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변사가 전몰한 중국군의 제사 문제를 아뢰다
비변사가 아뢰기를,
"삼가 요동 도사(遼東都司)의 이자(移咨)를 보니, 평양(平壤)·벽제(碧蹄)·왕경(王京)에 제단을 설치하고 진중에서 죽은 군졸을 해마다 제사한다고 하였습니다. 중국의 군사가 만리길에 정역(征役)하다가 죽어 중국 조정에서 제사하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막연히 있는다면 정리(情理)에 매우 맞지 않으며 또한 뒤에 오는 장병들이 원망하는 마음을 품을 것입니다. 한 동이의 막걸리같은 박물(薄物)일지라도 한 번 강물에 던져 넣자 삼군(三軍)이 느껴 울었으니,642) 인심을 흥기시키는 것이란 큰일에만 달려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장안(長安)643) 과 경기 감사(京畿監司)에게 하서(下書)하여 싸움터 근처에 간략하게 땅을 닦고 나무를 세워 칙사민충단(勅賜愍忠壇)이라 쓰고 먼저 국명(國命)으로 그 옆에서 제사하게 하소서. 그리하면 유명(幽明)을 위열(慰悅)함이 섭섭하지 않을 것입니다. 안강(安康) 싸움에서 죽은 중국군도 많은데 미처 조제(弔祭)하지 못하였으니, 또한 감사를 시켜 초혼(招魂)하여 제사하는 것이 온당하겠습니다. 또 상주(尙州)·충주(忠州)·임진(臨津)·양주(楊州)·대탄(大灘)·평양(平壤)·중화(中和)같은 곳의 큰 전투에서 죽은 우리 나라 사람이 더욱 많은데, 이 또한 각각 그 소재관(所在官)으로 하여금 제구(祭具)를 대략 장만하여 제사하게 하면, 비록 보리밥 콩국물일지라도 곧 은택에 관계되므로 죽은 자가 감지함이 있다면 또한 어두운 속에서도 느껴 울 것입니다. 감히 아울러 품합니다."
하니, 아뢴 대로 하라고 답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6책 45권 62장 A면【국편영인본】 22책 164면
- 【분류】풍속-예속(禮俗) / 군사-전쟁(戰爭) / 외교-왜(倭)
- [註 642]한 동이의 막걸리같은 박물(薄物)일지라도 한 번 강물에 던져 넣자 삼군(三軍)이 느껴 울었으니, : 투료(投醪)의 풀이이니, 장군이 병졸들을 고루 사랑하는 마음씨에 병졸들이 감동하여 분발하였다는 고사. 옛적 어진 장군에게 한 동이 술이 선물로 들어오니, 장군은 양이 적지만 혼자 마시지 않고 강물에 쏟아 넣고 장병들로 하여금 그 물을 마시게 하니, 작은 것일망정 장병과 고락을 같이하는 데 감동하여 장병들이 결사적인 결의를 다졌었다. 《문선(文選)》 황석공기(黃石公記).
- [註 643]
장안(長安) : 한성 판윤을 가리킴. - [註 643]
○備邊司啓曰: "伏見遼東都司移咨, 平壤、碧蹄、王京, 設壇歲祭, 陣亡軍卒。 天朝將士, 萬里征役, 至於死亡, 天朝致祭, 而我國漠然, 則其於情理, 甚不相稱, 而亦使後來將士, 生怨恨之意。 夫單醪, 薄物, 一爲投河, 三軍爲之感泣。 興起人心, 不在大事。 請下書于長安、京畿監司, 於戰場近處, 略爲除地, 立木書曰: ‘勑賜愍忠壇’, 先以國命, 祭於其側, 則其所以慰悅幽明者, 非淺淺矣。 安康之戰, 天兵死者亦多, 而弔祭不及, 亦令緊司, 招魂祭之爲當。 且ㆍ如尙州、忠州、臨津、楊州、大灘、平壤、中和大戰時, 我國人死者尤多, 此亦各其所在, 略設祭具祭之, 則雖麥飯、菽水, 卽係恩澤, 死者有知, 亦必感泣於(溟)〔冥〕 冥矣。 敢此竝稟。" 答曰: "依啓。"
- 【태백산사고본】 26책 45권 62장 A면【국편영인본】 22책 164면
- 【분류】풍속-예속(禮俗) / 군사-전쟁(戰爭) / 외교-왜(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