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장 청정이 유 총병에게 전하는 답서
이달 3월 5일에 나온 장희춘(蔣希春)·이겸수(李謙受) 등이 적장 청정(淸正)이 유 총병에게 전하는 답서를 가지고 왔다. 그 겉봉에 ‘대명 도독부(大明都督府)에 청정은 답한다.’고 되어 있었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귀부(貴府)는 영웅이요 준걸입니다. 준걸은 일을 함에 있어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결말을 지어 장부(丈夫)의 뜻을 드러내는 법입니다. 우리 관백은 일본 66국을 다스릴 조화술을 가지고 있어 한번 호령하면 온 나라 사람이 응하여 따르니, 이야말로 하늘이 내시고 땅이 기르신 영웅으로 용맹을 겸비하신 분입니다. 수명(壽命)의 장단(長短)을 헤아릴 수 없이 장원하니 이렇게 귀한 운명을 타고난 분은 천년 동안에 다시 없을 분이십니다. 관백께서는 66국을 아들에게 전해 주기 위하여 칭호를 태합(太閤)이라 하고, 높은 명예를 얻기 위하여 나로 하여금 많은 군병을 거느리고 대명국(大明國)을 침벌하게 함으로써 이름을 후세에 드날려 남아(男兒)의 뜻을 나타내고자 하셨습니다. 이에 먼저 조선을 침벌하게 한 것입니다.
나 청정은 충량(忠良)한 사람입니다. 옛사람이 ‘충신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였으니, 죽음을 두려워하면 충신이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내가 관백의 친병(親兵)과 양장(良將)을 거느리고 왔으니 살면 같이 살고 죽으면 같이 죽으리라는 것을 의심할 것이 뭐 있겠습니까. 한인(閑人)은 나를 훼방하나 나는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내가 조선 왕자를 전장에서 포로로 잡았을 때 법에 의하여 그의 생명을 보호하고 마음을 같이하여 서로 유희를 즐기었으며 태합 전하에 아뢰어 일본으로 보내지 않고 고향으로 환송하였으니, 나의 은혜는 바다와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도 대명(大明)과 조선(朝鮮)에서는 도리어 무정하게 나를 은혜도 의리도 없다 하니, 그대들은 깊이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조선 배신에게 묻노니, 대명 천자는 어떤 마음을 가진 분입니까? 대명과 조선이 군신의 의리로 명분이 바르고 말이 순하다고 하나 어찌 남의 나라의 정사를 간섭할 수 있겠습니까. 나의 고명(高名)함에 대해서는 일본의 군중들이 다 아는 바입니다. 그대의 장수들은 가소로운 자들이니 반드시 후환이 있을 것입니다. 지난해 2월 사이에 풍중영(馮仲英)이 함경도에서 서신을 보내 나와 면회하기를 약속하였습니다. 빠르거나 더디거나 양단간 즉시 결정해야 하는데 오늘까지 오랫동안 한번 만나서 의사를 개진하지 못하였습니다.
일본에서 나온 양장(良將)·강병(强兵)들은 전쟁에서 전진만 있을 뿐 후퇴는 없습니다. 만약 대명과 조선을 상대하는 전쟁에서 우리 관백이 승리하신다면 면대하여 양쪽을 화해시키고 즉시 철병하여 돌아갈 것입니다. 그리하면 만백성들이 기뻐하여 생업을 편히 누릴 것이니, 어찌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부질없이 훼방하는 사람이 있어 시비를 말한다면, 나는 즉시 관백에게 글을 올려 알릴 것이니 그 죄가 가볍지 않을 것입니다. 금번에 보내온 서신의 뜻은 필요한 사무를 밝히지 않아 나의 마음에 만족하지 않은 데가 많습니다. 이곳에 마침 일이 있어 사람을 차임하여 글을 보내지 못하고 인편에 두어 자 적어 보내니 사리를 판단하여 자세히 규명하십시오. 이는 아무 사욕이 없는 나의 충성된 말입니다.
사람이 먼 앞날을 걱정하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운 근심이 생기는 것이니 일시적인 계책만 세우지 마십시오. 조선에 나온 일선의 장병들은 천인 가운데 영웅이고 만인 가운데 준걸입니다. 어찌 대명에 항복하는 자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옛사람이, 작은 물방울이 떨어질 적에 막지 않으면 마침내는 강하(江河)를 이룬다고 하였으니, 이것은 화락(和樂)한 정치는 임금이 죽음으로써 선도(善道)를 지키는 데 있다는 말입니다. 대명에도 지혜로운 사람이 있어 문리를 알고 대도에 통달한 자가 있다면 틀림없이 일본국의 현달함을 알아 즉시 화해를 청하고 조선에서 물러나 결코 나의 말을 어김이 없을 것입니다."
- 【태백산사고본】 29책 50권 3장 B면【국편영인본】 22책 246면
- 【분류】군사-통신(通信) / 외교-왜(倭) / 외교-명(明)
○今三月初五日, 出來蔣希春、李謙受等, 賊將淸正處持來劉總爺了答書。 皮封, 書大明都督府, 淸正書送來。 披見, "貴府, 英雄、俊士之人。 夫俊士者, 作事有始有卒者, 顯丈夫之志也。 然則, 關白當受六十六(亇)〔箇〕 國之造化, 一呼百諾, 此乃天之所生, 地之所養也。 英雄猛勇, 壽命長短, 汝不可料想, 海水不可斗量, 貴處性命, 再無千歲。 大閤, 日本六十六(亇)〔箇〕 國, 將付關白兒子, 表名大閤, 欲求高名譽, 遣使領衆軍兵, 侵大明國地方, 揚名於後世, 以顯男兒之志也。 卒士先侵朝鮮處所。 淸正, 忠良之漢。 古人云: ‘忠臣不怕死。’ 怕死, 不作忠臣。 將關白親兵、良將, 同生同死, 何有疑心之乎? 閑人毁謗, 我就是不怕他。 先年驅擄王子戰場之時, 問律依法, 性命惟存。 淸正, 將他同心共背, 嬉戲安樂。 我又將朝奏大閤殿下, 卽時不須渡日本國, 送還歸故鄕。 此乃恩深似海。 將大明、朝鮮, 反面無情, 說起淸正無恩義, 汝自胸內三思, 如何? 又將問陪臣, 天子意思, 如何? 又大明、朝鮮, 名正言順, 豈可偸人之政? 我高名, 日本國衆通知。 汝將可笑者, 必有後患。 舊年二月間, 馮仲英在咸鏡道 送音, 納定面會之時, 緊急、怠慢卽時分開, 如今(輕)〔經〕 筵日久, 未得再會宣懷想。 日本國出有良將强兵, 有進前之意, 無退後之心也。 若大明、朝鮮作關事, 關白得勝, 有面皮, 兩邊和諧, 卽時退兵。 萬民喜悅, 各安生理, 豈不爲美乎? 若有虛謗之人, 說是非, 我聞心內, 卽時寫書奉關白付知, 其罪不輕乎! 今時書來意思, 不明事務, 多我胸中不得意也。 此處或有故, 不遣人送帖, 特聊草數(守)〔字〕 , 付知修文, 依理決斷推詳。 竝無私弊, 我是忠言逆耳。 人無遠慮, 必有近憂, 不爲一時之計。 故朝鮮陣頭士卒, 千人英、萬人傑, 何降大明乎? 古人云: ‘涓涓不塞, 將作江河。’ 案此謂有和樂之政, 王守死於善道。 設若大明有知慧之人, 合文理通大道無礙, 日本國名聲顯達, 卽時和諧, 一時退朝, 決無差言。"
- 【태백산사고본】 29책 50권 3장 B면【국편영인본】 22책 246면
- 【분류】군사-통신(通信) / 외교-왜(倭) /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