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곶의 선상에서 한 배에 탄 사람으로서의 합심을 강조하다
상이 율곶(栗串)에서 나룻배를 탔는데, 도승지(都承旨) 심희수(沈喜壽), 좌승지 홍진(洪進), 좌부승지(左副承旨) 정희번(鄭姬蕃), 동부승지 장운익(張雲翼), 부제학(副提學) 이괵(李𥕏), 직제학 백유함(白惟咸), 교리(校理) 김권(金權), 주서(注書) 심언명(沈彦明)·남이신(南以信), 봉교(奉敎) 조수익(趙守翼), 검열(檢閱) 김용(金涌)이 입시(入侍)하였다. 상이 이괵에게 이르기를,
"그대가 경연(經筵)의 장관(長官)이니 내가 한 마디 하고자 한다."
하니, 이괵이 앞으로 나아가 부복(俯伏)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옛사람이 말하기를 ‘물이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엎기도 한다.’ 하였고, 또 ‘한 배를 타면 원수 사이도 한 마음이 된다.’고 하였다. 오늘 나도 배를 띄우기도 하고 배를 엎기도 한다는 뜻을 생각할 것이니 그대들도 한 배를 탔다는 뜻을 생각하라."
하니, 괵이 아뢰기를,
"지금 배를 함께 탄 사람들은 모두 경악(經幄)의 신하들인데 성교(聖敎)가 이에 미치니 감격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조정에서 성상의 뜻을 봉행하지 못하여 오늘의 사태가 있게 하였으니, 앞으로도 이러한 성상의 뜻을 봉행하지 않는다면 이는 신들의 죄입니다."
하고, 심희수가 아뢰기를,
"백성을 물에 비유하신 것과, 한 배를 탄 사람은 서로 합심해야 한다고 하신 경계에 누가 감격하지 않겠습니까."
하고, 홍진이 아뢰기를,
"지금 상의 전교를 받들고서 만조 제신(滿朝諸臣) 중에 누가 힘을 다하여 일심(一心)이 되기를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이괵의 말이 절당(切當)410) 합니다. 이후로도 성상의 뜻을 봉행(奉行)하지 않는 자가 있다면 만번 죽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죄가 클 것입니다."
하였다. 희수가 또 아뢰기를,
"상께서 이런 전교를 내리시니, 우리 나라 만세의 복입니다."
하고, 이괵이 아뢰기를,
"조정에 있는 신료(臣僚)들이 한 배를 탔다는 뜻을 잊지 않는다면 자연히 화합(和合)될 것입니다."
하고, 장운익이 아뢰기를,
"성상께서는 전부터 매양 화합시키고자 하였으나 신료들이 봉행하지 않아서 그런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오늘 마침 배를 탔었기 때문에 이 배를 본 김에 말하였을 뿐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3책 41권 39장 B면【국편영인본】 22책 75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군사-전쟁(戰爭) / 외교-왜(倭)
- [註 410]절당(切當) : 사리에 맞음.
○上乘栗串津舟, 都承旨沈喜壽、左承旨洪進、左副承旨鄭姬藩、同副承旨張雲翼、副提學李𥕏、直提學白惟咸、校理金權、注書沈彦明ㆍ南以信、奉敎趙守翼、撿閱金涌入侍。 上謂李𥕏曰: "爾爲經筵長官, 予欲一言。" 李𥕏進前俯伏, 上曰: "古人有言曰: ‘水能載舟, 亦能覆舟。’ 又曰: ‘同舟則仇敵一心。’ 今日, 予當思載舟、覆舟之義, 下亦念同舟之義可也。" 𥕏曰: "同舟皆經幄之臣, 而聖敎及此, 不勝感激。 朝廷不能奉行聖意, 致有今日之事。 此後若不奉行此意, 則臣等之罪也。" 沈喜壽曰: "民水之喩、同舟之戒, 孰不感激?" 洪進曰: "今承上敎, 滿朝諸臣, 孰不思竭一心? 李𥕏之言切當, 此後如有不爲奉行者, 萬死無惜。" 沈喜壽曰 "上有此敎, 東方萬世之福。" 李𥕏曰: "在廷臣僚, 不忘同舟之義, 則自然可和。" 張雲翼曰: "聖意自前每欲和之, 而臣僚不能奉行而然。" 上曰: "今日適乘舟, 故因所見言之耳。"
- 【태백산사고본】 23책 41권 39장 B면【국편영인본】 22책 75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군사-전쟁(戰爭) / 외교-왜(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