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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45권, 선조 26년 윤11월 23일 계묘 2번째기사 1593년 명 만력(萬曆) 21년

임금이 숭례문밖에 나가 유 총병을 배웅하다

진시(辰時)에 상이 숭례문(崇禮門)밖에 나가 유 총병(劉總兵)을 배웅하였다. 막차(幕次)에 들어가자 총병이 이어서 이르니, 상이 막차에서 나와 맞아들이고 읍(揖)하였다. 총병이 말하기를,

"오늘날의 일이 매우 어려우니, 다시 성실한 사신을 보내어 경략(經略)·제독(提督)에게 간절하게 ‘적이 바다로 나가지 않는데도 와서 구원하지 않으면 전일의 공로가 죄다 버려진다.’는 뜻으로 말해야 하겠습니다. 제독은 군사만을 주관하고 경략은 문관(文官)이니, 어찌 이 사이의 일을 다 알겠습니까. 화친을 요구하는 일은 감히 말하지 못할 것이니, 이 일을 황상께서 알면 반드시 진노하실 것입니다. 천사가 들어 갔으니 결정이 있을 것입니다. 군졸을 훈련하고 인심을 수습하는 등의 일은 서둘러 거행하여 자강책(自强策)으로 삼아야 합니다."

하니, 상이 말하기를,

"이제 하교를 받으니 매우 감사합니다. 소방(小邦)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어찌 감히 마음을 다하지 않겠습니까."

하였다. 총병이 말하기를,

"하루가 급합니다. 적이 봄이 되기를 기다려 군사를 보태어 다시 나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남방이 가장 긴급하고 북방은 조금 헐하니, 북방의 군사도 징발해야 하겠습니다. 또 경략도 왜적이 다시 새 군사를 보태었다고 조정에 아뢰면 자기 죄를 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니, 상이 말하기를,

"소방은 사정을 모르니, 왜서(倭書)를 꼭 보고 싶습니다."

하니, 총병이 말하기를,

"오늘은 행리(行李)가 이미 갔으니, 마땅히 베껴 써서 보내겠으나, 극비로 해야만 합니다."

하였다, 상이 좌우를 물리고 중국 사신이 보낸 소첩(小帖)을 총병에게 보이니, 총병이 말하기를,

"삼경(三京)을 회복한 데는 경략·제독이 함께 공로가 있는데, 이제 주문(奏聞)한다면 반드시 중죄를 입게 될 것입니다. 경략이 엄폐한 사실을 과도관(科道官)이 바야흐로 참론(參論)하고 있는데, 귀국의 존망이 여기에 달려 있습니다."

하자, 상이 말하기를,

"소방이 어떻게 알겠습니까."

하니, 총병이 말하기를,

"조정에서 논핵(論劾)하니 황상께서 구호하시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전형(典刑)을 받을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그렇게 되면 도리어 미안할 것입니다. 배신(陪臣)이 모든 일에 다 힘쓰지 않으니, 대인(大人)은 다른 나라 사람으로 보지 말고 도원수(都元帥) 이하에게 군령(軍令)을 행해야 합니다."

하니, 총병이 말하기를,

"다 법을 지키고 있으므로, 그러한 사람은 없습니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수참관(隨參官)이 추위에 멀리 가므로 유사(有司)를 시켜 술을 먹여 위로하려고 하는데 물러가 마시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총병이 말하기를,

"명대로 따르겠습니다."

하였다. 총병이 드디어 두 번 읍하고 물러갔다. 상이 환궁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6책 45권 59장 B면【국편영인본】 22책 163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군사-전쟁(戰爭) / 외교-왜(倭) / 외교-명(明)

    ○辰時, 上出餞總兵於崇禮門外。 入幕次, 摠兵繼至, 上出幕次, 迎入作揖。 摠兵曰: "今日之事極難, 須遣誠實使臣, 更於經略、提督前, 勤懃懇懇, 以賊不下海, 而猶不來救, 則前功盡棄之意, 爲辭可也。 提督主兵, 而經略文官, 豈盡知此間事乎? 求親之事, 所不敢言也。 皇帝若知, 則必爲震怒。 天使入去, 當有發落。 如訓鍊軍卒, 收拾人心等事, 急急擧行, 以爲自强之計。" 上曰: "今承下敎, 多謝。 小邦力所及爲者, 敢不盡心" 摠兵曰: "一日爲急。 賊若俟春汛添兵更出, 則何以爲之? 南方最緊, 北方稍歇, 北軍亦調發可也。 且經略以賊更添新兵, 達于朝廷, 可免(已)〔己〕 罪矣。" 上曰: "小邦不知事情。 書切欲傳覽。" 總兵曰: "今日則行李已出, 當謄書以送。 然當極秘。" 上辟左右, 以天使所送小帖, 呈示總兵。 總兵曰: "三京恢復, 經略、提督, 與有功焉, 今若奏聞, 則必蒙重罪矣。 經略壅蔽之事, 科道官方參論, 貴國存亡在此矣。" 上曰: "小邦何以知之?" 總兵曰: "朝廷論劾, 而皇上救護。 不然則當典刑矣。" 上曰: "如此則還爲未安矣。 陪臣凡事, 皆不用力, 大人勿以異國人視之, 都元帥以下, 行軍令可也。" 總兵曰: "皆守法, 無如此人矣。" 上曰: "隨參官凍寒遠行, 令有司饋酒慰之。 請令退飮何如?" 總兵曰: "當依命。" 總兵遂行再揖而去。 上還宮。


    • 【태백산사고본】 26책 45권 59장 B면【국편영인본】 22책 163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군사-전쟁(戰爭) / 외교-왜(倭) /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