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 진무 계연방이 조서를 가지고 오자 왕이 접견하다
요동 진무(遼東鎭撫) 계연방(桂聯芳)이 와서 영하(靈夏)를 평정한 등황 조서(謄黃詔書)018) 를 반포하니 왕이 뭇 신하를 거느리고 교외에 나가 맞이하고 이어 계연방을 접견하였다.
【조서는 다음과 같다. "짐이 조종(祖宗)의 대업을 이어받아 중화(中華)와 오랑캐의 임금이 되어 내외가 두루 태평한 지가 이제 20여 년인데 어찌 변란이 갑자기 삭방 사이에서 일어날 줄 예상이나 했겠는가. 역적 발배(哱拜)와 발승은(哱承恩) 부자는 본디 오랑캐의 종자들로서 외람되게 겉으로는 번드레한 의관을 하고서 속에는 모반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평소부터 힘세고 사나운 것을 믿었다. 이에 반졸(叛卒) 유동양(劉東暘)·허조(許朝)·토문수(土文秀) 등과 결연, 무군 어적(撫軍禦敵)의 방책이 잘못되어 식량이 부족하게 되었다고 큰 소리치면서 기회를 틈타 화를 부추겨 무리지어 반역을 꾀하였다. 국가에서 임명한 관리를 죽이고 성에 웅거하여 험한 것을 믿고 망령되게도 안녹산(安祿山)의 고사를 염두에 두고 원호(元昊)의 간사한 생각을 품었다. 오랑캐를 따라 변발(辮髮)을 하고 참람되게 왕호를 칭하였으며 거짓 격서(檄書)를 전파하여 제멋대로 칙서(勅書)를 헐뜯고 창고를 탈취하고 죄수를 방면하고 금이나 비단 같은 귀중한 재물을 거두어 갔고 관아(官衙)를 불태웠다. 친근한 번병(藩屛)을 협박하고 오랑캐를 유인하여 후원을 삼아 백성에게 해독을 끼치고 포악한 행동을 자행하였다. 영주(靈州)를 빼앗아 기각(掎角)의 형세를 이루려 했으며 관문(關門)을 엿보아 중원을 범하려고 했으니 진실로 귀신이나 사람이 다같이 분노하고 죄악이 하늘에까지 닿는 자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하늘이 화를 싫어하고 종묘 사직이 기쁨을 내리심에 힘입어 대소 신료들이 안에서 계책을 세우고 장군과 문관들이 밖에서 힘써 주선하여 무기로 억센 오랑캐를 꺾으며 튼튼한 성에 물을 대고 군사들이 일제히 북을 두드리며 용감하게 성에 오르니 흉악한 적들이 사로잡혀 머리를 바쳤다. 멀리 노포(露布)019) 가 전해 오자 환호성은 천지를 진동하였다. 지난번에는 유동양 등을 출진에 임해 먼저 주륙하고 온 가문을 주벌하였는데 이제 발승은 등을 잡아와 포로를 천여 리에 운송하여 바치고 수급(首級)은 구변(九邊)에 전했다. 천명(天命)을 거역하는 자는 누구인들 국법에서 도망갈 수 있으며 법을 어기는 자는 자신이나 가정에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이에 특별히 해내외 구변과 사이(四夷)의 군사와 백성들에게 선포하노니 본분에 편안하여 어진 백성이 되고 상도(常道)를 지켜 몸을 보존하라. 왕법(王法)을 삼가 준수하여 함께 태평을 누리도록 하라."】
- 【태백산사고본】 18책 35권 3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622면
- 【분류】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전쟁(戰爭)
○己丑/遼東鎭撫桂聯芳來, 頒平(靈夏)〔寧夏〕 謄黃詔書, 上率群臣迎于郊外, 仍接見桂聯芳。 【詔曰: 朕纘承丕緖, 君主華夷, 內安外寧, 玆二十載, 何期變亂之事, 忽起朔方之間。 逆賊哱拜哱承恩父子老, 本以夷種, 冒竊冠裳, 包藏禍心, 素恃强狠。 乃構叛卒, 劉東暘, 許朝, 土文秀等倡言撫禦乖方, 糧餉虧剋, 乘幾, 煽禍, 群造反謀。 〈■〉殺命官, 據城負固, 妄意祿山之故事, 敢萌元昊之邪心。 辮髮從夷, 僭稱王號, 傳播僞檄, 擅毁勅書, 奪庫放囚, 搜金括帛, 燒毁衙舍。 逼費親藩, 句虜爲援, 毒民肆虐, 欲奪靈州, 以成猗角, 謀窺關陜, 而犯中原, 誠神人共憤, 而罪惡滔天者也。 幸賴皇穹厭禍, 宗社垂休, 大小臣工, 效謀於內, 文武將吏, 宣力於外, 兵摧强虜, 水灌堅城, 衆士咸鼓勇而先登, 群兇遂就擒而授首。 遙傳露布, 驩動雷聲。 除劉東暘等, 臨陣先誅, 闔門受戮。 今檻致哱承恩等獻俘, 千里傳首九邊。 逆天者, 孰能逃於憲典? 犯法者, 果何益於身家? 玆特宣示薄海內外九邊四夷, 軍民人等, 安分者爲良民, 保身者爲常道, 恪遵王法, 共享太平。】
- 【태백산사고본】 18책 35권 3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622면
- 【분류】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전쟁(戰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