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변사가 성급한 군사 행동의 자제, 이천·이빈·이일 등 장수의 활동을 보고하다
비변사가 아뢰기를,
"순안(順安)의 군사는 이미 숫자를 더했고, 겨울도 이미 반이 지났는데 가만히 앉아서 중국 군사만 기다리고 있으니 기회를 잃은 것이 얼마인지 모릅니다. 심장(沈將)175) 이 비록 도착하더라도 강화를 주장할 것 같으니 오로지 그만 믿고 기다릴 수 없습니다. 지난번 원수(元帥)의 장계(狀啓)에 먼저 강면(江面)에서 시험삼아 싸워보자고 하였으니 그 뜻이 매우 마땅합니다. 대개 사면을 포위하고 바꾸어 가면서 연달아 침공하여 성 위의 적으로 하여금 추위에 시달리게 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그러나 우리 군사가 경솔하게 진격하는 것은 그 성패(成敗)를 미리 기약할 수가 없으니, 중국 군사가 도강(渡江)한 후에 형세를 보아가면 지휘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이빈(李薲)이 근래에 비록 약속(約束)은 지키지만 오직 수비만을 일삼을 뿐 별로 승첩을 아뢴 적이 없어 여러 사람의 의논이 불만스럽게 여겨 심지어 겁이 나서 물러 갔다고 지목하기도 합니다. 국가의 막대한 일에 그를 믿을 수는 없는 게 분명합니다.
이일(李鎰)은 근래에 전공(戰功)이 많아 여러 사람의 뜻이 제법 흡족하게 여깁니다. 그러나 이빈을 병사에게 체차하고 이일로 대신하게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다만 이빈을 병사에게 체직시키면 전일에 부곡(部曲)이 모두 이일에게 귀속되어 있어 그곳에는 성을 지킬 만한 장수가 없습니다. 이빈에게 군관(軍官) 3∼4인을 거느리고 올라오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천(李薦)은 평소 용장(勇將)이라 칭하였고 지난번 왜적을 참획한 공로로 우방어사(右防禦使)로 승차(陞差)하였으니 때맞춰 와서 호응하게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비록 한 방면의 거사(擧事)이기는 하나 군기(軍機)는 살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삼현(三縣)과 강동(江東)의 동서는 서로 약속하여 변을 기다리게 해야 하고 중화(中和)의 이공달(李恭達), 황주(黃州)의 이시언(李時言), 봉산(鳳山)의 김경로(金敬老)는 서로 통보하여 약속해서 매복해 있다가 뒤를 치는 등 다방면으로 협공하게 해야 합니다. 각관(各官)에 누락된 장정과 유실된 화살이 반드시 많이 있을 것이니 지금부터 찾아 모아 다시는 어지럽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뜻을 우선 급히 각 고을에 행이(行移)하여 장정과 화살을 원수부(元帥府)에 수송하도록 해야 합니다. 박홍(朴泓)의 일은 전일에 범한 바가 군율에 관계되는 것으로 그 당시에 즉시 처리했으면 모르거니와 지금은 세월이 오래 되고 한창 종군하면서 전공을 많이 세우고 있으니 우선 너그러이 용서하여 그 공효를 책임지워야 합니다."
하니, 상이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16책 32권 15장 B면【국편영인본】 21책 569면
- 【분류】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전쟁(戰爭) / 군사-군역(軍役) / 인사-임면(任免) / 사법-탄핵(彈劾)
- [註 175]심장(沈將) : 심유경(沈惟敬).
○備邊司啓曰: "順安之軍, 其數已添, 冬月已半, 而坐待天兵, 機會之去, 不知其幾。 沈將雖到, 似主於和, 亦不可專恃以待之。 頃以元帥狀啓, 先試於江面, 以交其鋒, 此意甚當。 蓋四面圍抱, 迭進交侵, 使城上之賊, 受凍自困, 策之上也。 而我兵徑進, 成敗本不可預期, 天兵渡江後, 觀勢指揮未晩。 李薲近雖以守約, 唯講守備爲事, 別無奏捷之日, 群議素以爲不滿, 至以怯退目之。 當國家莫大之擧, 其不可倚賴也必矣。 李鎰近多戰功, 衆情頗洽。 李薲兵使遞差, 以鎰代之宜當。 但薲若遞兵使, 則前日部曲, 皆歸於鎰, 此處無守城可當之將。 李薲率軍官三四人, 上來何如? 李薦素稱勇將, 頃有斬獲之功, 陞爲右防禦使, 及時來應亦當。 雖於一面擧事, 軍機亦不可不察。 三縣、江東東西相約待變, 而中和之李恭達, 黃州之李時言, 鳳山之金敬老, 傳通約束, 埋伏尾擊, 多般夾攻爲當。 各官漏丁遺矢, 必多有之, 自此累次搜括, 今不可更爲紛紜。 以此意姑爲行移于各官, 使之輸送元帥府。 朴泓事, 前日所犯, 係干軍律, 當其時, 卽爲處置則可矣。 今則日月已久, 方爲從軍, 多有戰功, 姑爲寬宥, 以責其效。" 上從之。
- 【태백산사고본】 16책 32권 15장 B면【국편영인본】 21책 569면
- 【분류】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전쟁(戰爭) / 군사-군역(軍役) / 인사-임면(任免) / 사법-탄핵(彈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