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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 32권, 선조 25년 11월 15일 신미 4번째기사 1592년 명 만력(萬曆) 20년

중국군 경략 송응창이 보낸 격문

흠차 경략 요계 보정 산동 등처 방해 어왜 군무 병부 우시랑(欽差經略遼薊保定山東等處防海禦倭軍務兵部右侍郞) 송응창(宋應昌)이 격문(檄文)을 보내왔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왕(王)이 동해(東海) 지역에 나라를 세워 천조(天朝)의 정삭(正朔)을 받들고 2백여 년 동안 조공(朝貢)을 바치고 충순(忠順)을 보여온 것이 하루같았습니다. 또 시서(詩書)를 외우고 본받아 훌륭한 유학자(儒學者)와 학사(學士)의 풍도가 다른 나라에서는 짝하지 못할 바였습니다. 이제 성신(聖神)하신 황제께서 사해를 무령(撫寧)하고 만이(蠻夷)를 안집(安集)시켰지만 유독 왕의 나라만 책봉(冊封)하였으니 그 덕의(德意)가 매우 후합니다. 지금은 북으로 달단(韃靼)에 이르고 남으로는 안남(安南)섬라(暹羅)에 미치고 서쪽으로는 합밀(哈密) 등 제번(諸藩)까지도 모두 추앙하고 향화(嚮化)하여 고개를 숙이고 조공을 바치기를 남보다 뒤질세라 다투고 있습니다. 저 일본은 하찮은 미꾸라지처럼 도서(島嶼)에 서식하고 있어 다시 돌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찌해서 왕의 나라와 인국(隣國)이 되어 왕의 선한 사람들이 무예를 닦지 않은 점을 얕보아 갑자기 엄습하여 많은 군사로 쳐들어왔단 말입니까. 이미 왕경(王京)을 빼앗고 평양을 탈취하여 지키고 있으며 왕의 두 아들을 포로로 하고 왕의 조상 무덤을 파헤치고, 충신(忠臣)을 죽이고 열부(烈婦)를 죽였으니, 매우 참혹 악독하여 귀신과 사람이 함께 분해 하고 있습니다.

왕은 변방을 유리하다가 의주(義州)에 거처하고 있는데 세력이 약해서 천조(天朝)에 구원을 청하자, 폐하께서 매우 불쌍하게 여겨 크게 진노하시고 본부(本部)에 명하시어 소사마(少司馬)로 절월(節鉞)을 잡아 군사를 일으키니, 모신(謀臣)과 맹사(猛士)가 풍우(風雨)처럼 모여 활을 당기고 창을 휘두르고, 말을 달리고 수레를 모니 깃발이 하늘의 해를 가리우고, 우레 같은 북소리는 바다에 파도를 일으켰습니다. 모두가 강한 자를 죽이어 약한 자를 붙들어 주며 곤궁에게 구해주고 충성을 온전케 하여 천하에 대의(大義)를 펴고 만세에 이름을 날리고자 합니다. 왜노(倭奴)가 비록 어리석다 하더라도 그들 역시 아는 것이 있으니 우리 군사가 동으로 간다는 말을 들으면 즉시 고개를 떨어뜨리고 숨을 헐떡이며 몰래 도망하여 그들 본국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래도 소탕하여 평정하려고 하면 지금이 바로 그때로서 세력을 비교해 보면 전화위복(轉禍爲福)의 일대 기회입니다. 만약 우매하여 뉘우치지를 않고 지난날처럼 험한 것을 믿으면, 즉시 화치(火輜)를 몰고 신책(神策)을 휘둘러 우레처럼 달려가 평양을 함락하여 선봉(先鋒)을 죽일 것인데, 더구나 이미 민(閩)·광(廣)의 장수에게 섬라와 유구 등 제국의 군사를 연합해 배를 띄워 곧바로 일본 소굴을 치라고 명령했고, 다시 진(秦)의 정예 군사와 촉(蜀)의 극모(棘矛), 연(燕)의 철기(鐵騎), 제(齊)의 기격(技擊), 삭방(朔方)의 건아(健兒)들이 봉황성(鳳凰城)에 진을 치고 압록강을 건너 대마도(對馬島)에 이르러 왜노의 족속을 멸절시킨 다음 피를 바닷물에 뿌리고 골수를 산의 눈[雪]에 발라 귀역(鬼蜮)을 소멸시키고 이무기를 베어 죽여 왕을 서울로 돌아가게 하여 구복(舊服)에 안집하게 하고, 폐하께 보답하여 화풍(華風)을 우러러 펴게 하는 것이겠습니까.

왕께서는 지금 와신상담(臥薪嘗膽)하시고 사대부들과 더불어 남은 군사를 수습하여 용기를 분발시켜 회복을 도모하십시오. 저 평양 등 제도(諸道)에 어찌 충의로운 사람이 의병을 일으켜 부지런히 내응하지 않겠습니까. 남모르게 계획을 세우고 침착하게 처리하여 양초(糧草)를 비축하여 잃은 지역의 수복을 꾀하여야 합니다. 그 형세를 잘 보아서 요해처(要害處)를 굳게 지키고 있다가 천병(天兵)이 이를 날을 기다려 군사를 한 곳에 합치고 왕의 음부(陰符)를 장사(將士)들에게 주어 차례로 진격시켜 피비린내를 깨끗하게 없애어 함께 위대한 공적을 이루고 폐하의 신령(神靈)을 드러내고 기자(箕子)의 옛 땅을 보전하기를 바랍니다. 불같이 해외에서 공을 세운 것은 성탕(成湯)의 군사였고 한번 군사를 내어 하(夏)나라의 업을 일으킨 것은 소강(小康)의 현명함이었습니다. 왕께서는 힘써 대대로 위력을 떨치도록 하십시오."


  • 【태백산사고본】 16책 32권 13장 B면【국편영인본】 21책 568면
  • 【분류】
    외교-명(明) / 외교-왜(倭) / 외교-동남아(東南亞) / 군사-전쟁(戰爭)

○欽差經略保定山東等處防海禦軍務兵部右侍郞宋應昌移檄曰:

王肇域東海, 奉天朝正朔, 朝貢二百年, 輸忠效順, 若一日矣。 且誦法《詩》《書》, 彬彬有儒者學士之風, 非他國可儷。 今皇帝聖神, 撫寧四海, 安集蠻夷, 獨於王國封冊, 德意甚厚。 卽今北至韃靼, 南及安南暹羅諸國, 西曁哈密諸藩, 皆喁喁嚮化, 稽首獻琛, 惟懷恐後。 彼日本夭眇蝤魚, 涎處島嶼, 不復問矣。 夫何與王國隣, 欺王善類, 俗不習武, 輒自掩襲, 加兵摧燹。 已奪王京, 據守平壤, 擄王二子, 發王先墳, 磔忠臣殺節婦, 惡極慘毒, 神人共憤。 王流離瑣尾, 棲於義州, 勢匱力弱, 乞救天朝, 陞下深爲憫惻, 赫然震怒, 命本部, 以少司馬秉節鉞軍興, 謀臣猛士, 集若風雨, 彎孤挺戟, 躍馬驅車, 絳旗蔽天日, 雷皷振海波。 咸欲誅强扶弱, 拯困全忠, 伸大義於天下, 揚鴻名於萬世。 倭奴雖蠢, 亦爾含識, 聞師東征, 卽授首崩角, 喘喙宵遁, 返彼本國。 尙欲掃平, 此其時, 猶度勢較力, 轉禍爲福之一大機智也。 若愚昧不悛, 負固如昔, 卽駕火輜鞭神策, 雷馳霆驟, 圍陷平壤, 以膏先鋒, 況已令將帥, 連暹羅琉球諸國之兵, 皷艨艦揚帆檣, 直擣日本巢穴, 復調之銳卒, 之棘矛, 之鐵騎, 之技擊, 朔方之健兒, 陣鳳凰城, 渡鴨綠江, 抵對馬島, 誓絶倭奴之族, 血泛海潮, 髓塗山雪, 鬼蜮全消, 蛟螭剸斷, 俾王還王京, 安輯舊服, 以報陞下, 仰舒華風。 王今當臥蔪嘗膽, 與爾士大夫, 收殘兵奮勇敢, 以圖恢復。 彼平壤諸道, 豈無忠義豪擧, 以勤內應。 潛謀默喩, 妙在沈機, 蓄糈筊, 圖督元。 相厥情形, 堅守要害, 候天兵至日, 合兵一處, 授王陰符, 分布將士, 與進兵次第, 淨滌腥氛, 其希奇績, 彰陞下之神靈, 保箕子之舊地。 如火而建海外之烈者, 成湯之師也, 一旅而興有之業者, 少康之賢也。 王其勉哉! 振於世世。


  • 【태백산사고본】 16책 32권 13장 B면【국편영인본】 21책 568면
  • 【분류】
    외교-명(明) / 외교-왜(倭) / 외교-동남아(東南亞) / 군사-전쟁(戰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