矣。 前日啓辭, 欲大興屯田云者, 乃選人專掌之謂也。" 上曰: "小西飛留在城下, 極爲痛憤。 不可圖送于何處乎?" 成龍曰: "痛憤則極矣, 天使所率, 在我之勢, 不可擅送矣。" 上曰: "小西飛, 素是奸譎之人。 來在城下, 必熟知我之虛實, 非但痛憤而已。 久留此處, 軍機之事, 安有不知之理乎?" 成龍曰: "倭人巧詐特甚, (惟正)〔惟政〕 之往來賜物, 亦皆知之。 我之所爲, 安有不知之事也?"
- 【태백산사고본】 38책 64권 1장 A면【국편영인본】 22책 503면
- 【분류】농업-전제(田制) / 왕실-행행(行幸) / 왕실-국왕(國王) / 군사-군정(軍政) / 군사-통신(通信) / 군사-전쟁(戰爭) / 외교-왜(倭) / 외교-명(明) / 수산업-염업(鹽業)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