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벤 승려에게 선과를 주라고 전교하다
상이 정원에 하교하였다.
"우리 나라의 군병은 그 피곤함이 이루 말할 수 없고, 또 그 수가 1만 명도 채 못 되니 매우 한심스럽다. 각도 승려의 수가 상당히 많지만 세상을 등지고 구름처럼 떠도는 무리라서 국가에서 사역시킬 수 없게 되어 있으니, 그들을 사역시킬 수 없을 바에야 한 장의 종이를 주어 적의 수급 하나라도 얻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이와 같이 하면 승려들이 다투어 분발하여 각자가 싸우기 위해 날마다 몰려들 것이니, 의병에게 빈 관직을 주어 조정의 법도를 문란케 하는 것과는 다르고 또 재물을 소비하며 군사를 먹여야 할 걱정도 없을 것이다. 이는 이단을 존숭하여 선과(禪科)를 회복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임시로 적을 초토하려는 술책일 뿐이다. 전일에도 본사(本司)와 더불어 상의하여 승려로서 적의 머리 한 급을 바치는 자에게는 즉시 선과(禪科)를 주기로 했었는데, 그 후에 대간의 논란이 있어 임금의 체면으로 말을 많이 함이 부당할 듯하여 대간의 말에 따랐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이 조항은 진실로 적을 초토하는 일에 유익해서 그만둘 수 없는 것이다. 이를 가지고서 내가 이단을 숭배한다 하면, 듣는 자들은 코웃음을 칠 것이다. 내 생각에는 앞으로 언제든지 적의 수급을 참획한 승려에게는 각각 선과를 주되 즉시 휴정(休靜)에게 내려 보내어 그로 하여금 반급하게 할 것이니, 속히 이 뜻을 여러 도의 승려에게 하유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상의하여 아뢰라."
- 【태백산사고본】 21책 39권 44장 A면【국편영인본】 22책 22면
- 【분류】인사-선발(選拔) / 사상-불교(佛敎)
○上敎政院曰: "我國軍兵疲困不可言, 數且不滿萬, 極爲寒心。 各道僧徒, 其麗不億, 方外雲遊之徒, 國家旣不得以役之。 與其不得以役之, 曷若空施一張紙, 而得一賊首之爲愈也? 如此則僧皆爭奮, 各自爲戰, 僧徒日至矣。 非如義兵之虛授官爵, 紊亂朝章之弊, 又無費財餉軍難繼之患矣。 此非崇異端, 而復禪科也, 乃權時討賊之術也。 前日與本司議定, 凡僧人之獻一級者, 給禪科, 其後臺諫論之, 人君者不可多費辭說, 故卽從之矣。 今更思之, 此條誠有益於討賊, 不容已也。 以此謂予崇奬異端, 則聞者掩鼻矣。 予意, 將前後僧人之斬級者, 各給禪科, 卽下送于休靜, 使之頒給, 而急急傳諭此意於諸道之僧, 如何? 參商議啓。"
- 【태백산사고본】 21책 39권 44장 A면【국편영인본】 22책 22면
- 【분류】인사-선발(選拔) / 사상-불교(佛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