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원수 권율이 유 총병에게 회보할 내용을 문의하다
도원수 권율(權慄)이 치계하기를,
"지난번 유 총병(劉總兵)이 신에게 ‘송 경략이 왜적이 모두 바다를 건너간 것으로 속여서 조정에 신보(申報)했으니 당신이 이런 뜻으로 국왕에게 전달(轉達)하여 천조(天朝)에 주문(奏聞)하게 해야 한다.’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저녁에는 또 접반사(接伴使) 김찬(金瓚)에게 통보(通報)한 것을 내보였는데, 그 내용에 ‘성지(聖旨)를 받들건대 「어제 조선 국왕이 진사(陳謝)한 표문(表文)을 보고 관군(官軍)이 적을 물리치고 성공한 것을 알고서 짐(朕)의 마음이 기뻤다. 다만 나라가 새로 진정되었으니 후환을 막아야 한다. 」 했고, 병부(兵部)의 제본(題本)에는 또 「진주(晉州)의 포위가 풀렸고 부산(釜山)의 왜적이 물러갔다는 것에 대해 들은 사람들이 오히려 믿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신(臣)도 오히려 근심과 의아가 간절했습니다. 지금 해국(該國)에서 진사하러 들어온 사신이 본부(本部)에 도착하여 대면하여 한 말에 의거하건대, 해국의 지경 안에 남아 있는 왜적이 하나도 없고 강토를 모두 수복하였으며 사로잡혔던 왕자(王子)와 배신(陪臣)도 도로 돌아오고 무너진 종묘(宗廟)와 시직도 도로 세웠다 하니 이는 모두 황제의 은덕이 크게 펴지고 천심(天心)이 협조함을 힘입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제장(諸將)들이 공을 세우게 된 것입니다. ……」 했습니다.’ 신은 어떻게 회보(回報)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유 총병의 뜻을 헤아려 보건대, 처음에는 송 경략이 속여서 신보한 것으로 여겼었으나 이제야 우리 나라에서 터무니없이 속인 것임을 안 것 같으니 미안함을 견딜 수 없습니다."
하니, 정원에 전교하기를,
"이 서장을 보건대 송 경략이 한 말에도 의아스러운 바가 있기는 하나 사은사(謝恩使)가 【정철(鄭澈)과 유근(柳根)을 말한다. 】 이를 실증한 것이다. 국가의 일이 통탄스러워 말할 수가 없는 지경이어서 내가 듣고 싶지 않다. 다만 유 총병이 화가 나면 앞으로 난처한 일이 생길 것이니, 총병에게 이자(移咨)하여 그 동안의 곡절을 자세하게 진달함으로써 그의 의아심이 풀리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선처할 방책에 대해 비변사에 알려주어 상의해서 아뢰게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5책 44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22책 126면
- 【분류】군사-전쟁(戰爭) / 외교-왜(倭) / 외교-명(明)
○己巳/都元帥權慄馳啓曰: "頃日, 劉揔兵語臣, 曰: ‘經略, 以倭盡渡海, 瞞報朝廷, 爾將此意, 轉達國王, 奏聞天朝可也。’ 云。 昨晩又出示通報于接伴使金瓚, 其中有曰: "奉聖旨, 「昨見朝鮮國王謝表, 知官軍退敵成功, 朕心嘉悅。 但, 伊國新定, 後患當防。」 云云。 兵部題本, 又曰: 「晋州之圍解, 釜山之倭退, 聞者猶多未信, 臣亦尙切憂疑。 今據該國入謝使臣到部面, 審該國境內, 委無餘倭, 疆土盡復, 王子陪臣已擄而復還, 宗廟、社稷旣毁而復立, 此皆仰仗帝德覃敷、天心助順。 故諸將得以奏功畢效。」 云云。’ 臣罔知回報。 料得總兵之意, 則初疑經略之瞞報; 今始知爾國之厚誣也。 不勝未安云。" 傳于政院曰: "觀此書狀, 經略之言, 猶有所疑, 而謝恩使 【謂鄭澈、柳根也。】 實之矣。 國家之事, 痛不可言, 予願不聞矣。 但劉揔兵發怒, 將有難處事, 無乃移咨摠兵前, 詳陳此間曲折, 以釋其疑可乎? 善處之策, 言于備邊司, 商議以啓。"
- 【태백산사고본】 25책 44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22책 126면
- 【분류】군사-전쟁(戰爭) / 외교-왜(倭) /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