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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 55권, 선조 27년 9월 11일 병술 2번째기사 1594년 명 만력(萬曆) 22년

유 총병을 전송하고 무사의 기사를 관람하다

상이 총병 유정(劉綎)모화관(慕華館)에서 전송하였다. 상이 총병에게 말하기를,

"우리 나라 사람들은 오직 대인만 우러러보고 있었는데 지금 철수하여 돌아가니 서운한 마음 그지없소."

하니, 총병이 말하기를,

"나도 두 해 동안 여기에 머물렀으므로 정리상 차마 이별하지 못하겠습니다. 돌아가서 경략을 만나보고 귀방(貴邦)의 사정을 힘써 진달하겠습니다. 오직 전하께서는 더욱 나라를 근심하여 지방을 편안하게 하십시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이러한 지시를 받드니 감격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대인께서 만약 다시 대병을 거느리고 흉적을 소탕하여 우리 나라의 생령들을 구제하시고 만세의 기이한 공훈을 세우신다면 또한 위대하지 않겠습니까?"

하니, 총병이 말하기를,

"남자가 세상에 태어나서 어느 누군들 공을 이루려는 마음이 없겠습니까. 옛 사람도 이르기를 ‘기러기는 날아 소리를 남기고 사람은 태어나 이름을 남긴다.’고 하였습니다. 나도 또한 공업(功業)을 세우고 싶습니다."

하였다. 상이 승지를 시켜 예단을 올리니, 총병이 말하기를,

"내가 여기에 와서 지방을 번거롭게 하여 해를 끼친 것이 많은데 죄로 여기지 않는 것만도 또한 다행이라 하겠습니다. 더구나 이런 선물을 받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 마음에 매우 미안합니다. 결코 받을 수 없습니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노자를 드리는 것은 예로부터 있던 예(禮)입니다. 물리치지 마십시오."

하니, 총병은 단지 벼루와 궁시(弓矢)·달피(獺皮)를 받았다. 총병이 말하기를,

"내가 전하를 모신 지 오래였으니 한마디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군자를 친히하고 소인을 멀리하며 상벌(賞罰)을 분명히 하고 형법(刑法)을 너그럽게 쓰는 것, 이 네 가지를 전하께서 힘쓰셔야 합니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우리 나라의 군병은 모두 교련하지 않은 군졸들이라서 위급한 때에 쓸 수가 없으므로 감히 중국군을 청한 것입니다."

하니, 총병이 말하기를,

"군사는 10만이고 20만이고 조발하기가 어렵지 않으나 양식이 극히 어려운 것입니다. 천리 행군에 군사가 주린 기색이 있다면 용병할 수 없습니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대인의 생각에는 군대를 얼마나 조발하면 이 적들을 멸할 수 있겠습니까?"

하니, 총병이 말하기를,

"10만은 되어야 하겠습니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흉적들이 대인을 두려워하여 감히 발동하지 못했는데 오늘 대인께서 서쪽으로 돌아가시니 전라도가 장차 지켜지지 못할 것입니다. 만약 전라도를 잃는다면 대군이 나오더라도 구제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니, 총병이 말하기를,

"저 적들이 매번 양식을 얻기 위하여 진격하는데 지금 만약 다시 동병(動兵)한다면 반드시 전라도로 나올 것이니 요해지에 매복하였다가 요격하고 백성과 곡식을 들에서 산성으로 철수시킨 다음 대적(待敵)하십시오."

하였다. 드디어 서로 읍하고서 말을 타고 길을 떠났다. 상이 이어 대상(臺上)에 나아가 무사(武士)들의 기사(騎射)를 관람하였다. 무사 1인이 말을 달리다가 말에서 떨어지니, 상이 이르기를,

"사람이 다쳤는가?"

하고, 또 이르기를,

"무사 중에 맞히지 못하는 자가 많은데 연습을 안해서 그런가?"

하니, 영의정 유성룡이 아뢰기를,

"대개 연습하지 않아서 그러합니다. 또 말을 달리며 추인(芻人)을 쏘아 맞추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추인을 쏘아서 맞힌 자에게는 말을 주어 논상하는 것이 어떠한가?"

하니, 성룡이 아뢰기를,

"윤당합니다."

하였다. 기사(騎射)가 끝나자 거가(車駕)가 환궁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2책 55권 13장 B면【국편영인본】 22책 344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군사-군정(軍政) / 외교-명(明) / 왕실-행행(行幸) / 군사-병법(兵法)

○上出餞總兵劉綎慕華館。 上謂總兵曰: "小邦之人, 惟大人是仰, 今乃撤回, 不勝缺然。" 總兵曰: "俺亦兩年留此, 情不忍別也。 當歸見經略, 力陳貴邦事情耳。 唯願 殿下, 更加憂國, 以安地方。" 上曰: "承此指授, 不勝感激。 大人若更率大兵, 勦除兇賊, 濟小邦之生靈, 立萬世之奇勳, 不亦偉乎?" 總兵曰: "士生天地, (熟)〔孰〕 無成功之心哉? 古人云: ‘雁過留聲, 人過留名。’ 俺亦欲樹立功業耳。" 上令承旨, 呈禮單。 總兵曰: "俺來此, 擾害地方多矣。 不以爲罪, 亦云幸矣。 況此餽遺, 非至一再, 心甚未安。 決不敢受。" 上曰: "贐行, 古有其禮。 請勿却之。" 總兵只受硯及弓、矢、獺皮。 總兵曰: "俺得侍殿下久矣, 願獻一言。 親君子, 遠小人; 明賞罰, 寬刑法。 此四者, 殿下須勉力焉。" 上曰: "小邦軍兵, 皆是不敎之卒, 不可用於緩急, 故敢請天兵耳。" 總兵曰: "兵則雖十萬、二十萬, 不難調發, 而糧餉極難。 千里行師, 士有飢色, 則不可用兵矣。" 上曰: "大人之意, 以爲發兵幾許, 可滅此賊耶?" 總兵曰: "必須十萬乃可。" 上曰: "兇賊畏大人, 不(感)〔敢〕 動矣。 今日大人西還, 全羅將不守。 若失全羅, 則大兵雖出來, 不及救矣。" 總兵曰: "彼賊每因糧而進。 今若再動, 則必由全羅路出來。 要害之地, 按伏邀擊, 淸野以待可也。" 遂相揖, 上馬而去。 上仍御臺上, 觀武士騎射。 武士一人, 馳騁墜馬, 上曰: "傷人乎?" 且曰: "武士多不中, 未習而然耶?" 領議政柳成龍曰: "蓋由不爲肄習。 且芻人騎射, 甚難矣。" 上曰: "芻人射中者, 給馬論賞, 如何?" 成龍曰: "允當。" 騎射告訖, 車駕還宮。


  • 【태백산사고본】 32책 55권 13장 B면【국편영인본】 22책 344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군사-군정(軍政) / 외교-명(明) / 왕실-행행(行幸) / 군사-병법(兵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