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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 33권, 선조 25년 12월 25일 신해 2번째기사 1592년 명 만력(萬曆) 20년

용만관에서 이 제독을 영접하고 평양 수복에 대해 논의하다

상이 이 제독을 교외(郊外)에서 영접하려고 남문(南門) 밖 막차(幕次)에 나가 임어하였다. 제독이 이르자 상이 막차 밖에 서서 영접하니, 제독이 사람을 시켜 국왕이 먼저 들어가시라고 하였다. 상이 설관(舌官)을 시켜 치사(致辭)하기를,

"과인이 황상(皇上)의 은혜에 감격하여 교외에 나와 맞이하는데 대인(大人)께서 교시(敎示)하니, 먼저 관에 들어가 기다리겠습니다."

하고는 먼저 용만관(龍灣館)에 도착하여 대문 밖에서 영접하고, 읍양(揖讓)한 다음 당(堂)에 올라가 재배례(再拜禮)를 행하였다. 상이 황상께서 만복(萬福)하신가를 묻자, 제독이 답하기를,

"만복하십니다. 귀국이 까닭없이 왜적의 환난을 당한 것을 민망하게 여기고 병마를 크게 내어 구하게 하신 것입니다. 이제 흉적을 섬멸하게 되었으니 국왕께서는 마음을 놓으십시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대인의 교시를 들으니 황은(皇恩)이 망극합니다. 왜노들이 우리 나라와 함께 부도(不道)를 행하려고 한 것을 과인(寡人)이 의로써 물리쳤다가 마침내 흉봉(凶鋒)을 입게 되어 한쪽 구석에 와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 황상의 은혜를 입어 대장에게 대병(大兵)을 이끌고 오게 하여 바로 천토(天討)를 가하시니, 우리 나라의 군신은 곧 소생하게 되었습니다."

하였다. 제독이 이르기를,

"평양의 백성들이 비록 적중에 있기는 하지만 어찌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없겠습니까. 만약 적과 함께 죽으면 참으로 슬픈 일이니 국왕께서는 먼저 통유(通論)하여 그들로 하여금 나오도록 하십시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마땅히 대인의 가르침대로 하겠습니다."

하였다. 자리에 앉아서 상이 이르기를,

"삼대장(三大將)을 맞아 접견하고자 품합니다."

하니, 제독이 이르기를,

"이들은 모두 대장입니다. 하나는 요동 부총(遼東副摠)이고, 하나는 경략 부총(經略副摠)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모두 접견하기는 온편하지 못하니, 제가 나간 후에 인접(引接)하시는 것이 합당할 듯합니다. 또 이곳에 온 장관이 50여 명인데 국왕께서 내일 접견하십시오."

하였다. 다례(茶禮)를 행하고 또 주례(酒禮)를 행하였다. 제독은 2작(爵)을 하고는 사양하면서 말하기를,

"이 때가 어떤 때인데 주연을 베풀겠습니까. 적을 섬멸하고 돌아갈 때에는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하였다. 상이 예단(禮單)을 올리자, 제독이 굳이 사양하면서 받지 않고 말하기를,

"성천자(聖天子)의 명을 받들고 속국(屬國)을 구하기 위해 왔는데 어찌 예물을 쓰십니까. 성심(誠心)만은 받겠습니다. 국왕께서 지나치게 저를 예우하시니 힘을 다해 적을 토벌하겠습니다. 내일 두 찬획(贊畫)이 올 것인데 그들은 심유경(沈惟敬)과 같은 뜻을 가진 자들이니 그들 말을 믿지 마십시오. 심유경은 처리할 일이 있기 때문에 제가 데리고 왔습니다."

하니, 상이 손으로 환도(環刀) 한 쌍을 올리자 제독이 받았다. 상이 말을 마치고 나오자 제독이 대문 밖에서 전송하였다. 상이 또 좌협 대장(左協大將) 이여백(李如栢)과 중협 대장(中協大將) 양원(楊元), 우협 대장(右協大將) 장세작(張世爵)을 접견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황은이 망극함은 이루 형언할 수 없습니다. 우리 나라의 존망(存亡)에 대해서는 오직 대인들만 믿습니다."

하니, 삼대장이 말하기를,

"귀국이 대대로 충정(忠貞)을 바쳐 왔는데 까닭없이 병화(兵禍)를 입어 황상께서 저희들을 보내 구원하게 한 것입니다. 먼저 평양을 수복하고, 다음에는 왕경(王京)을 수복하고 나서 부산(釜山)까지 왜적을 소탕한 후 그만둘 것입니다."

하였다. 다례와 주례를 행한 후 예단을 주었으나 세 장수가 굳이 사양하면서 받지 않았다. 상이 환도(環刀)를 주자 세 장수가 받았다.


  • 【태백산사고본】 16책 33권 30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593면
  • 【분류】
    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전쟁(戰爭)

○上將郊迎李提督, 出御南門外幕次。 提督至, 上立迎于幕次之外, 提督使人請國王先入歸。 上使舌官致辭曰: "寡人感激皇恩, 出迎效外, 大人有敎, 請先入候于館。" 仍先到龍灣館, 迎于大門外, 揖讓升堂, 行再拜禮。 上問皇上萬福? 提督答曰: "萬福。 愍貴國無故被倭患, 大發兵馬來救。 今當勦滅兇賊, 願國王放心也。" 上曰: "獲聞大人之敎, 皇恩罔極。 倭奴欲與小邦, 共爲不道, 寡人斥之以義, 遂被兇鋒, 栖泊一隅。 今蒙皇上之恩, 遣大將提大兵, 就加天討, 小邦君臣, 其再蘇矣。" 提督曰: "平壤之民, 雖入賊中, 豈無戀主之心乎? 今若與賊俱沒, 則誠可哀也, 願國王, 先爲通諭, 使之出來。" 上曰: "當如大人之敎。" 就座。 上曰: "欲邀三大將接見, 敢稟。" 提督曰: "此皆大將。 一則遼東副摠, 一則經略副摠。 然此間幷接未穩, 俺退之後, 引接似當。 且來此將官五十餘員, 國王明日, 亦可接見也。" 行茶禮, 又行酒禮。 提督飮二爵, 辭曰: "此何等時, 而設宴乎? 勦滅還歸時, 俺當不辭。" 上呈禮單, 提督固辭不受, 曰: "奉聖天于之命, 來救屬國, 安用禮物爲乎? 只領誠心而已。 國王以優禮遇我, 我當盡力討賊耳。 明日二贊畫當來到, 而此與沈惟敬同意, 勿信其言可也。 沈惟敬則有處置事, 故俺率來矣。" 上手持環刀一雙進之, 提督受之。 上辭出, 提督送于大門外。 上又接見左協大將李如栢, 中協大將楊元, 右協大將張世爵。 上曰: "皇恩罔極, 無以爲喩。 小邦存亡, 惟恃大人。" 三大將曰: "貴國, 世效忠貞, 無故被兵, 皇上遣俺等來救。 先復平壤, 次復王京, 至于釜山, 蕩掃倭賊而後已。 行茶禮酒禮後, 呈禮單, 三將固辭不受。 上贈以環刀, 三將受之。


  • 【태백산사고본】 16책 33권 30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593면
  • 【분류】
    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전쟁(戰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