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정 최흥원 등이 왕세자와 대가를 분리하지 말라고 청하다
영의정 최흥원이 아뢰기를,
"어젯밤에 유 원외(劉員外)를 따라 운흥관(雲興館)에 도착하였더니, 유 원외가 ‘본국이 회복된 뒤에는 옛날에 하던 대로 하지 말고 호걸(豪傑)과 충의(忠義)의 인사를 가려 기용하여 방비하는 일을 미리 강구하고 결정하여 적이 이르는 데 대비해야 할 것이다. 뒷날에 또 적의 변고가 있으면 번번이 명나라에 군사를 요청하겠는가? 함흥(咸興)의 적은 이곳과 매우 가까우니 만약 텅빈 것을 기회로 갑자기 서쪽으로 온다면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니 모름지기 십분 유의하여 방비하도록 하라.’ 하였는데, 대체로 그의 말을 듣고 낯빛을 관찰하니 그 은근함이 극진하고 기뻐하는 빛도 많이 있었으며 어제의 일을 뉘우치는 듯하였습니다."
하였다. 영의정 최흥원, 좌찬성 정탁(鄭琢), 아천군(鵝川君) 이증(李增), 병조 판서 이항복, 이조 판서 이산보(李山甫), 행 이조 참판 구사맹(具思孟), 행 호조 참판 윤자신(尹自新), 형조 참판 이희득(李希得), 이조 참의 심충겸(沈忠謙)이 아뢰기를,
"두 번이나 성상의 하교를 받고서 진실로 오늘날의 급선무는 오직 명나라 군사의 식량을 운반하는 것이며, 성상의 염려도 어쩔 수 없는 데서 나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만 사세가 전과 같지는 않습니다. 지난번에는 대가(大駕)가 멀리 의주에 머무셨기에 길이 멀었고 동궁께서는 바야흐로 영변(寧邊)에 머무셨는데, 마침 명나라 장수가 편치 못한 말을 많이 하였으므로 앞으로 달려나가 정리하는 것이 편리하고 온당한 듯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경우는 양궁(兩宮)이 한곳에 모이시어 점차 전진하여 회복할 날이 눈앞에 왔는데 또 분리하는 계획을 두시니 조정의 의논이 모두 어렵게 여깁니다. 그리고 앞의 여러 고을은 모두 재정이 고갈되어 동궁이 비록 먼저 전진하여 직접 운반을 독려한다 하더라도 마련하여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며 도리어 모시고 따르는 상하 사람들이 먹는 양식만 낭비하는 걱정이 있게 될 것입니다. 되풀이하여 생각해 보아도 일의 형세가 이와 같으므로 아마도 거행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하니, 상이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17책 34권 34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611면
- 【분류】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전쟁(戰爭) / 군사-병참(兵站) / 왕실-종친(宗親)
○領議政崔興源啓曰: "昨夜, 隨劉員外, 到雲興館, 員外曰: ‘本國平復之後, 勿爲因循, 選用豪傑忠義之士, 防備之事, 預爲講定, 以待敵至。 他日又有賊變, 每請天兵乎? 咸興之賊, 甚近於此, 若乘其空虛, 倉卒西來, 不可脫也。 須十分留意防備。’ 大槪聽言觀色, 則極其慇懃, 多有喜色, 似若追悔昨日事矣。" 領議政崔興源, 左贊成鄭琢, 鵝川君 李增, 兵曹判書李恒福, 吏曹判書李山甫, 行吏曹參判具思孟, 行戶曹參判尹自新, 刑曹參判李希得, 吏曹參議沈忠謙啓曰: "再承聖敎, 固知今日急務, 惟在於餽運天兵, 聖慮所及, 亦出於不得已也。 第事勢與前日不同。 頃者, 大駕遠駐義州, 道路綿遠, 東宮方駐寧邊, 適天將多有未安之語, 馳進整理, 似爲便當。 今則兩宮會于一處, 漸次前進, 指日可期, 而又有分離之擧, 廷議皆以爲重難。 且前頭列邑, 擧皆板蕩, 東宮雖先爲前進, 親自督運, 亦未易辦, 而陪從上下之人所食糧料, 反致粍費之患。 反覆思惟, 事勢如此, 恐難擧行。" 上從之。
- 【태백산사고본】 17책 34권 34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611면
- 【분류】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전쟁(戰爭) / 군사-병참(兵站) / 왕실-종친(宗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