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헌부가 거사법을 논하고 유극량을 포상할 것을 아뢰다
사헌부가 아뢰기를,
"비변사에서 올린 거사(擧士)하는 법 10조를 살펴보니 그 뜻이 대단히 훌륭했으나 다만 규모가 넓지 않은 것이 유감입니다. 예를 들면, 학술이 있고 시무(時務)를 아는데도 단지 ‘그 재주가 수령을 감내할 만한 자’라고만 말했으니, 이것으로서 선비를 거용한다면 우선 눈앞의 임사(任事)를 갖추도록 할 수는 있으나 인재를 융성하게 일으켜 대업(大業)을 보좌시키는 것은 아마도 안 될 것입니다. 신들의 어리석은 생각으로 일찍이 사마광(司馬光)의 십과 취사(十科取士)의 법을 대략 모방하고 시대의 쓰임에 절실한 것을 참고하여 5조로 나누었는데, 첫째, 학술과 덕업(德業)이 있어서 쇠잔한 것을 흥왕시키고 어지러운 것을 바로잡을 수 있으며 재주가 경륜(經綸)을 맡을 만한 자, 둘째, 경서에 밝고 조행이 독실히 닦아졌으며 학문이 해박하여 임금의 덕을 보좌하고 자문(諮問)에 대비할 만한 자, 세째, 강직하고 방정하며 풍도가 엄정하여 대각(臺閣)에 갖출 만하거나 혹은 순안 어사를 맡을 만한 자, 네째, 공정하고 총명하여 감사(監司)를 감당할 만한 자, 다섯째, 용기와 지략이 있고 대중을 잘 부려서 사졸들의 인심을 얻은 자로서 병사·수사에 갖출 만한 자입니다. 5조를 가지고 정부에 내려서 비변사가 아뢴 것과 한꺼번에 시행하소서.
적변이 처음 일어났을 때 무장 중에 절의에 죽었다고 전해지는 사람이 없었는데, 임진(臨津)에서 싸울 때, 유극량(劉克良)이 미리 패할 것을 알고 극력 저지하였으나 주장(主將)이 들어주지 않고는 억지로 나아가 싸우게 하였습니다. 극량은 ‘늙은 몸이 오늘 국사에 죽을 것이다.’하고는 드디어 적과 상대하여 힘껏 싸웠습니다. 제군(諸軍)이 패하게 되자 제장(諸將)들이 바람에 쏠리듯 무너졌지만 오직 극량만은 꼿꼿이 선 채 움직이지 않고서 무수히 적을 향해 쏘았습니다. 힘이 다해 일어설 수 없게 되자 땅에 무릎을 꿇은 채 쉬지 않고 활을 쏘았는데 적도들이 빙둘러 싸고 마구 찔러대었으나 끝내 굴복하지 않고 죽었습니다. 그 충절이 늠름하였음을 사람들이 귀로 듣고 눈으로 본 것인데도 포상의 은전은 아직도 없으니, 어떻게 인심을 고무하고 사기(士氣)를 격려하겠습니까. 유사로 하여금 특별히 포전(褒典)을 베풀어 충혼(忠魂)을 위로하게 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위에 든 조항들은 쉽지 않을 듯하다. 유극량의 일은 자세히 알지 못하겠다. 모두 비변사에 내려서 의논하여 처리하게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2책 55권 32장 B면【국편영인본】 22책 354면
- 【분류】인사-선발(選拔) / 인사-관리(管理) / 군사-전쟁(戰爭) / 외교-왜(倭)
○司憲府啓曰: "伏見備邊司十條擧士之法, 其意甚美, 但恨規模不廣。 如云有學術、識時務, 而只曰才堪守令而已, 以此擧士, 姑備目前任事可矣, 如欲人材蔚興, 輔佐大業, 則恐未也。 臣等愚意, 嘗欲略倣司馬光十科取士之法, 參以切於時用者, 分爲五條。 一曰, 有學術、德業, 可以興衰撥亂, 才任經綸者; 二曰, 經明、行修、學問該博, 可以輔 君德備顧問者; 三曰, 剛方正直, 風裁峻整, 可備臺閣, 或任巡按御史者; 四曰, 公正聰明, 可備監司者; 五曰, 有勇略、能御衆, 得士卒心, 可備兵、水使者。 請以此五條, 下于政府, 幷與備邊司所啓, 一體施行。 賊變之初, 武將之死節者, 寂然無聞, 而臨津之戰, 劉克良先知其必敗, 極力止之, 主將不聽, 强令進戰, 克良曰: ‘老漢, 今日當死於國事。’ 遂與賊相接力戰。 及諸軍之敗, 諸將望風奔潰, 唯克良植立不動, 射賊無數, 力盡不能起立, 而猶跪於地, 射之不輟。 賊徒環擁亂斫, 終不屈而死。 其忠節澟然, 在人耳目, 而褒賞之典尙闕焉。 其何以皷動人心, 激勵士氣乎? 請令有司, 別施褒典, 以慰忠魂。" 答曰: "上條則似爲不易。 劉克良事, 不能詳知, 竝下備邊司議處。"
- 【태백산사고본】 32책 55권 32장 B면【국편영인본】 22책 35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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