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황상과 원황이 왜이·인사·무기 등에 대해 조선에 보낸 자문
대명 흠차 경략 방해 어왜 군무 병부(大明欽差經略防海禦倭軍務兵部) 【무고 청리사 원외랑(武庫淸吏司員外郞) 유황상(劉黃裳), 직방 청리사 주사(職方淸吏司主事) 원황(袁黃). 】 가 이자(移咨)하였다.
"그대 나라는 본래 문물(文物)이 돈후하고 대대로 충정(忠貞)이 독실하였는데, 근래에 왜이(倭夷)가 무도하게 멀리서 침입하여 잠식하였으므로 군신이 초야에서 생활하며 떠돌아다니니 얼마나 곤궁하겠습니까. 우리 대명 황제(大明皇帝)께서는 그대 나라에서 2백 년 동안 신하의 절개를 정성스럽게 지킨 것을 생각하여 만금(萬金)의 비용을 아끼지 않고 장수에게 명하여 정벌하게 하였습니다. 그대 나라 사람들 중에 어찌 종척(宗戚)으로 중대한 위임을 받아 충분(忠憤)으로 노심 초사할 이가 없겠으며, 어찌 고을을 맡은 관원으로 지방을 지키며 강개(慷慨)하게 목숨을 버릴 자가 없겠으며, 어찌 군주가 근심하면 신하가 욕을 당한다는 생각을 품는 충신이 없겠으며, 어찌 몸을 버려 국가에 보답할 뜻을 일으키는 의사(義士)가 없겠습니까. 의당 하늘의 위엄이 진동하는 시기를 타서 빨리 의병(義兵)을 불러모아 각기 일려(一旅)의 군사를 거느리고 함께 정벌하는 뜻을 펴게 하십시오.
지금 왜이(倭夷)가 왕성하고 강하지만 그 형세가 반드시 망할 것이며 그대 나라는 미약하나 그 형세가 반드시 흥할 것이니 시험삼아 서로 헤아려 보겠습니다. 먼저 천도(天道)를 논한다면 조선(朝鮮)은 분야(分野)가 석목(析木)의 성좌에 속하는데, 지난해에 목성(木星)이 인방(寅方)의 궤도로 순행하였는데도 일본이 침략하여 왔으니, 이는 우리가 득세하는 해인데 저들이 침략한 것으로 천도를 거스르고 행하는 것이니 아무리 강하더라도 약한 것이 첫째입니다.
왜구는 추위를 두려워하는데 금년은 궐음(闕陰) 풍목(風木)이 사천(司天)하고, 양명(陽明) 조금(燥金)이 초기(初氣)가 되어 입춘(立春) 후에도 오히려 20∼30일은 찬 기운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니 천시(天時)를 이용할 것이 둘째입니다. 그대 나라 군신이 모두 이 성에 모였는데 새벽에 일어나 기(氣)를 바라보니 울울총총하여 누인 베나 일산과 같았습니다. 왕기(旺氣)가 우리에게 있으니 형세가 반드시 회복될 것이 새째입니다.
다음 인사(人事)를 논해 보겠습니다. 우리 대국의 군사는 씩씩하기가 호랑이와 곰같으며, 대적할 것이 없는 대포는 한번 쏘면 천보(千步)나 나가는데 저들이 그 힘을 헤아리지 못하고 의당 가루가 될 것이 첫째입니다. 송 경략(宋經略)의 침착한 기략과 풍부한 책모는 귀신도 측량하기 어렵고, 이 제독(李提督)은 마음이 충의(忠義)로 가득 차 백번 싸우고 남은 용맹이 옛날 명장(名將)의 풍도가 있는데, 2인이 본래 충의와 정절을 가지고 마음을 함께 해서 협찬하며 이 적을 섬멸하여 천자에게 보답하기를 맹세하였으니, 두 나라의 군사를 합하여 이 궁한 귀신들을 몰아붙이면 추풍 낙엽에 불과할 것이 둘째입니다. 관백(關白)이 억세고 포학하여 위로 상을 위협하고 아래로는 그 무리들을 모질게 부리므로 하늘이 그를 망하게 하려고 하여 실로 우리에게 손을 빌린 것이 셋째입니다.
어제 국왕(國王)을 뵈었는데 거동이 안존하고 자상하며, 아름다운 모습이 뛰어나니 형세가 틀림없이 중흥할 것이며 그대 나라에서 앞서 파견한 여러 사신이 우리 나라에 군사를 청하면서 성의가 간절하여 눈문을 줄줄 흘려 신포서(申包胥)가 초(楚)나라에서 운 것003) 과 비슷하였으니 군신이 이와 같은데 어찌 끝까지 곤궁한 데 빠지겠습니까. 순리(順理)로써 역리(逆理)를 토벌하는데 무슨 공인들 성취하지 못하겠습니까. 이것이 네째입니다.
왜노들이 믿는 것은 오직 조총(鳥銃)입니다. 그러나 세 발을 쏜 뒤에는 즉시 계속 쏘기 어렵고 그들의 군사가 비록 많기는 하나 굳센 자가 거의 없어 앞줄의 1∼2백 명만 죽이면 나머지는 모두 바람결에 도망할 것이니, 이것은 모두 이길 만한 기회이며 바로 지사(志士)가 공을 세울 때입니다. 우리 조정에서 영(令)을 낼 때에 우리 나라와 그대 나라를 논할 것 없이 누구든지 평수길(平秀吉)·평수침(平秀沈) 및 중 현소(玄蘇)를 사로잡거나 죽이는 자가 있으면 한 명당 상(賞)으로 은(銀) 1만 냥(兩)과 백(伯)으로 봉(封)하여 세습시키고, 평수가(平秀家)·평수충(平秀忠)·평행장(平行長)·평의지(平義智)·평진신(平鎭信) 등 유명한 제추(諸酋)를 사로잡거나 죽이는 자는 한 명당 상으로 은 5천 냥과 대대로 지휘사(指揮使)로 삼으며, 그 이하를 사로잡는 자에게도 각각 상을 주는 규정이 있으니 그대 나라 신민들은 때를 잘 타서 군중들을 규합하여 함께 큰 공을 세우면 본국의 사직(社稷)을 회복할 수 있고 또 천자(天子)의 후한 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니, 쇠약해진 나라의 남은 백성들로 집안을 일으키는 시조(始祖)가 된다면 어찌 쾌하지 않겠습니까? 이에 자문(咨文)으로 청하니 모름지기 빨리 각도의 신민에게 전하여 보이고 의병을 이미 일으킨 자는 곧 전진하고, 일으키지 않은 자는 빨리 불러모아 협력하여 그들의 위세를 꺾거나 번갈아 출병하여 그들의 세력을 분산시키거나 그들이 지쳐 돌아가는 것을 요격하거나 그들의 군량을 운반하는 길을 차단하거나 하는 등 여러 곳의 기의(機宜)를 모두 스스로 편리한 대로 조처하십시오."
- 【태백산사고본】 17책 34권 6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597면
- 【분류】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전쟁(戰爭)
- [註 003]신포서(申包胥)가 초(楚)나라에서 운 것 : 신포서는 초 소왕(楚昭王) 때의 대부(大夫)로, 초나라가 오(吳)나라의 침략을 받아 국가의 운명이 위태롭게 되자, 신포서가 진(秦)나라에 들어가 애공(哀公)에게 구원병을 요청하면서 정장(庭墻)에 기댄 채 7일 밤낮을 먹지도 않고 울면서 초나라의 절박한 상황을 말하자, 애공이 그의 정성에 감동하여 구원병을 보내어 초나라를 도와 안정시킨 고사임. 《사기(史記)》 오자서전(伍子胥傳).
○大明欽差經略防海禦倭軍務兵部 【武庫淸吏司員外郞劉黃裳, 職方淸吏司主事袁黃。】 移咨曰:
爾國素敦文物, 世篤忠貞。 邇者, 倭夷不道, 長驅荐食, 致君臣越在草莽, 瑣尾流離, 何其困也? 我大明皇帝, 念爾二百年來恪守臣節, 不惜萬金之費, 命將徂征。 爾國中, 豈無宗戚, 受重寄而忠憤薰心, 豈無縣官, 守地方而慷慨委命, 豈無忠臣, 懷主憂臣辱之念, 豈無義土, 萠捐𨈬報國之思? 宜乘天威震疊, 速招集義兵, 各提一旅之師, 共申九伐之志。 今倭夷逞强, 其勢必亡, 爾國雖微, 其勢必興, 試相與籌之。 先論天道, 朝鮮分野, 屬析木之次, 上年木星躔寅而日本來侵, 是我得歲, 而彼侵之, 逆天而行, 雖强亦弱, 一也。 倭性畏寒, 今歲厥陰, 風木司天, 陽明燥金, 爲初之氣, 立春後, 尙有二三十日寒氣未消, 天時可乘, 二也。 爾國君臣, 俱聚此城, 晨起望氣, 鬱鬱蔥蔥如練如蓋, 旺氣在我, 勢必恢復, 三也。 次論人事, 我大國雄兵, 如虎如熊, 無敵大砲, 一發千步, 彼不量力, 當成虀粉, 一也。 經略宋、沈機畜謀, 神鬼難測, 李提督一腔忠義, 百戰餘勇, 有古名將風, 二職, 素仗忠貞, 同心協贊, 誓滅此賊, 以報天子, 合兩國之師, 驅此窮鬼, 如振落耳, 二也。 關伯强暴, 上刼制其主, 下虐使其衆, 天欲亡之, 實假手于我, 三也。 昨見國王, 擧動安詳, 手姿俊偉, 勢必中興, 而爾國前所遣諸使, 請兵天朝, 誠意懇惻, 淚下如注, 庶幾申包胥泣楚之意, 君臣若此, 豈終淪困。 以順討逆, 何功不成, 四也。 倭奴所恃, 唯鳥銃。 然三發之後, 卽難繼矣, 其兵雖衆, 强者無幾, 但殺其前行一二百人, 餘皆望風遁矣, 此皆可勝之機, 正志士立功之秋也。 我朝出令, 不論我國爾國, 但有人能擒斬平秀吉、平秀沈及僧玄蘇者, 每名, 賞銀一萬兩, 封伯世襲, 擒斬平秀家、平秀忠、平行長、平義智、平鎭信等有名諸酋者, 每名, 賞銀五千兩, 世襲指揮使, 以下擒獲, 各有賞格。 爾國臣民, 但能乘時紏衆, 共立大功, 旣可以復本國之社稷, 又可以徼天子之厚賞。 以衰國之遺黎, 爲起家之始祖, 豈不暢哉! 爲此咨請, 須速傳示各道臣民, 義兵已起者, 便爲前進, 未起者速爲招集, 或協力以挫其威武, 或迭出以分其勢, 或邀其惰歸, 或斷其餉道, 諸所機宜, 皆聽自便。
- 【태백산사고본】 17책 34권 6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597면
- 【분류】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전쟁(戰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