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변사가 조안방의 보고서를 보고 속히 왜적을 퇴각시켜 강토를 회복하자고 청하다
비변사가 아뢰기를,
"선전관 조안방이 보내온 보고서를 보니 ‘경상 한 도에 왜적과 서로 대치하는 각진의 군졸은 6∼7천에 불과하고, 그 중에는 한 장수가 거느리고 있는 군졸이 혹 6∼7명인 자도 있으며, 각진에 있는 활도 겨우 1백여 장(張)뿐이었다. 이런 병력과 무기를 가지고 강한 왜적과 싸워 이긴다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더욱이 군량이 결핍된 지 이미 오래되어 하루에 먹는 양이 한 홉의 죽에 불과하니 매우 한심하다. 본도에는 비록 약간의 비축이 있고, 이웃 도에도 또한 이송하여 온 곡식이 있다고는 하나, 중국군을 공급하기 위한 것으로 우리 군사들은 구제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군졸이 날로 도망하여 이와 같이 축소되는 것은, 형세가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또 경상도는 병화와 기근이 타도에 비하여 더욱 심합니다. 금년에도 파종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한 자의 땅도 개간하지 못하였으므로 사람들은 서로 잡아 먹으며 또한 죽은 시체가 들을 덮었으니 그 형세가 오래 지탱하지 못할 것입니다. 본도에는 이미 한 줌의 곡식도 없고, 양호에는 또한 운반할 힘이 없으니, 천병과 우리 군사들이 비록 지키고자 하여도 어찌할 수 없어서 부득불 돌아와야만 하는데, 돌아온다면 조령 이남은 앞으로 버려진 폐허(廢墟)가 될 것이며 영남을 지키지 못하면 호남도 홀로 보존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흉적이 오래도록 버티면서 물러가지 않는 것도 그 계략이 이에 있으니, 이것은 장차 싸우지 않고서도 우리 나라를 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이 이에 미침에 지극히 민망합니다. 이는 비록 종전에도 누누이 진술한 일이지만 사세가 급해져서 조금도 늦출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뜻을 상세히 기록하여 경략과 제독에게 분명하게 이자하여 급히 영기(令旗)212) 를 보내어 진병(進兵)을 독촉하여 재력이 다하기 전에 서둘러 왜적을 초토하여 퇴각시키고 강토를 모두 회복하게 하소서."
하니, 상이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21책 39권 35장 A면【국편영인본】 22책 18면
- 【분류】군사-전쟁(戰爭) / 외교-왜(倭)
- [註 212]영기(令旗) : 군대에서 군령을 전달하는 기임.
○備邊司啓曰: "伏見宣傳官趙安邦來報, 慶尙一道, 與賊相持, 各陣之軍, 不過六七千, 而其中一將所率, 或有六七名者, 各陣弓子, 僅百餘張。 將此兵力、器械, 戰退强寇, 萬無其理。 加以缺糧已久, 一日所食, 不過溢米之粥, 極爲寒心。 本道雖有(査)〔些〕 少之儲, 隣道亦有搬移之粟, 而要支天兵, 不許接濟我軍云。 其日漸逃散, 致此銷縮, 勢所然也。 且慶尙一道, 兵火、飢饉, 比他道尤甚。 今年亦未耕種, 尺土不墾, 人多相食, 僵屍遍野, 其勢不久。 本道旣無一秉之粟, 兩湖又無搬移之力, 天兵與我軍, 雖欲守之, 亦末如之何。 不得不還, 則鳥嶺以南, 將爲空棄之荒墟。 嶺南不守, 湖南亦不能獨存。 兇賊之持久不去, 其計亦在於此, 將欲不戰而呑我。 思之至此, 極爲閔迫。 此雖從前屢屢陳請之事, 而事急不可緩聲, 備將此意, 明白移咨于經略與提督, 使之急發令旗, 催督進兵, 趁此財力未盡窮竭之前, 急勦追却, 盡復疆土事陳懇。" 上從之。
- 【태백산사고본】 21책 39권 35장 A면【국편영인본】 22책 18면
- 【분류】군사-전쟁(戰爭) / 외교-왜(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