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적의 만행과 전투 상황을 적어 요동에 자문을 보내며 구원병을 청하다
상이 요동 도지휘사사(遼東都指揮事使)에 자문을 보내 구원병을 청하였는데, 그 대략은 다음과 같다.
"9월 7일, 경기 관찰사 심대(沈岱)가 치계하기를, ‘왜적이 공희왕(恭僖王)128) 의 능묘를 파헤쳤고 공헌왕(恭憲王)129) 능묘의 재사(齋舍)를 불사르고서 묘 아래에 군대를 주둔시켰다.’ 하였습니다. 흉추(凶醜)들의 재앙이 선왕의 능묘에까지 미쳤으니 통곡을 억제할 길이 없습니다. 또 함경도의 주회인(走回人) 장복중(張福重)이 ‘나는 병조 좌랑 서성(徐渻)을 따라다니며 강원도 지방에서 군사를 모으다가 왜적에게 쫓겨 함경도 함흥부(咸興府)로 들어갔는데, 왜적이 대거 핍박해 왔기 때문에 원임(原任) 의정부 좌의정 김귀영(金貴榮), 판중추부사(判中樞府事) 황정욱(黃廷彧), 원임 승정원 우부승지 황혁(黃赫), 첨지중추부사(僉知中樞府事) 허명(許銘) 등이 제1왕자130) 와 제5왕자131) 를 받들고 북도의 회령진(會寧鎭)으로 피난하여 들어갔다. 북도 절도사 한극함(韓克諴)과 남도 절도사 이영(李瑛) 등은 만령(蔓嶺) 싸움에서 패하여 종적을 모르게 되었고, 적세는 점점 치성하여 7월 26일 회령진을 함락시킴에 따라 왕자와 김귀영 등이 한꺼번에 사로잡혔다.’ 하였습니다. 본인이 전에 왜적을 피해 서쪽으로 오면서 생각하기에, 함경도는 선조가 기업을 일으킨 땅이고 또 그 지세가 견제하기에 편리함이 있을 듯하여 재신(宰臣) 김귀영 등에게 큰아들인 진(珒)과 함께 함흥부로 나아가도록 하였고, 또 황정욱에게는 다섯째 아들인 보(珏)와 함께 강원도 철원부(鐵原府)에 머무르면서 군사를 모집, 왜적을 막아 길을 끓음으로써 함께 기각(掎角)의 형세를 이루게 하였습니다. 본인의 처음 생각에는, 오직 두 도(道)를 수습하여 회복하는데 협찬하기를 바랐었는데, 뜻밖에 대군이 몰아쳐 끝내 사로잡히게 되어 골육을 보전하지 못하였으니 더욱 비통하고 분합니다.
이들 왜적은 이미 명장(明將)과 조약을 맺고 경계까지 표시하고서도 바로 강동(江東) 지방을 침입하여 왔습니다. 지금 둘째 아들 【금상(今上)의 어휘(御諱). 】 이 임시로 국사를 처결하며 문무 배신(文武陪臣)을 거느리고 본도 성천부(成川府)에 머물면서 의병을 규합하여 적도들을 소탕시킬 방법을 도모하고 있습니다만, 성천과 강동은 매우 가깝습니다. 이 적도들이 반드시 이곳의 수비가 단약하다는 것을 알 터인데 얕은 여울을 건너 흉계를 부린다면, 참으로 명군이 압록강을 미처 건너기도 전에 본국은 이미 멸망하게 될 것입니다. 바라건대 속히 전보(轉報)하여 군사를 진발시켜 구원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태백산사고본】 15책 30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548면
- 【분류】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전쟁(戰爭) / 왕실-종친(宗親) / 왕실-궁관(宮官)
- [註 128]공희왕(恭僖王) : 종종의 시호.
- [註 129]
○上移咨遼東都指揮司事, 請兵救援。 其略曰:
九月初七日, 京畿觀察使沈岱馳啓: "賊掘破恭僖王墓, 焚燒恭憲王墓齋舍, 箚陣墓下。" 兇醜之禍, 至及先王陵墓, 不勝慟哭。 又有咸鏡道走回人張福重說, 稱: "俺跟兵曹佐郞徐渻, 募兵江原道地方, 被賊追迫, 轉入咸鏡道 咸興府, 賊大擧寇逼, 原任議政府左議政金貴榮, 判書中樞府事黃廷彧, 原任承政院右承旨黃赫, 僉知中樞府事許銘等, 奉第一王子第五王子, 避入北道會寧鎭。 北道節度使韓克諴, 南道節度使李瑛等, 戰敗蔓嶺, 不知去處, 賊勢轉熾, 七月二十六日, 進陷本鎭, 王子及金貴榮等, 一時被擄。" 云。 當職曾於避賊西行時, 念咸鏡一道, 乃祖先肇基之地, 且有形勢控扼之便, 令宰臣金貴榮等珏, 跟同第一子珒, 前往咸興府, 又令黃廷彧, 跟同第五子𤣰駐箚江原道 鐵原府, 募兵把截, 共爲掎角。 區區始慮, 唯冀收拾兩道, 協贊恢復, 不期大賊長驅, 卒見陷擄骨肉不保, 尤切悲憤。 此賊旣與天將講約標界, 旋卽衝突江東地方。 見今第二子 【今上御諱】 權署國事, 率文武陪臣, 方住本道成川府, 紏合義旅, 圖勦諸賊, 成川距江東密邇。 此賊必知本處守備單弱, 要涉淺灘, 以逞兇計, 誠恐天兵未及渡江, 小邦已底覆亡也。 乞速轉報, 發兵來援。
- 【태백산사고본】 15책 30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548면
- 【분류】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군사-전쟁(戰爭) / 왕실-종친(宗親) / 왕실-궁관(宮官)
- [註 129]