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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50권, 선조 27년 4월 18일 병인 1번째기사 1594년 명 만력(萬曆) 22년

비변사가 우리 나라 백성을 왜노라고 속여 군공을 받는 일을 탐문할 것을 아뢰다

비변사가 아뢰기를,

"경주(慶州)의 각 진사(陣司)에 낭청(郞廳) 조수익(趙守翼)을 내려보내어 군중의 제반 사정을 샅샅이 살펴오게 하려 합니다. 옛부터 변지 정세를 사실대로 파악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지만 제장(諸將)들의 조처에 대한 능력 여부와 군공(軍功)의 허실(虛實), 군사들의 기포(飢飽) 등에 대한 모든 것을 마땅히 조정에서 알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요즘 군공에 관한 한 가지 일로 말하더라도 허위가 많아 뒷말들이 분분합니다. 심지어는 애당초 적을 상대하여 크게 싸운 일도 없었는데 군대들이 오랫동안 모아온 수급(首級)을 진짜인지 가짜인지 가리지도 않고 승첩(勝捷)한 것처럼 꾸며 그것을 과장하여 공(功)을 올린다고 하며, 또 초시(初試)에 입격된 자가 베어왔다는 왜두(倭頭) 역시 조사하여 밝혀내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니 참으로 왜놈의 수급을 가져온 자는 얼마 안 되고 그 나머지들은 모두 우리 나라의 굶주린 백성들을 남모르게 죽여 머리털을 깍아낸 다음 그것으로 숫자를 채우고 있으므로, 인두(人頭)를 사고 파는 모든 사람들에겐 일정한 값이 있어 처음에는 머리 하나에 쌀 40∼50두(斗) 하던 것이 중간에 와서 10여 두로 내렸고 지금 와서는 겨우 한끼 밥만 먹여주면 곧 살 수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남쪽 지방 사람들은 왜놈의 수급으로 급제(及第)를 하고 있는데 그것이 양민(良民)을 학살하는 큰 함정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전해 들은 바로는 의령(宜寧)에 허(許)라는 성을 가진 자 3명이 모두 이러한 방법으로 과거급제를 얻었다고 하여 인정(人情)이 통분해 하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장수(將帥)가 사정(私情)에 끌려 사실을 알면서도 원수(元帥)를 속이고 원수는 또 그것을 분명하게 밝혀내지 않았기 때문에 그 폐단이 이렇게까지 되고만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각진 중에는 일 없이 먹는 자가 너무 많아 곡식을 옮겨다 주어도 역전(力戰)의 군사들은 도리어 한번 배불리 먹어보지도 못한다 합니다. 이번에 조수익이 내려가는 편에 제장들이 거느리고 있는 군관(軍官)은 몇 명이고, 전사(戰士)는 몇 명인가를 사실대로 물어오게 하고 기타 군량에 관한 조처라든지 또는 군공(軍功)을 모람(冒濫)한 일 등에 대하여도 상세히 탐문하여 와 아뢰게 하소서."

하니, 상이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29책 50권 23장 A면【국편영인본】 22책 256면
  • 【분류】
    군사-군정(軍政)

    ○丙寅/備邊司啓曰: "慶州諸陣司郞廳趙守翼, 將爲下去, 訪察軍中諸事以來。 自古邊情, 最難得實。 自諸將處置能否, 以及軍功虛實, 軍士飢飽, 皆當使朝廷知之。 近者以軍功一事言之, 多有虛僞, 人言紛紛, 至云初無大戰對敵之事, 而收拾日久, 軍士所得, 未辨眞僞首級, 假作勝捷之樣, 鋪張上功云。 且初試入格所斬頭, 亦査究不明。 眞得頭者無幾, 其餘皆以我國飢民, 潛相斬殺, 削髮充數, 故凡人頭買賣之人, 皆有定價, 初則米四五十斗, 中則十餘斗, 今則纔一哺, 輒爲買得。 以此南方之人, 以頭及第, 爲賊殺良民之大穽云。 傳聞, 宜寧許姓三人, 皆以此得科云, 人情之痛憤極矣。 此不過將帥牽情行私, 以欺元帥, 元帥又不査覈分明, 故其弊至於如此。 且各陣之中, 冗食者甚多, 故雖有移轉之穀, 而力戰之士, 顧不得一飽。 今此趙守翼之去, 諸將所率軍官幾何, 戰士名數, 一一從實査問, 其他糧餉措置及軍功冒濫之事, 使之詳細訪問來啓。" 上從之。


    • 【태백산사고본】 29책 50권 23장 A면【국편영인본】 22책 256면
    • 【분류】
      군사-군정(軍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