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선조실록58권, 선조 27년 12월 20일 계해 1번째기사 1594년 명 만력(萬曆) 22년

비변사가, 이시발이 적진에서 정탐할 조목을 갖추어 줄 일로써 아뢰다

비변사가 아뢰기를,

"병조 좌랑 이시발(李時發)이 지금 유격(遊擊)의 행차를 따라가는데, 만일 적의 진영에 들어가면 그간의 주선하고 정탐하는 일이 잠깐 사이에 그 사기(事機)가 천태 만상으로 변할 것이니 모두 그 사람이 임시하여 어떻게 응변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므로, 정말 지시해 주기가 어려운 일입니다. 사람의 총명과 사려는 한계가 있으니 혹시 잊어버릴 걱정이 있으므로, 신들이 본사 당상과 상의하여 대략 몇 조목을 갖추어 지시해서 보내려 합니다.

적이 봉왕(封王)의 허락을 받으면 철수해 갈지의 여부와, 또 그들이 봉왕을 청하는 것은 무슨 뜻이며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와, 봉왕의 허락만 받으면 다시 공시(貢市)를 요구하지 않을지, 아울러 그들의 사기(辭氣)를 세밀히 살필 것이며, 담 도사(譚都司)가 이미 행장의 진중에 있으므로 봉왕을 허락한다는 소식을 반드시 행장에게 통지하고 행장은 이 소식을 듣고 반드시 수길(秀吉)에게 전달했을 것이니 이 중의 왕래 가부는 반드시 벌써 정해졌을 것인데 그들의 소원이 단지 봉왕에 있다면 지금 유격의 선유(宣諭)를 들으매 반드시 가서 수길에게 품의할 것으로 유격에게 핑계할 터이니 이때의 사기를 아울러 유심히 살필 것이며, 적의 다과와 강약 및 철수된 자는 몇 명이고 증가된 자는 몇 명이며, 명년 봄에 군사를 증가시킬 계획이 정해졌는지의 여부와, 좌도에는 현재 있는 자가 얼마이고 우도에는 얼마인지와, 적이 확보한 군량의 다과는 몇 달을 지탱할 수 있는지, 현재 계속 운반해 오고 있는지의 여부와, 행장·청정 외에도 대장이 있는지의 여부와, 또 들으니 부산에 있는 장외(將倭)의 권력이 행장이나 청정 위에 있다고 하는데 그의 이름은 무엇인지, 수길과는 어떤 관계의 사람인지와, 산동도(山東道)는 오래도록 복종하지 않는다 하는데 지금도 여전한지의 여부와, 이 밖에 어떤 도(島)가 배반하고 어떤 도가 가장 수길과 친근한지와, 또 대마도(對馬島)는 병란이 일어난 뒤에 모두 이미 잔파(殘破)되었다고 하는데 지금도 여전한지의 여부와, 청정·행장 중에서 어떤 자가 수길과 친근하고 어떤 자가 벼슬이 높으며 어떤 자가 용사하는지와, 무슨 일로 인하여 틈이 생기고 틈이 생긴 뒤에는 그 혐의가 날로 심해가는지의 여부와, 혹은 점차 화해되는지의 여부와, 만일 전의 혐의가 날로 심해져 행장은 비록 귀국하더라도 혹시 청정은 웅거하고 돌아가지 않으면 일본은 어떻게 처치할 것이며 행장도 장차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와, 원씨 구성(源氏舊姓)은 지금 어느 지방에 있으며 혹시 모두가 이미 멸망했는지의 여부와, 혹시 아직도 있다면 수길이 어떻게 대하는지와, 새 관백(關白)은 수길과 친소가 어떠한지와, 어떤 인연으로 관백에 서게 되었는지와, 관백이 대신 선 뒤에는 국권이 어떤 사람에게 전속되었는지와, 새 관백의 지혜·용맹·영향력 및 그가 하는 일은 무엇인지와, 적의 진영 소식은 반드시 수길에게 계속 전할 것인데 하는 것은 무슨 일이며 말한 것은 무엇인지와, 군사를 일으킨 뒤에 국내에 변란이 있는지 여부와, 병력과 재력은 여느 때에 비해서 어떠한지와, 우리 나라에서 잡혀간 남녀는 얼마나 되는지와, 현재 생존자 및 사망자는 얼마인지와, 그 나라에서 어떤 처치를 하는지 등입니다.

각항 조목은 적중에 들어가면 별로 물어볼 만한 곳이 없을 것입니다. 만일 담 도사를 보고 물어보면 실상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나 담 도사는 이미 오래 머물러 있어서 그의 관하에 이목이 매우 많을 것이니 어설프게 잘못되면 관계되는 바가 가볍지 않을 것이며, 만일 우리 나라에서 잡혀간 사람을 만나면 역시 편리할 것이나 그 사람의 진실과 거짓을 또한 헤아리기 어려우니, 오직 봉사자(奉使者)가 임시하여 형편을 살펴서 십분 선처하여 적절하게 행하는데 달려 있을 뿐이고, 일일이 지휘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또 이 모든 조목은 이시발만 몰래 기억해 가게 하고 죽 적어서 싸가지고 갈 필요는 없으며, 혹 언서(諺書)로 번역해 가는 것은 무방합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아뢴 대로 하라. 우리 나라의 궁시(弓矢)와 중원의 대포(大砲)도 전해 익히고 훈련시키는 일이 없는지와, 유구(琉球)를 침벌(侵伐)하여 복종시켰다 하는데 유구가 과연 일본에 신복(臣服)하는지도 아울러 탐문하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4책 58권 10장 B면【국편영인본】 22책 411면
  • 【분류】
    군사-통신(通信) / 외교-왜(倭)

    ○癸亥/備邊司啓曰: "兵曹佐郞李時發, 今隨遊擊之行。 若入賊營, 則其間周旋偵探之事, 毫忽之間, 事機千變, 皆在其人臨時處變之如何, 固難指授, 第人之聰明、思慮有限, 或慮有遺忘之患, 臣等與本司堂上商議, 略具數條機宜, 指授以送。 賊得準封, 定爲捲歸與否, 且其所乞封何意, 其誠與僞及只得準封, 更不要貢市, 竝須微探辭氣。 譚都司旣在行長陣中, 準封消息, 必通於行長, 行長聞之, 必傳於秀吉, 此中往來可否, 必已素定。 若所願只在封王, 則今聞遊擊之宣諭, 必以往稟秀吉, 付托於遊擊, 此間辭氣, 竝須審探, 賊衆多寡、强弱及撤歸者幾何, 添來者幾何, 明春定爲添兵與否, 左道則時存者幾何, 右道則幾何, 賊中糧餉多寡, 可支幾月, 時方陸續搬運與否, 行長淸正外, 亦有大將與否, 且聞釜山, 權在行長淸正之上云, 其名誰何, 於秀吉何如人? 山東道久不服從云, 今猶如前與否, 此外何島叛, 何島最親於秀吉, 且對馬島於兵興之後, 皆已殘破云, 今亦如前與否, 淸正行長中, 何者親於秀吉, 何者官高, 何者用事, 緣何作隙, 作隙之後, 其嫌日甚與否, 或已漸解與否, 若前嫌日甚, 行長雖渡海, 或淸正雄據不回, 日本有何處置, 行長亦將何以處之? 源氏舊姓, 今在何地, 或皆已滅亡與否, 若或猶存, 則秀吉待之如何? 新關白, 與秀吉親疎何如, 緣何得立, 關白代立之後, 國中權柄, 專屬何人? 新關白智勇鷙悍, 風力及所爲何事, 賊營消息, 必將絡繹於秀吉, 所爲何事, 所言何如? 師興以後, 其國內有變與否, 兵力、財力, 比常時如何, 我國男婦被擄者幾何, 時存及死者幾何, 其國作何處置? 各項條件, 旣入賊中, 物色別無可問之處。 若見譚都司, 多般拘問, 可得實狀, 而旣久留, 其所管下者, 耳目甚多, 脫致疎虞, 所係非輕。 若見我國被擄人, 則亦似便順, 而其人誠僞, 亦所難測。 唯在奉使者, 臨時觀勢, 十分善處, 見可而行之, 不可一一指揮。 且此諸條, 只令時發, 默識而去, 不必列書齎往, 或以諺書飜出以往, 無妨。" 傳曰: "依啓。 我國弓矢, 中原大砲, 得毋傳習、訓鍊, 琉球侵伐取服云, 琉球臣服於日本, 竝探。"


    • 【태백산사고본】 34책 58권 10장 B면【국편영인본】 22책 411면
    • 【분류】
      군사-통신(通信) / 외교-왜(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