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령이 국왕의 소명에 대해 즉시 전장으로 달려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상소하다
광주(光州) 충용장(忠勇將) 김덕령이 상소하기를,
"신은 어리석은 자질로 하읍(下邑)에서 생장하여 장구(章句)는 대강 읽었습니다만 궁마(弓馬)는 익히지 못하였습니다. 단지 혈기에 충동되어 분발했을 뿐인데 헛된 이름이 잘못 알려져 원수 권율(權慄)이 막하(幕下)에 거두어 두고 여러 번 적봉(敵鋒)을 시험하게 했습니다.
신이 비록 국난(國難)을 평정한 공은 부족하지만 위로 군부의 원수를 잊지 않고 있으니 어찌 한 번 죽을 결심이 없겠습니까. 단지 병든 어미가 오늘 내일 하고 형 또한 전사(戰死)하였기 때문에 오조(烏鳥)의 사사로운 정007) 에 차마 옷깃을 뿌리칠 수가 없어 잠시 항오(行伍)를 따르다가 이어 사양하고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금년 8월 자모(慈母)가 돌아가셨고 이미 장사도 지냈습니다. 이 한몸 비록 상중(喪中)이기는 하지만 흉적이 아직도 치성하여 국운이 매우 어려운 때를 당하였으니 신하로서 목숨을 바치는 것을 그만둘 수가 없습니다. 절치 부심하다 분에 복받쳐 국난에 달려가고자 하였던 바, 담양 부사(潭陽府使) 이경린(李景麟)이 순찰사(巡察使) 이정암(李廷馣)에게 신보(申報)하고, 순찰사는 도원수 권율에게 전보(轉報)해서 게호(揭號)하여 초승(超乘)하게 하였습니다.
제반 전투 기구는 경린이 자신의 봉급을 깎아서 빠짐없이 극력 주선하여 주었고 장성 현감(長城縣監) 이귀(李貴)도 함께 같이 주선하여 주었는데 기계(器械)를 이렇게 판출하여 준 것은 실로 지성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리하여 신도 부득이 최복(衰服)을 벗고 전진(戰陣)으로 달려가기를 허락하였습니다.
그런데 비상한 소명(召命)이 갑자기 내릴 줄이야 어찌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황공스러움만 깊어져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신이 12월 20일에 도계(道界)에서 학가(鶴駕)008) 를 지영(祇迎)하는 자리에서 즉시 고하고 출발하려 하였습니다만 뜻밖에 중국군이 철병함에 따라 적세가 매우 급박하게 되었으므로 무군사(撫軍司)에서 신에게 영남으로 달려가서 한편으로는 싸우고 한편으로는 지키게 하였습니다.
신이 생각하건대, 군명(君命)에 급히 달려가는 것이 신하의 도리이지만, 바로 전진(戰陣)으로 달려가 군기(軍機)를 그르치지 않는 것도 신하의 직분이기에 즉시 소명을 받들어 달려가지 못하였으니 신의 죄가 큽니다. 삼가 성명(聖明)께서는 특별히 그 죄를 용서하시고 공효를 책임지우시면 매우 다행이겠습니다."
하였는데, 전교하기를,
"이 상소를 비변사에 내리라. 포장하라는 내용으로 하유하는 것이 온당할 것 같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8책 47권 3장 A면【국편영인본】 22책 201면
- 【분류】인사-관리(管理) / 군사-군정(軍政) / 군사-특수군(特殊軍)
○壬午/光州忠勇將金德齡上疏曰: ‘臣以狂愚, 生長下邑, 粗事章句, 不閑弓馬。 特爲血氣所使, 虛名誤聞, 元帥權慄, 收置幕下, 屢嘗賊鋒。 臣縱乏戡難之功, 上念君父之讐, 豈無一死之心哉? 只以病母臨年, 兄亦戰死, 烏(烏)〔鳥〕 私情, 不忍絶裾, 乍隨行伍, 旋卽辭歸。 今年八月, 慈母見背, 形骸已掩。 自惟一身, 雖在憂服, 老賊尙熾, 天步孔艱, 臣子効命, 有不容已。 腐心扼腕, 欲赴國難, 潭陽府使李景麟, 報于巡察使李廷馣, 轉報于都元帥權慄, 揭號以超乘。 凡百戰具, 則景麟割俸措給, 極力不遺, 而長城縣監李貴, 亦與之同事, 資械之辦, 實由至誠。 臣不得已遂釋衰麻, 許以驅馳, 何意召命, 遽出非常? 惶懼徒深, 罔知所出。 臣於二月二十日, 祗迎鶴駕于道界, 卽以告行, 不意天兵撤回, 賊勢甚迫, 撫軍司令臣直赴嶺南, 且守且戰。 臣亦思之, 急赴君命, 雖是臣子之義, 而直趨戰所, 無失軍機, 亦臣子之職, 故未卽赴命, 臣罪大矣。 伏乞聖明, 特恕其罪而責其效, 幸甚。" 傳曰: "此上疏下備邊司。 似當奬諭。"
- 【태백산사고본】 28책 47권 3장 A면【국편영인본】 22책 201면
- 【분류】인사-관리(管理) / 군사-군정(軍政) / 군사-특수군(特殊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