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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36권, 선조 26년 3월 13일 무진 7번째기사 1593년 명 만력(萬曆) 21년

정곤수를 인견하고 중국군에게 수급을 보내는 일, 진병을 청하는 일을 의논하다

상이 서천군 정곤수(鄭崑壽)를 인견하였는데, 우부승지 심우승(沈友勝)이 입시하였다. 상이 비변사의 초기(草記)를 보고 있다가 이어 말하기를,

"수급은 다른 수급으로 대신 보낼 수는 없다. 왜물은 이곳에 남겨 둔 것으로 채워 보내도록 하라. 그리고 저들이 비록 의롭지 못한 짓을 하더라도 우리의 도리에 있어서는 구차하게 따라서는 안 된다. 어찌 그른 줄 알면서 조정을 속일 수 있겠는가. 현소(玄蘇)가 죽지 않은 것이 분명한데도 왜승(倭僧)의 수급을 다 가져오라고 하는 것은 그 뜻이 대개 현소의 머리를 얻고자 해서이다. 천하의 대장으로서 황상(皇上)의 중임을 받았으면 의당 사람들을 고무시키는 일이 있어야 할 것인데 제독의 하는 짓이 이와 같으니 실로 미안하다."

하니, 곤수가 아뢰기를,

"장세작이 군량의 일로 해서 이덕형에게 면박하기를 ‘양초도 준비되어 있지 않고 병마도 많지 않는데 굳이 진병하라고 청하니 너희 나라의 일을 실패시킬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도 실패시키는 것인가.’ 하였으니, 그가 진병의 말을 싫어하는 것이 이와 같습니다. 장세작은 제독 형제와 매우 친근하여 매번 회군의 말을 하였다 합니다. 낙상지의 이웃 사람이 제독의 책사(策士)가 되었기 때문에 제독이 하는 일은 낙상지가 알지 못하는 것이 없다고 합니다."

하였다. 정곤수가 아뢰기를,

"낙상지는 진병하지 않는 것을 매우 한스럽게 여깁니다. 그리고 뒤에 오는 진(陳)·유(劉)의 군마가 28일에 벌써 광녕(廣寧)을 지났다고 하였습니다. 속히 진병하라는 뜻으로 경략에게 간청하소서."

하고, 우승이 아뢰기를,

"장세작이 기미를 살펴서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의도가 있는 듯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이는 화친을 중하게 여긴 것이다."

하였다. 우승이 아뢰기를,

"낙 장군의 말을 어찌 다 믿겠습니까. 그리고 강화에 대한 주장도 오로지 강화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며, 진격하려는 뜻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하니, 곤수가 아뢰기를,

"낙상지의 말이 ‘제독이 만약 진병의 뜻이 있다면 화차(火車)를 무엇 때문에 후퇴시키겠는가.’ 하였습니다."

하였다. 우승이 아뢰기를,

"신의 생각으로는 제독을 나쁘다고만 할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할 도리를 닦지 않고서 어떻게 제독만 나무랄 수 있겠습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승지의 말이 옳기는 하다. 처음에는 우리의 군량이 과연 넉넉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개성의 군량이 조금 넉넉하여 진병할 만한데도 여태 진병하지 않으니 어찌 그 일만 가지고 논해야 하겠는가. 그리고 벽제에서 경솔히 진병하였다가 패배한 것이 어찌 양장(良將)으로서 할 일이겠는가."

하였다. 우승이 아뢰기를,

"벽제에서 경솔히 진병한 것은 잘못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왜적은 반드시 후원병을 두었는데 제독은 그처럼 하지 않았으니, 이것이 미진한 점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9책 36권 23장 B면【국편영인본】 21책 662면
  • 【분류】
    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전쟁(戰爭)

    ○上引見西川君 鄭崑壽, 右副承旨沈友勝入侍。 上, 方覽備邊司草記, 仍曰: "首級, 不可以他首級代送。 物則以此處留置者, 充送可也。 且彼雖不義, 在我之道, 不可苟從也。 豈可知其非, 而欺罔朝廷乎? 玄蘇不死明矣, 而僧首級, 皆令來納, 其意蓋欲得玄蘇之首也。 以天下大將, 受皇上重寄, 宜有聳動之事, 而提督所爲如是, 實是未安。" 崑壽曰: "張世爵, 因糧餉事, 面辱李德馨曰: ‘糧草不且, 士馬不多, 而强請進兵, 不徒敗爾國事, 又欲敗我事耶?’ 其厭悶進兵之說如是。 張世爵甚昵於提督兄弟, 而每有回兵之議, 駱尙志隣人, 爲提督策士, 故提督所爲, 也無不知之云。" 鄭崑壽曰: "駱尙志深恨不爲進兵。 且言後來軍馬, 二十八日, 已過廣寧云。 速爲進兵之意, 懇請於經略前。" 友勝曰: "張世爵言相機可爲云, 其意似有所在也。" 上曰: "此則以和親爲重者也。" 友勝曰: "將之言, 何可盡信? 且其所主和, 亦非專以和爲主也。 亦不無擊之之意也。" 崑壽曰: "言, ‘提督, 若有進兵之意, 則火車何以回來耶?’" 友勝曰: "臣意, 不但以提督爲非也。 在我之道不脩, 何獨以提督爲咎也哉?" 上曰: "承旨之言, 然矣。 初則我國糧餉, 果不敷也。 今則開城糧餉稍優, 似可進兵, 而迄不進兵, 豈可執一論耶? 且輕進取敗於碧蹄, 豈良將之所爲哉?" 友勝曰: "碧蹄輕進, 則非矣。" 上曰: "賊則必有後援, 而提督不如是, 此未盡處也。"


    • 【태백산사고본】 19책 36권 23장 B면【국편영인본】 21책 662면
    • 【분류】
      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전쟁(戰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